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준청문회 선 장관 후보자들

러와 관계·이민 정책·TPP 등

트럼프 의견과 다른 입장 보여

행정부 출범 후 충돌 가능성도

도널드 트럼프 차기 미국 행정부의 초대 내각 인사들이 지난 10일부터 진행된 인준 청문회에서 트럼프의 기존 주장과는 다른 입장을 보여 대선 때 견지해온 트럼프정책이 행정부 출범 후 결국 빈껍데기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렉스 틸러슨 국무부·제임스 매티스 국방부 장관 지명자 등은 러시아와의 관계 설정은 물론 이민 정책,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반대, 물고문 허용 등에서 트럼프와 정반대 입장을 내놓았다. 이는 기존 공화당 입장과 더 유사한 것이라는 점에서 트럼프와 공화당, 트럼프와 내각 핵심각료들과의 충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매티스 지명자는 12일 진행된 상원 군사위원회 인준 청문회에서 러시아를 미국 안보 위협으로 꼽으면서 “다양한 전선에서 상당한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고 밝혔다. 매티스 지명자는 “미·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을 분쇄하려는 러시아의 시도를 용인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이는 지난 11일 당선 뒤 첫 기자회견에서 “러시아가 이슬람국가(IS)를 축출하려는 우리를 도울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트럼프 입장과는 정반대다. 트럼프는 지난해 선거 유세 과정에서 나토에 대해서도 “쓸모없다”고 비판한 바 있다. 또 매티스 지명자는 트럼프가 비판적인 이란 핵 합의에 대해서도 “불완전한 합의지만, 미국은 약속한 합의를 지켜야 한다”면서 상반된 의견을 개진했다.틸러슨 국무부 장관 지명자도 지난 11일 인준 청문회에서 러시아를 적국으로 규정했고, 러시아의 미국 대선 해킹도 사실상 인정하면서 트럼프와 다른 입장을 보였다. 틸러슨 지명자는 트럼프가 ‘재앙’으로 규정한 TPP에 대해 “반대하지 않는다”, 트럼프의 무슬림 입국금지 등 반(反)이민 정책에도 “미국이 그런 정책을 집행해야 한다고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CNN 방송은 “틸러슨·매티스의 이 같은 입장은 트럼프가 지난해 대선 유세 기간에 보여준 입장과는 많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 내각 인사들은 트럼프가 미국 안보 강화를 위해 도입하겠다고 약속한 ‘물고문’에 대해서도 부정적이었다. 제프 세션스 법무부 장관 지명자는 지난 10일 청문회에서 “물고문은 조지 W 부시 행정부 이래 불법”이라고 규정했다. 존 켈리 국토안보부 장관 지명자도 “물고문을 포함해 고문을 금지한 법을 절대적으로 준수하겠다”면서 트럼프와 거리를 뒀고, 트럼프가 불법이민을 막기 위해 멕시코와의 국경에 설치하겠다고 한 장벽에 대해서도 “물리적 장벽은 효과가 없을 것”이라면서 의문을 표했다. 마이크 폼페오 중앙정보국(CIA) 국장 지명자도 이날 인준 청문회에서 ‘국제사회에서 고문으로 간주하는 심문 기술을 사용하라고 트럼프가 명령하면 어떻게 대응하겠느냐’는 질문에 “그런 명령을 받을 것이라고 상상할 수 없으며, 절대 따르지 않겠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앞으로 각종 정책에서 트럼프 행정부 내부가 분열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워싱턴 = 신보영 특파원 boyoung22@munhwa.com

출처: 문화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