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작 논란 중심에 서 있는 그림 ‘미인도(사진)’가 25년 만에 공개됐다. 검찰은 물감 성분 분석, 엑스레이 검사 등을 동원하며 수사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미인도를 소장해 온 국립현대미술관은 8일 이 그림을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배용원)에 제출했다. 현대미술관 직원들은 이날 오전 미인도를 현대미술관 지하 수장고에서 꺼내 특수포장을 한 뒤, 특수차량으로 운반해 검찰에 직접 인계했다.
미인도는 1991년 전시회에 출품되면서 세상에 처음 공개됐다. 당시 그림을 소장했던 현대미술관은 이 그림을 고(故) 천경자 화백의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작품을 직접 본 천 화백은 “내가 그린 그림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반면 화랑협회를 비롯한 미술계는 자체 감정을 통해 이 그림이 천 화백 작품이라고 반박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국립현대미술관은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수장고에 25년 동안이나 보관해 왔다.
이후 잠잠했던 ‘위작 논란’은 지난해 천 화백이 별세하면서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천 화백의 차녀 김정희씨는 지난 4월 현대미술관장을 비롯한 6명을 사자 명예훼손과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검찰은 진위 판별을 위해 작품을 정밀 감정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최근 현대미술관 측에 문제의 미인도를 제출해 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현대미술관 측도 검찰 요청을 적극 수용해 ‘임의제출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수사가 신속하게 진행돼 위작 논란에 종지부를 찍고 싶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림을 확보하면서 위작 논란 수사는 활기를 띨 전망이다. 검찰은 인도받은 미인도가 천 화백의 화법과 일치하는지 등을 따지는 미학적 검증을 실시할 예정이다. 미인도에 사용된 물감 성분을 분석하고, 엑스레이와 적외선 검사와 같은 과학적 검증도 병행할 방침이다.
외국에 머물다 최근 입국한 김씨는 이날 검찰에 출석해 고소인 조사를 받았다. 김씨는 “미인도 위작 사건은 어머니에게 큰 고통을 안겨줬다”며 “검찰 수사가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