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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겨울이 지나면 봄이 온다

[흑룡강신문] | 발행시간: 2016.05.17일 09:28
(할빈) 최화숙

  (흑룡강신문=하얼빈) 지난 겨울은 유난히도 추웠다. 그 추운 겨울의 기나긴 터널을 지나 봄이 우리 곁으로 다가오는가싶더니 이틀전 느닷없이 내린 눈비가 봄이 오는 들목을 꽁꽁 얼어붙여 온 길거리를 빙판으로 만들어 놓았다. 그럼에도 계절은 용케도 맞추어 정해진 리듬으로 주어진 속도로 봄이 찾아오나부다.

  남쪽 창문앞 고목나무 가지에 어느새 물살이 오르고 연두빛을 보이고 있다. 저쪽 빛이 잘 보이는 양지쪽의 나무들은 봄옷을 갈아입고 있는데 이쪽 음달쪽엔 아직 눈이 두껍게 다져있다. 이 눈속에는 어떤 풀들이 숨어있을가? 어떤 모습으로 봄을 기다리며 인고의 고통을 겪고 어둡고 추운 빙하의 나날을 보낼가 하는 생각에 마음이 짠하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얼음속에서도 생명을 잃지 않고 소생의 날을 기다리고 있는 풀꽃들이 참 대견스럽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제 한국 텔레비방송에서 강연을 하던 청년이 생각난다. 가수가 꿈이였고 배우가 꿈이였다는 그 청년은 어려서부터 알콜중독환자인 아버지를 돌보느라 학업마저 그만두지 않을수 없었다. 자신의 꿈이란 엄두도 내지 못한채 가장의 중임을 메고 생계를 위해 막로동에 종사하였다. 그러다가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자 가슴속에 잠자고있던 꿈이 새록새록 살아나기 시작했다. 워낙 영준한 얼굴에 카리스마 있는 모습에 유머가 넘치는 그는 누가 봐도 연기자로서의 손색이 없었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고나 할가, 한번의 대형 화재로 청년은 그만 꿈도 희망도 깡그리 잃고 말았다. 화재전의 그의 모습과 대비해보고는 눈물을 흘리지 않는 사람이 없었지만 그는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그는 태연스럽게 유머로 사람들을 웃기려 하였다.

  우리가 평시에 주방에서 료리를 하다가 작은 화상을 입어도 그렇게 따갑고 쓰린데 전신의 살이 다 타버린 청년은 오직 목숨이 붙어있다는 존재의 리유로 삶을 포기하지 않았다. 8개월동안 그는 28번의 큰 수술을 받았다. 뼈속까지 아픈 고통을 참고 견디면서도 그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입과 코로 숨을 쉴수 없어 성대쪽에 호수를 꼽고 음식물을 투입하고 숨을 쉬고 말소리를 낼수 있었다. 그런데 얼마 지나면 이 성대마저 제거하게 되여 다시는 말을 할수 없다고 하였다.

  병원에서의 8개월동안 주변 환자들의 죽음을 목격하면서 자신도 생사의 갈림길을 수백번 오르내리면서 생각한건 이제 연기자로 가수로 사람들앞에 설수 없다면 내가 직접 작사하고 기획서를 써서 다른 연기자들에게 주면 된다란 생각을 하게 되였다는것이다. 이식을 받은 두손가락, 눈까풀마저 다 타버려 감을수 없는 눈알의 통증을 한손으로 누르고 다른 한손으로 필을 잡고 세상을 쓰고 아픔을 쓰기 시작했다. 벌써 십여편의 기획서들이 그의 손을 거쳐 세상밖으로 나오게 되였다. 그는 지금 이렇게라도 말을 할수 있을 때 사람들앞에서 자신이 작사 작곡한 노래를 불러 보았다. 비록 석쉼한 목소리로 힘겹게 흘러나오지만 그의 목소리는 너무 평온하고 밝았다.

  우리가 세상을 살다보면 어느 누구에게나 예고없이 찾아오는 불행으로 이런 저런 고통을 겪지 않을수 없다. 순간의 아픔을 견디지 못하고 절망속에서 삶을 포기 해버리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많이 목격한다. 그럴때면 참 마음이 아프다. 이 눈속의 풀 한포기도 그 어둡고 추운 땅속에서 봄이 오면 소생하기 위해 모지름을 쓰는데 하물며 우리 인간이 역경과 시련을 감내할수 없어 보귀한 생명까지 함부로 한다면 비극이 아닐수 없다.

  다가온 운명 앞에서 포기하지 않고 다른 돌파구를 찾아 자신의 끼와 열정으로 꿈을 펼쳐가는 청년처럼 오늘도 삶의 뒤안길에서 불황의 날을 지새며 두려움에 떨고있는 사람들도 희망과 용기만 잃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따뜻한 봄빛을 볼수 있지 않을가싶다. 추운 겨울이 지나면 반드시 따뜻한 봄이 오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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