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업으로 이뤄진 셰일업계, 감산합의 불가능
【서울=뉴시스】강덕우 기자 = 국가재정의 95%를 석유와 천연가스 수출로 충당하는 베네수엘라가 원유 감산을 호소하고 나섰지만, 막상 공급과잉을 일으킨 주체들은 이를 철저하게 외면하고 있다.
31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유가하락에 제동을 걸기 위해 석유수출국기구(OPEC) 등에 감산을 요청하고 나섰지만, 석유 전문가들은 베네수엘라의 호소가 "씨알도 먹히지 않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마두로 대통령은 지난 1월 26일 "에울로지오 델 피노 석유장관에게 OPEC 회원국과 비회원국을 순방하라고 지시했다"며 "유가하락을 막기 위한 공조를 호소할 예정"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힌 바 있다.이에 따라 델 피노 장관은 1일 러시아 모스크바를 시작으로 카타르, 이란, 사우디아라비아를 순방할 예정이다.
국제유가 폭락으로 부도 직전 수준에 다다른 베네수엘라는 오래전부터 OPEC 회원국들에 감산가 유가 안정을 요구해왔지만, 공급과잉을 일으켜온 러시아와 미국, OPEC 등은 감산은커녕 오히려 산유량을 늘려왔다.
석유시장 전문가들은 대표 산유국들이 '석유 치킨게임'에서 한 치도 물러나지 않는 상황을 애초에 원유공급 사태를 일으킨 미국 셰일업계 탓으로 돌렸다.
이들은 셰일업계는 주기적으로 모임을 하는 OPEC과 러시아와 달리 수천개의 사기업들로 이뤄지고 글로벌기업들과 이해관계가 얽혀있으므로 집단적 감산합의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한 셰일기업이 저유가를 못 이겨 생산량을 줄인다고 해도 다른 기업이 이를 메꿀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OPEC과 러시아가 먼저 석유생산량을 줄여 시장점유율을 잃을 수 있는 처지도 아니다.
카마르에너지의 로빈 밀스 최고경영자(CEO)는 "(OPEC의 맹주 사우디가) 산유량을 줄이기 위해 러시아나 베네수엘라와 논의를 할 수 있다"면서도 "미국 셰일업계와는 대화할 수조차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시장 조건에선 베네수엘라가 (미국·러시아·OPEC이) 어떤 합의에 도달할 수 있도록 설득할 확률은 희박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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