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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음문화칼럼] 주고받음, 호혜성과 우리네 삶

[흑룡강신문] | 발행시간: 2016.11.17일 08:16
  (흑룡강신문=하얼빈) 생각해보면 태여나서 죽을 때까지 우리네 삶은 그야말로 주고받음의 련속이라 할수 있다. 부모가 자녀에게 생명을 주고 성장을 지켜주며 자녀는 부모의 로후를 돌봐드리고 생을 마감해드리며 사후의 령혼을 기리는 제사를 봉양한다. 형제자매 사이에는 혈육의 정을 나누고 타인에게서 받은 물질적, 로동적, 정신적 지지에 대해서는 그와 동등한 혹은 그 이상의 보답을 한다. 주고받음이 없는 사회란 존재하지 않으며 우리는 늘 주고받음속에서 살아간다고 할수 있다.

  지난 금요일만 봐도 그렇다. 근 천억원을 훌쩍 넘긴 매출액, 안해의 23만원 거액쇼핑으로 인한 어느 젊은 남편의 기막힌 쇼크사 등등 엄청난 수치들과 자극적인 사연들로 온 중국이 떠들썩했던 “솔로의 날(光棍节)”온라인쇼핑데이. 화페와 물질의 랭정한 교환이 열광적으로 이루어지는 매년 11월 11일이지만 어린 친구들한테는 또 다른 의미를 지닌 하나의 기념일이기도 하다. 근래에 와서 한국의 영향을 받아 조선족 특히 중소학생, 대학생들이 친구나 련인 사이에서 “빼빼로”과자를 주고받음으로써 서로의 친밀성을 표현하고 재확인하는 날자로 자리매김한 이날은 사실상 기업이 만들어낸 또 다른 “데이마케팅”이라는 본질은 희석된채 인간관계의 따뜻함만이 부각되고있다.

  이렇듯 상부상조와 같은 고유의 주고받음 외에도 “크리스마스”, “발렌타인데이” , “화이트데이”, “빼빼로데이”와 같이 서양이나 종교적명절 그리고 기업들의 교묘한 상술에 의한 각양각색의 기념일, 심지어 위챗에서의 댓글 달기에 숨겨진 교환의 심리전까지 우리 삶속의 류형, 무형의 주고받음은 날이 갈수록 그 명목이 번다해진다.

  프랑스 인류학자 마르셀 모스(Mauss)는 이미 오래 전에 “증여론”(1925)을 통해 선물을 주고받는 교환체계가 인간관계의 중요한 기초로 작용한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즉 인간은 “주고”, “받고”, “갚는” 련쇄속에서 주위의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만들어가며 호혜성은 그러한 교환을 규정하는 가장 중요한 원칙이라고 해석한다.

  한편 마샬 살린즈(Sahlins, 1972)는 사회적 뉴대관계의 친밀도에 따라 호혜성을 일반적호혜성과 균형적호혜성, 부정적호혜성의 세가지 형태로 구분하였다. 그중 부정적호혜성은 상대방의 리익을 해치면서라도 자신의 욕망을 채우려는 비인간적인 교환방식이므로 엄격한 의미에서의 호혜성이라 보기 어렵다. 따라서 인간의 도덕성을 규범화 할수 있는 호혜성은 일반적호혜성과 균형적호혜성에 한하며 어떤 형태의 호혜성을 활용하는가는 결과적으로 인간관계의 여하에 달려있다.

  즉 다시말해서 우리는 이 세상에 태여나면 필연적으로 부모형제를 비롯한 가족에서부터 이웃, 동료, 친구, 지인 심지어 생면부지의 타인에 이르기까지 복잡다단한 인간관계속에서 살아가게 되여있으며 그러한 인간관계는 당사자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이루어지는 차별화한 주고받음을 통하여 구체적으로 표현되고 구분되는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분석할 때 일반적호혜성은 등가교환을 념두에 두지 않고 상대방에게 물질적, 로동적 그리고 정신적 지원을 아낌없이 주는 호혜성을 가리킨다. 그러나 이 또한 즉시적인 보답을 행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더라도 언젠가는 받은 혜택을 되돌려 갚는것이 원칙이다. 례하면 우리의 관념속에 친밀도가 가장 높다고 생각하는 부모자식, 형제자매, 부부 등 가족 사이의 주고받음이 바로 이러한 호혜성에 기초한것이다.

  다 알다싶이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아이를 사랑하고 어른을 공경하는 미풍량속을 자랑하여왔다. 특히 “효”는 인간이 지켜야 할 가장 근본적도리로서 중시를 받았으며 그러한 “효”의 핵심은 다름아닌 부모의 은혜에 보답하는데 있다고 인식되여왔다.

