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현지시각) 페루 헬리콥터 사고로 실종된 한국인 8명 중에는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1980년대 농구스타 김현준씨의 친동생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9일자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실종된 삼성물산 김효준(48) 부장은 지난 1999년 12월 1일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김현준씨의 유일한 형제다. 김 부장은 삼성물산에서 발전, 수자원, 에너지, 도로 등 사회간접자본(SOC) 민자 사업의 영업을 총괄하고 있다.
김현준씨는 1980년대 ‘전자 슈터’로 명성을 날렸고 현역은퇴 후 삼성 썬더스 농구단에서 코치를 지냈다. 김 코치는 택시로 출근하던 중 중앙선을 넘어 달리던 차와 정면충돌해 39세로 생을 마감했다.
보도에 따르면 페루에서 실종된 김 부장은 삼성 썬더스가 김 코치를 기리기 위해 ‘김현준 장학금’을 만들자 행사 때마다 참석해 농구 유망주들에게 직접 장학금을 전달하는 등 형의 뜻을 잇기 위해 노력해왔다.
이성훈 삼성썬더스 단장은 김 부장의 실종 소식을 접하고 “형 대신 장남 역할을 훌륭히 해냈던 책임감이 강했던 분이다. 김 코치의 사망 이후 다른 가족들은 농구장을 찾지 않았지만, 동생은 형의 뜻을 받들어야 한다며 쉽지 않은 걸음을 해줬다”고 말했다.
김 부장은 지난해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고 사실상 가장 역할을 해 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가족들은 이미 큰 어려움을 겪어 특히 더 힘들어하면서도 그가 꼭 살아 돌아올 것이라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김 부장은 성균관대 토목공학과를 나와 1990년 삼성물산에 입사하고 줄곧 SOC 영업을 맡아 온 전문가다.
페루 정부가 발주한 수력발전소 현지답사 중 발생한 이번 사고로 해당 분야의 최고 전문가들이 여럿 실종됐다.
서영엔지니어링 임해욱(56) 전무와 한국종합기술의 전효정(48) 상무는 토목엔지니어링 분야에서 최고 전문가에게만 주어지는 ‘수자원기술사’ 자격을 지녔다. 서영엔지니어링 최영환(49) 전무 역시 ‘도로 및 공항 기술사’로서 관련 설계 경험이 20년 넘는 베테랑으로 꼽힌다.
한편 한국수자원공사(K-Water)는 대전 본사에 비상대책본부를 꾸리고, 김영진 해외사업처장 등 대응팀을 페루로 급파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현지 수색 작업 상황 등을 보고 가족들이 현지에 가길 바랄 경우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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