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군사령관 화상통화 "군사 충돌은 피하자" 합의

동남아 友軍 만들기 작전… 내달 앞다퉈 순방 나서

존 리처드슨 미 해군 참모총장과 우성리(吳勝利) 중국군 해군사령관은 29일 화상 통화를 갖고 "양국 군이 해상에서 접근할 때는 반드시 (군사) 규범을 지켜 오판에 의한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중국신문망이 30일 보도했다. 중국군 함대가 다음 달 3일 미 플로리다에 입항하고, 해리 해리스 미 태평양사령관이 2~5일 방중(訪中)하는 일정도 예정대로 진행될 예정이다. 남중국해의 미·중 군사 충돌 위험은 고비를 넘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신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다음 달 앞다퉈 동남아 국가들로 달려간다. 미·중의 남중국해 갈등이 무력 과시에서 총성 없는 외교전으로 바뀌는 양상이다. 시 주석은 남중국해 영유권을 놓고 중국과 부딪히는 베트남을 다음 달 5~6일 국빈 방문한다. 베트남은 작년 5월 중국이 남중국해에 원유 시추선을 설치하자, 초계함과 어선 수십 척을 돌진시키며 저항했다. 그러면서 적대국이던 미국과 손을 잡았다. 마틴 뎀프시 미 합참의장은 그해 8월 호찌민을 방문해 "베트남에 대한 무기 금수 조치를 풀려고 한다"고 말했다.

베트남은 필리핀과 달리 미·중 사이에서 줄타기 외교를 벌이고 있다. 지난 9월 중국의 전승 70주년 열병식에는 쯔엉떤상 국가주석이 참석하기도 했다. 시 주석은 경제 협력 카드로 베트남의 팔을 끌어당길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이 미국 편에 서는 것은 최소한 막겠다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다음 달 18~19일 필리핀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가한다. 이어 말레이시아에선 동남아국가연합(ASEAN) 및 동아시아 정상회담에 참여한다. 특히 필리핀은 남중국해 갈등에서 미·일의 최대 우군(友軍)이다. 베트남과 달리 중국과 협상을 모색하지 않는다. 필리핀이 지난해 22년 만에 다시 미군 기지를 허용한 것도 미국의 힘을 빌려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의도다. 오바마 대통령은 동남아 순방 기간 일본·필리핀을 중심으로 '반중(反中) 전선'을 구축하려고 할 가능성이 있다. 시 주석도 필리핀 APEC 참석을 검토하는 만큼 필리핀에서 미·중 정상의 남중국해 외교전이 불을 뿜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미·중의 외교 전초전은 다음 달 2~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아세안 확대 국방장관회의(ADMM Plus)가 될 전망이다. 아세안 10개국과 한·미·중·일 국방장관이 참석하는 이번 회의는 남중국해 분쟁이 최대 이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날 "남중국해 주변국은 미·중이 충돌하는 상황에서 어느 편을 들기가 조심스러운 상황"이라고 했다. 미국이 '항행 자유'를 앞세워 중국의 영유권 주장을 무력화하는 것은 내심 반기면서도 중국과는 경제적으로 밀접하게 엮여 있기 때문이다.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