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SBS '육룡이 나르샤'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고려 최고의 가인(歌人)인 줄 알았던 한예리가 베일에 싸인 무림고수 척사광이었다. 소 열 마리 때려눕힌 역대급 '소오름'. 덕선(혜리)의 남편 찾기 부럽지 않은 반전이다.

지난 11일 오후 방송된 SBS 월화드라마 '육룡이 나르샤'(김영현·박상연 극본, 신경수 연출) 29회에서는 왕위를 벗어나기 위해 여인 윤랑(한예리)과 함께 도망가는 왕요(이도엽)의 모습이 그려졌다.

왕요로부터 청혼을 받고 행복한 결혼식을 꿈꾸는 가인 윤랑은 혼례식에 착용할 예복과 장신구를 맞춰보며 잔뜩 들떠있었다. 하지만 이런 윤랑의 단꿈은 오래가지 않았다. 정몽주(김의성)가 왕요를 차기 왕으로 내세울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 이를 알게 된 왕요는 눈물을 흘리며 윤랑에게 "함께 도망가자"고 제안했고 윤랑 역시 왕요의 손을 잡고 고려를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안타까운 두 사람은 그날 저녁 도주를 시도했고 이를 안 무명 세력의 실세 육산(안석환) 선생은 왕요의 다리에 독침을 쏴 그를 쓰러트렸다. 독이 온몸으로 퍼지기 시작한 왕요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상황에 처했고 이때 육산이 왕요 앞에 나타나 해독제를 건네며 조건을 걸었다. 바로 "왕이 돼 고려를 구하소서"라는 것. 윤랑은 "어서 드셔요. 그저 사셔야 합니다. 공께서 안 계시면 저도 죽습니다. 어느 쪽이든 살아야 그다음이 있는 것이 아닙니까"라며 "공께서 가고자 하면 어디든 갈 수 있다"고 해독제를 마시라 애원했지만 왕요는 쉽사리 먹을 수 없었다. 무명의 왕이 될 처지에 놓인 왕요는 굴복할 수 없어 끝까지 버텨보려 했다.

엎친 데 덮친 격 이방원(유아인)이 심어놓은 자객은 위험에 빠진 왕요를 습격했다. 자객들은 해독제를 든 왕요의 심복을 그 자리에서 사살했고 해독제는 공중으로 떠올랐다. 이때 나선 이가 바로 윤랑이었다. 윤랑은 심복의 칼을 뽑아들고 공중에 떠오른 해독제 그릇을 칼끝으로 받아냈다. 이어 윤랑은 자신들을 공격하는 이방원의 자객을 단번에 베어냈다.

사진=SBS '육룡이 나르샤'

자객을 사살한 윤랑은 해독제를 들고 왕요 앞에 무릎을 꿇으며 "일단 드셔요. 제가 다 말씀드리겠습니다"라고 재촉했다. 왕요는 "지금 내가 본 것이 무엇이냐? 너도 날 속인 것이냐?"라며 놀랐다.

윤랑은 "속인 것이 아닙니다. 그저…, 칼을 잡고 사는 게 사람을 죽이는 게 싫어서 그래서 말씀 못 드렸습니다. 다른 의도는 없습니다"고 눈물겨운 사연을 고백하기 시작했다. 그는 "예전에 다른 이름이 있었습니다. 척사광…"이라며 자신을 소개했다.

같은 시각 이방지(변요한)와 무휼(윤균상), 홍대홍(이준혁)은 척사광으로 의심했던 자의 시신을 찾았다. 과거 척가 집안에서 일했던 홍대홍은 죽은 이의 얼굴을 확인했지만 충격적이게도 그는 척사광이 아니었다. 홍대홍은 "이자는 척사광이 아닙니다. 척사광은 계집이니까"라며 "아무리 오래됐어도 사내, 계집 구분을 못 하겠소? 이 자는 척사광의 오라비인 것 같습니다"고 밝혔다.

척사광의 베일이 벗겨진 가운데 윤랑은 왕요를 향해 "제가 공을 지킬 겁니다. 칼을 잡고 사는 게 너무 끔찍하지만 그렇게 하겠습니다. 공께 도움이 된다면 함께 싸우겠습니다. 그러니 어서 드셔요"라고 눈물을 글썽였다.

그야말로 '식스센스' 콜 세어, '유주얼 서스펙트' 카이저 소제를 능가하는 역대급 반전을 선보인 '육룡이 나르샤', 그리고 한예리의 실체였다.

27회 중반 등장한 한예리는 세상을 홀릴 정도로 고혹적인 춤사위와 아름다운 미색으로 눈부신 존재감을 드러냈다. 고려 최고의 절세미인 윤랑이라는 수식어답게 행동 하나하나 기품이 넘치고 고혹적인 매력을 발산했다. 그랬던 그가 고려 최고의 무림 고수 척사광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며 시청자의 소름을 돋게 했다. 시청자는 그동안 홍대홍을 척사광 후보로 손꼽았던 상황, 생각지도 못한 허를 찌른 것이다.

길선미(박혁권)를 시작으로 하륜(조희봉), 연향(전미선) 등장까지 반전의 반전을 더한 '육룡이 나르샤'는 척사광 카드로 한예리를 선택해 또 한번 파란을 일으켰다. 다만 과거 장삼봉(서현철)의 제자를 죽인 인물이 척사광인만큼 나잇대가 한예리와 맞지 않아 개연성이 떨어진다는 평도 있지만 이런 아쉬움마저 덮을 만큼 충격적인, 놀라운 반전이었다.

최근 tvN '응답하라 1988'의 덕선(혜리) 남편을 두고 김정환(류준열)이냐, 최택(박보검)이냐 시끌시끌한 가운데 마치 '덕선의 남편은 류동룡(이동휘)다'만큼 쇼킹한 반전 장면이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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