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의 한 여성이 결혼식 당일 드레스 차림으로 졸업한 고등학교를 찾았던 사연이 뒤늦게 공개됐다.
아일랜드 더블린에 사는 제이드 화이트(26)는 지난 9월18일(현지시간) 결혼했다. 그는 식을 마친 뒤, 고등학교 친구들과 모교를 찾았다. 옷도 갈아입지 않고, 드레스를 입은 채로 말이다.
화이트는 친구 네 명과 어느 나무 앞에 섰다. 앞에 두 명, 뒤에 세 명. 이렇게 선 다섯 사람은 카메라를 보며 환히 웃었다. 그러나 그들의 웃음 속에는 어딘가 슬픔이 묻어났다.
화이트가 친구들을 데리고 학교에 온 것은 같은 반이었던 데이비드를 위해서다.
데이비드는 16세던 10년 전,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활발한 성격으로 교우관계가 좋았던 데이비드의 사망은 화이트의 귀에도 들어갔다. 그는 충격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했다. 데이비드의 암 투병과 사망은 함께 어울리던 다섯 친구에게 큰 슬픔을 안겼다.
학교는 데이비드를 위해 작은 나무를 화단에 심었다. 그리고 화이트를 포함한 다섯 친구는 그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언제까지나 데이비드와 함께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10년 후, 화이트가 친구들을 데리고 학교에 온 것은 그때를 재연하기 위해서다. 인생에 한 번뿐인 결혼식 사진에 친구가 없는 것을 화이트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
화이트는 “데이비드는 항상 재밌고, 활기찬 아이였다”며 “조금 정신이 없기는 했지만 누구나 그와 지내보면 친절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데이비드는 암을 이겨내려 끝까지 노력했다”며 “우리도 그가 완쾌하리라 믿었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조금 과장하면 데이비드가 죽었을 때 세상이 무너진 것 같았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화이트는 “결혼식을 준비하면서 데이비드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졌다”며 “초대손님 명단에 데이비드의 이름이 없다는 것은 가슴을 저리게 했다”고 말했다. 그는 명단에 친구가 없다면 자신이 직접 찾아가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화이트는 단체사진 촬영이 남들에게는 보잘것없어도, 자신들에게는 뜻깊은 일이었다고 했다. 특히 그는 사진을 찍게 해준 학교 관계자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많은 분들 덕분에 저와 친구들은 감동적인 순간을 만끽할 수 있었어요. 학창시절을 함께 보낸 이들과 결혼식 사진을 장식할 수 있었죠. 저와 제 친구들은 하나의 끈으로 묶였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 끈은 데이비드고요.”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사진=영국 미러 캡처
세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