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바오닷컴 ㅣ 한태민 기자] 야심차게 중국 모바일 결제시장에 진출한 애플페이(Apple Pay, 중국명 苹果支付)가 세간의 예상대로 현지 업체에 밀려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중국 경제전문지 매일경제신문(每日经济新闻)는 '애플페이 중국 입성 100일, 결제 삼분천하 했는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애플페이가 지난 2월 18일 중국시장에 진출했을 때만도 대중은 큰 기대를 가졌지만 현재는 알리페이(支付宝), 웨이신페이(微信支付) 등과 '삼분천하'를 형성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7일부로 애플페이는 중국시장에 진입한지 100일이 지난 상황에서 이미 18개 중국 주요 은행과 협력관계를 맺고 각종 프로모션 활동을 했지만 현재까지 '애플+은행카드' 모델이 결제시장을 주도하지 못하고 있다.
신문은 이같은 주요 원인으로 애플페이가 선천적으로 가지고 있는 인프라의 한계를 꼽았다.
우선 지난 2월 18일 애플페이를 시작한 후 그날에만 연동된 은행카드가 3천8백만장에 달했다. 지난 2015년 말 기준으로 중화권 지역에서 판매된 아이폰6 이상 기종이 8천219만대인 것을 감안하면 3분의 1 이상이 애플페이를 등록한 것으로 그 수가 결코 적지 않다.
하지만 결제가능 장소는 턱없이 적다. 알리페이와 웨이신페이의 경우에는 QR코드를 이용해 길거리 노점상에서도 결제가 가능하며 최근 중국인들이 자주 이용하는 '디디외출(滴滴出行)' 등 콜택시, 차량공유 앱에서도 간편하게 결제할 수 있지만 애플페이는 이같은 서비스가 불가능하다.
신문은 "기자가 까르푸(家乐福) 매장에서 물건을 살 때는 알리페이, 웨이신페이, 애플페이 모두 사용이 가능했으나 다른 소형 매장에서는 애플페이를 사용할 수 없었다"며 "심지어 적지 않은 매장에서 '애플페이'와 관련해 물어보면 대다수가 '이를 지원하지 않는다' 또는 '들어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더욱이 알리페이, 웨이신페이는 QR코드를 이용해 결제가 가능하기 때문에 특별한 단말기가 필요없는 반면 애플페이는 근거리무선통신(NFC)를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상점 내 이를 지원하는 포스(POS) 단말기가 반드시 필요하다.
업계 전문가는 "최근 다른 경쟁사인 삼성, 화웨이(华为)가 앞다퉈 QR코드를 이용한 결제방식을 도입한 것도 이같은 시장환경과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중국전자비즈니스연구센터 인터넷금융부 천리(陈莉) 애널리스트는 "애플페이가 중국에서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현재의 고액 소비모델에서 중저가 소비모델로 전호나해 새로운 고객을 축적해야 하며 이미 알리페이, 웨이신페이가 온오프라인 결제시장을 장악하고 있는만큼 애플페이가 자체적으로 고객의 사용을 유도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알리페이, 웨이신페이는 단순한 결제도구가 아닌 생활서비스 플랫폼으로 자리잡은 반면 애플페이는 오로지 모바일지갑으로서의 기능밖에 하지 못한다"며 "애플의 협력사인 인롄(银联)의 입장에서도 이는 기대했던 효과를 내지 못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