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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스르르 눈 감기는 맛

[기타] | 발행시간: 2012.04.28일 04:31

조은미씨가 직접 만든 시나몬롤(위).

'장비병'이라고 들어봤나? 무엇을 시작하든, 일단 '장비' 장만에 목숨 건다. 이렇게.

이탈리아 요리를 제대로 해볼까? 잠시 작정했다. 요리책에 적힌 레시피대로 일단 스파게티 면을 삶고 소스를 끓이는 게 아니라, 스파게티를 만들기 위한 장비 일체를 탐구하고 구색을 갖추기 위해 매진한다. '이탈리아 본사 현지에서 생산된' 스파게티 집게라던가(어쩐지 올록볼록 굴곡 라인이 심상치 않았어. 저 지중해를 느끼게 하는 라인 좀 봐!), 손잡이를 잡고 드르륵드르륵 돌리면 눈처럼 하얀 치즈 가루가 함박눈처럼 쏟아지는 '치즈갈이'라던가(김장용 생강도 아닌데, 역시 치즈는 이런 데 갈아줘야지? 강판에 벅벅 가는 것과 차원이 다르네), 토마토를 갈아주는 푸드밀이라든가(체에다 문지르던 날들이여 안녕!) 이런 장비들을 마구 사들이기 시작한다.

그런데 장비병이 괜히 장비병인가? 그 순간, 그 아름다운 장비를 이용해 만들 요리에 대한 열정은 꺼진다. 피시식. 피곤이 몰아친다(장비 고르느라 힘들었다). 그리하여 멋진 장비만 부엌 한쪽에서 덩그러니 나부낀다. 치즈갈이? 장식용이자 기억의 습작용이다. 이탈리아제 스파게티 집게? 대롱대롱 매달려 올록볼록 집게 라인을 빛내며 잘 놀고 있다. 가끔 라면 덜어 먹을 때 유용하다. 이탈리아 요리? 귀찮다. 그냥 이것저것 다 넣고 푹푹 끓이면 되는 김치찌개가 최고다. 아, 나는 왜 이러냐? 이래서 나는 인터넷이 싫다. 옛날엔 돌아다니기 귀찮아서 안 샀는데 이젠 손가락만 까딱하면 만사 오케이다. 살림 거덜나게 생겼다.

지름신 바이러스엔 식신 백신이 최고

원래 식신도 지름신과 만나면, 대책 없다. 그 아들내미가 바로 장비병이요, 지름신은 장비병의 어머니다. 그래서 일찍이 우리 어머니 가라사대, 원래 요리 못하는 것들이 '장비' 타령하고 있다고 하셨다. 나를 지그시 바라보시면서.

요즘 병이 도졌다. 베이킹을 하랬더니, 빵을 올려놓을 아름다운 접시 생각에, 케이크를 담아 올릴 케이크 접시 생각에 가슴이 뛴다. 이러다 나 혼자 애프터눈 티파티라도 하게 생겼다. 온갖 다국적 접시를 쟁여놓고.

오늘도 필 받아 만든 시나몬롤을 지그시 베어 물며 생각한다. 솜사탕이 울고 갈 만치 이 폭신폭신한 촉감하며 한입 베어 물 때마다 지그시 감겨오는 시나몬의 달콤한 향이 이국적으로 아름답다는 생각 같은 건, 두 번째다. 사고 싶다. 갖고 싶다. 구스타브스베리, 캐서린홀름(그릇 브랜드). 그곳에 가고 싶다. 핀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그게 다 시나몬롤 때문이고, 영화 <카모메 식당> 때문이다. 영화는 볼 때마다 어찌나 아름다운지 가슴이 다 뛴다. 그 싱그럽고 고즈넉한 핀란드 숲속과 복작대지 않고 여유로운 북유럽의 차갑게 시린 운치가 아름다워서라고 말하면 물론 거짓말이고, 아, 내 눈엔 왜 이리 아름다운 북유럽 접시ㆍ냄비ㆍ프라이팬ㆍ커피잔만 보이는 거냐? 앗, 저건 '아라비아 핀란드' 아냐? 저 무심히 주방 옆 선반에 올려져 있는 빨간 포트는 아라비아 핀란드가 틀림없다. 시나몬롤을 담아내는 저 소용돌이 모양 같은 푸른색 접시는 뭐더라? 영화를 볼 때마다 가슴이 뛰고 속이 쓰리다. 이젠 멋진 남자를 보고 가슴이 뛰는 게 아니라, 맛있어 보이는 음식이나 멋진 그릇을 봐야 가슴이 뛴다. <카모메 식당>은 눈을 뗄 수 없다. 다시 보고 싶다. 카모메 식당. 그리고 다시 먹고 싶다. 시나몬롤. 시나몬롤은 향긋한 시나몬가루를 뿌린 구름빵이다. 겉은 파삭하고 속은 폭신하다. 거기다 지름신 바이러스엔 식신 백신이 최고다.

