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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검 신드롬은 멈추지 않는다

[기타] | 발행시간: 2016.10.20일 08:00

배우 박보검/사진=이기범 기자

배우 박보검 신드롬이다.

박보검 신드롬은 지난해부터 조짐을 보였다. 박보검은 지난해 11월 케이블채널 tvN 금토드라마 '응답하라 1988'로 화제의 중심에 섰다. 천재 바둑기사이지만 친구들이 챙겨줘야 할 정도로 허당인 최택 역을 맡은 박보검은 데뷔 이래 가장 많은 주목을 받았다. 박보검은 지난 2011년 영화 '블라인드'로 데뷔, '각시탈', '원더풀 마마', '참 좋은 시절', '내일도 칸타빌레' 등 다수의 작품에서 안정적인 연기를 펼쳤지만 '응답하라 1988'만큼 주목받은 적은 없었다.

물론 박보검만을 위한 스포트라이트는 아니었다. 박보검은 이를 '쌍문동 친구들'인 류준열, 혜리, 이동휘, 고경표 등과 나눠 가져야 했다. '응답하라 1988'은 젊은 피인 쌍문동 5인방과 중장년층을 대변한 성동일, 이일화, 라미란, 김성균 등이 있어 가능했다. 많은 이들이 뭉친 시너지가 있었고 한 명 한 명 제 역할을 했다는 뜻이다.

진짜 박보검의 진가가 드러나는 순간은 '응답하라 1988' 이후가 될 터였다. 출연만 하면 스타덤에 오르는 '응답하라' 시리즈지만, 출연진은 차기작에서는 그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거두곤 했다. 이에 '응답하라' 시리즈 출연자의 차기작은 실패한다는 '응답하라'의 저주라는 말까지 나왔다. 3연속 성공한 '응답하라' 시리즈란 브랜드의 힘이 상당하고 출연진은 딱 어울리는 캐릭터를 맡기에 누구든 '응답하라' 시리즈를 넘는 차기작을 만드는 건 불가능하다는 얘기도 있었다.

하지만 박보검은 주저하지 않았다. 박보검은 '응답하라 1988'이 종영한 지 2개월도 채 되지 않아 차기작을 선택했다. 바로 KBS 2TV 월화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 박보검은 왕세자 이영 역을 맡아 도전에 나섰다. '구르미 그린 달빛'은 왕세자와 남장 내시의 로맨스를 다룬 작품이다. 남장 여자의 로맨스만 따지자면 그동안 '커피프린스 1호점', '성균관 스캔들' 등 다수의 작품에서 그려져 왔기에 큰 기대를 모으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박보검은 '구르미 그린 달빛' 속 남장 여자와 로맨스마저 기존과 다르게 바꿨다. 남장을 한 홍삼놈(김유정 분)와 벌인 발랄한 로맨스부터 왕세자로서 유약한 아버지를 바라보는 슬픔까지 그려낸 박보검에게서 전작의 이미지는 찾아볼 수 없었다. 왕세자의 옷을 알맞게 입은 박보검에게서 나온 대사들은 모두 명대사가 됐다. 대사 자체도 힘이 있었지만 박보검의 연기가 더해져 파급력을 키웠다. "이영이다. 내 이름은"부터 "불허한다. 내 사람이다"까지. 손에 꼽을 수 없는 수많은 명대사들이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극이 전개되면서 이영은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가 역적의 딸임을 알고 갈등해야 했고 사랑하는 여자와 친구, 가족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며 고군분투해야 했다. 어떤 일에도 사랑하는 여자를 놓지 않는 이영의 선택은 박보검의 연기에서 더욱 설득력을 얻었다.


배우 박보검/사진=홍봉진 기자

'구르미 그린 달빛'은 종영했지만 드라마의 인기는 고스란히 박보검에게 옮겨갔다. 박보검은 드라마 종영 직후 팬들과 만나 그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 모두에게 보여줬다.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복궁 흥례문 광장에서 KBS 2TV 수목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 종영 기념 팬사인회가 진행됐다. 이는 박보검의 시청률 20% 공약 이행을 위해 진행된 행사. 팬사인회에 추첨된 200명의 인원과 박보검을 비롯한 출연진을 지켜보기라도 하려는 이들까지 모여 인산인해를 이뤘다. 현장 관계자 추산 500명이 훌쩍 넘는 인원이 흥례문 광장에 집결했다.


'구르미 그린 달빛' 팬사인회에 모인 인파/사진=홍봉진 기자

박보검부터 김유정, 진영, 곽동연까지. '구르미 그린 달빛'으로 큰 사랑을 받은 이들이 한자리에 모였지만 이 중 팬들의 열렬한 반응을 이끌어낸 건 다름 아닌 박보검이었다. 박보검의 한마디에 경복궁은 들썩였다. 1시간여의 팬사인회가 끝나고 박보검은 마지막 인사를 하며 "이영이다"라고 말했다. "이영이다. 내 이름은"이란 이영의 명대사를 떠올리게 했다. 팬들은 박보검의 팬서비스에 아쉬움을 뒤로 한 채 환호로 화답했다.

박보검이 떠난 뒤에도 경복궁에선 박보검을 본 팬들의 이야기가 멈추지 않았다.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몰린 탓에 박보검을 제대로 보지 못해 아쉬움을 토로하는 팬부터 박보검의 실물이 어땠는지 대화를 주고받는 팬들까지 각양각색의 대화들이 오갔지만 주제는 박보검이었다. 많은 드라마를 거쳐 '응답하라 1988', '구르미 그린 달빛'으로 완성된 박보검 신드롬이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임주현 기자 imjh2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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