  그러나 오늘날 조선족 부모자식 사이의 주고받음을 살펴볼 때 일반적호혜성의 균형이 무너지고있음을 쉽게 느낄수 있다. 즉 부모의 일방적인 “주기”가 강조되고 자식의 “갚음”의식이 크게 약화되고있으며 그 “갚음”마저도 부가적조건이 따르는것으로 변질하고있는 현실이다. 자식의 교육과 성장에 대한 책임뿐만아니라 결혼, 출산, 손자녀의 돌잔치와 교육 자금 등에 대한 경제적지원과 돌봄로동까지 자식에 대한 부모의 사랑을 가늠하는 척도로 변해가고있다. 아울러 이는 부모에 대한 보답이 더는 절대적인 “효”의 규범에만 따르는것이 아니라 부모의 경제력과 물질, 로동의 지원여하에 의해 철저하게 계산되고 결정됨을 의미하는것이다.

  한편 균형적호혜성은 당사자들이 처해있는 사회의 도덕적척도에 걸맞게 상대방에게서 받은것만큼 돌려줘야 하는 등가교환의 원칙을 가리킨다. 례를 들어 친구, 동료, 지인, 이웃, 친인척 사이에 행해지는 돌잔치, 혼례, 수연례, 상례에서의 부조, 로동과 봉사 및 정신적 지지의 주고받음이 그러하다고 볼수 있다.

  우리 민족은 두레, 품앗이, 계 그리고 경조사 부조와 같이 더불어 사는 상부상조의 아름다운 전통을 이어내려왔다. 하여 류달리 “정 많은” 민족으로 불려지기도 한다. 그러나 동시에 체면을 중시하고 “통이 큰” 약점도 지니고있다. 특히 같은 민족인 한국인들마저도 혀를 차게 만드는 조선족의 부조문화는 우리만의 독특한 사회적배경 하에서 형성된것으로 돈액수의 크기와 한 사람의 인격 내지는 도덕성을 정비례시키는 척도의 역할까지 하는 탓에 좀처럼 개선의 여지를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또 모든 사람이 진심으로 납득하고 수긍하는것도 아니다. 사람들은 왕왕 부조때문에 골치 아파하고 욕을 하면서도 정작 체면때문에 도를 넘는 부조행위를 거듭하게 되는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친척관계의 지나친 친밀감으로 오는 갈등을 들수 있다. 우리 민족의 친족명칭은 상당히 세밀하다고 볼수 있다. 례를 들어 가까운 한족, 일본인과 비교해봐도 한족들은 “堂•表”라는 글귀로 친가, 외가의 친척을 구분하기는 하지만 사촌 이상의 친족을 정확히 나타내는 용어가 없으며 일본사람들은 아예 친가, 외가의 사촌마저도 직접 구분할수 있는 명칭이 없다. 그에 비해 우리는 친족관계의 멀고 가까움을 “친가, 외가”, “촌수”로 세부적으로 표현함으로써 친족간의 친밀도를 아주 선명하게 나타낸다. “팔촌이 한 구들”이라는 말이 있듯이 이러한 관계의 명확성은 “우리”와 “남”이라는 경계를 철저히 긋고 “우리”의 울타리안에서 끈끈한 혈육의 정을 나누는데 중요한 기제로 작용해왔다고 할수 있다. 그러나 바로 우리의 관념속에 뿌리 깊이 박혀있는 혈연관계에 대한 강박의식이 때로는 심리적인 압박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가장 흔한 례로 해외 이주로동자들이 귀국시에 보통 겪게 되는 인사치레의 고민을 들수 있다. 친척중의 누구한테 얼마를 줘야 만족할지, 출국시에는 얼마를 받았는데 돌려줄 때는 적어도 받은 금액 이상으로 갚아야 되지 않나 등 생각으로 "머리가 아플” 지경이고 그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일시 귀국을 망설이게 되며 실제로 이러한 금전교환의 불균형으로 인해 부모, 형제, 친척 사이에 갈등을 겪는 사례들도 적지 않다. 이와 같이 경제적인 주고받음이 가족의 유대를 강화하는 보완작용을 하는 반면 관계의 긴장감을 초래하는 경우도 많다.

  주고받음은 인간의 모든 공동체에 존재하는 보편적인 양상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각 집단의 관습 및 도덕적기준 여하에 따라 그 특성을 달리하기도 한다. 우리 조선족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여러 류형의 증여교환 역시 앞에서 언급한 일반적 및 균형적 호혜성에 귀속되는것들임에 틀림이 없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생활에서 사람들이 그로 인해 갈등을 겪고 고민하는 리유는 바로 그러한 호혜성과 우리의 가족관념, 도덕관념의 괴리에 있다고 생각된다. 따라서 틀린것은 과감히 바로잡고 대다수가 편하고 합리하다고 인지하는 주고받음의 도덕성을 만들어가야만 우리는 그안에서 인간관계의 따뜻함을 온전히 느끼고 인생의 참뜻을 터득해나갈수 있는것이다.

작성자: 리화

  【리화 략력】

  소속: 연변대학교 사회학과

  전공: 문화인류학, 초국가적 이동과 가족, 조선족 생활문화

  학력: 일본 동북대학교 학술박사

  연변대학교 정치학 학사

  주요 론저:저서 《조선족사회의 변동과 가족생활》 (2015, 한국학술정보) 외 다수 론문을 국내외학술지에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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