그런데 누굴까? 빵 사이에 시나몬가루를 뿌릴 생각을 한 사람이? 물론 시나몬롤의 진짜 원조는 이집트 미라일지도 모른다. 이집트인들은 미라를 만들 때, 시체의 뇌와 내장을 몽땅 제거한 뒤 거기에 몰약, 계피(시나몬) 같은 향신료를 채워넣고 다시 꿰맸다. 그러니까 미라는 시나몬으로 채워진 시체인 셈인데, 이름 붙이자면 시나몬 보디랄까? 그뿐 아니다. 로마인들은 아예 시나몬이 거대한 흡혈 박쥐가 지키는 늪지에서 자란다고 믿었다.

어쨌든 시나몬롤은 맛있다. 특히 오븐에 구울 때 퍼지는 향기는… 으음. 말할 수 없다. 저절로 눈이 감긴다.

쉽게 맛있게 시나몬롤 만들기

영화 <카모메 식당>(위)을 보면 시나몬롤을 먹고 싶은 생각을 참을 수 없게 된다.

●재료

강력분 250g, 소금 2g, 설탕 30g, 우유 120㎖, 생이스트 15g(드라이이스트는 7g), 달걀 50g(중간 크기 1개), 버터 60g, (필링용) 버터 25g, 계핏가루 7g, 흑설탕 50g, (윤기내기용) 달걀 1개, 소금 한 꼬집.

● 만들기

① 큰 볼에 밀가루(강력분)를 체친다. 체친 밀가루에 소금ㆍ설탕을 체쳐넣는다. 드라이이스트도 휙 붓는다(생이스트를 쓴다면 생이스트는 따뜻한 우유에 녹인다).

② 우유를 데운다. 손가락을 넣어봤을 때 미지근한 정도까지만 데운다. 우유가 뜨거우면 이스트가 죽는다. 데운 우유에 달걀을 넣고 섞는다.

③ 체친 밀가루 가운데 움푹 파이게 구덩이를 판다. 거기에 우유, 달걀물을 붓는다. 손가락으로 살살 저으며 섞어준다. 질척하게 섞이면 뭉쳐준다. 수제비 반죽 뭉치는 것과 같다.

④ 테이블 위나 넓은 도마 위에 밀가루를 조금 휘휘 뿌리고 그 위에 반죽을 올려놓고 치대며 반죽한다. 수제비 반죽처럼 하되, 빨래하듯 쭉 밀어준다. 왼손으로 반죽을 부여잡고 오른손은 빨래하듯이 밀가루 반죽을 쭉 밀어준다. 늘어난 반죽을 다시 뭉쳐서 또 미끄러뜨린다.

⑤ 실온에 둬서 말랑하게 만든 버터를 조금씩 더해가며 계속 반죽한다.

⑥ 반죽을 조금 떼서 양손으로 쭉 늘려본다. 잘 씹은 풍선껌을 불었을 때처럼 반죽이 얇게 양쪽으로 늘어나며 하얗게 늘어난 부분이 얇은 창호지처럼 비친다면 반죽이 된 것이다.

⑦ 동그랗게 말아 큰 볼에 넣고 랩으로 꽁꽁 싸맨 뒤에 따뜻한 곳에 놔둬 발효시킨다. 동그랗게 말아둔 반죽이 두 배 정도 부풀어 오를 때까지 놔둔다(사진).

⑧ 그 사이 시나몬롤에 들어갈 속 재료, 시나몬 가루와 흑설탕을 섞는다.

⑨ 반죽이 거의 부풀었을 무렵, 버터를 녹인다. 그저 버터가 주르륵 흐를 정도로만 살짝 녹인다.

⑩ 반죽이 두 배 크기로 부풀었으면 반죽을 도마나 깨끗한 조리대 위에 올려놓고 2, 3분가량 치댄다. 피식피식 가스 빠지는 소리가 들린다.

⑪ 밀대로 반죽을 얇게 민다. 가로 30㎝, 세로 20㎝, 두께 5㎜ 정도 되게 민다.

⑫ 직사각형으로 민 반죽 위에, 깨끗한 브러시로 녹인 버터를 살살 발라준다.

⑬ 그 위에 시나몬과 합친 흑설탕 가루를 꼼꼼히 골고루 뿌린다(사진).

⑭ 김밥 말듯이 반죽을 돌돌 만다. 다 말았으면 김밥 자르듯이 칼로 숭덩숭덩 자른다. 8등분이다. 영화 <카모메 식당>처럼 폼나는 모양을 원한다면 사다리꼴로 자른다. 칼을 지그재그로 자른다.

⑮ 다시 따뜻한 실내에 놓아둔다. 2차 발효다. 두 배 정도 부풀게 둔다.

⑯ 슬슬 오븐을 예열한다. 오븐 온도는 200℃.

⑰ 부푼 반죽에 소금 살짝 친 달걀물을 바른다. 반짝반짝 윤이 나게 하기 위해서다.

⑱ 오븐에 20분 정도 굽는다. 색깔이 골든브라운으로 될 때까지 굽는다. 오븐에 따라 시간은 조금씩 다르다.

조은미 (자유기고가, 런던 르코르동블루 파티스리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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