ㆍ냉이·달래 충분히 씻고 올리브오일 소스 살짝
매일 서울 남산 길을 걸었더니 나무들의 변화를 읽을 수 있었다. 앙상하기만 했던 나무에 새순이 돋고 개나리가 노란색을 띠기 시작했다. 목련이 흰 꽃봉오리를 내밀기 시작하고, 벚꽃도 갑자기 꽃망울을 터뜨렸다. 차례차례 피어나던 꽃들이 이상기후로 요즘은 한꺼번에 합창하듯 피어난다. 자연의 놀라운 힘이다.
꽃과 함께 봄나물도 나오고 있다. 봄나물은 얼었던 땅을 뚫고 나오는 그 어마어마한 기운을 우리에게 먹게 해 줌으로써 겨우내 부족했던 비타민 A, C, D를 보충해 주고 흐트러진 호르몬의 균형을 잡아준다. 그리고 미각도 깨우고 부족한 미네랄을 보충하여 원기를 불어넣기에 더없이 좋은 식품이다. 많이 섭취할수록 좋다.
나물을 매번 데쳐먹기에는 손도 많이 가고 질릴 수가 있다. 생으로 무쳐 먹는 봄나물 샐러드를 소개한다. 데치지 않고 생으로 먹을 수 있는 나물은 냉이, 달래, 돋나물, 씀바귀, 참나물, 세발, 취나물, 더덕 등이 있다.
시장에서 네가지 봄나물을 조금씩 넣어 한 팩으로 파는 것을 사도 좋고 원하는 봄나물을 조금씩 골라 사는 재미도 있다.
무슨 맛인지 모르는 나물은 맛을 보고 사는 것도 한 방법이다. 갖가지 나물들을 골고루 골라 흐르는 물에 충분히 씻어 체에 받친다.
물이 완전히 빠진 나물을 깊은 그릇에 담고 숨이 안 죽어 수북하게 쌓일 때 가위로 몇번 잘라주면 된다. 100g 기준으로 소금 3분의 1 티스푼을 빠르게 흩어 뿌리고 올리브오일(할인매장에서 작은 병 4500원) 한 큰술과 발사믹 식초(한 병 5000원) 반큰술을 넣고 잘 섞으면 끝이다. 소스는 되도록 약하게 해서 씹을수록 느끼는 나물의 다른 향과 질감을 즐기는 것이 좋다.
봄나물 샐러드는 다른 음식과 같이 드는 것보다 봄나물 그 자체 맛을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 염분이 남아있는 간척지에서 자생하는 세발나물은 시금치에 비해 칼슘이 20배 높다. 봄나물이 가장 좋은 피로회복제다.
<글·사진 김승용 쉬운요리연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