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러시아가 실효지배 중인 쿠릴 4개 섬(일본명 북방영토)을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며 러시아 측에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 (일본 외무성 홈페이지 캡처) © News1
영유권 갈등 속 '실효지배' 강화 의도 해석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쿠릴 4개 섬(일본명 북방영토) 일대 영유권 문제를 둘러싼 러시아와 일본 간 갈등이 재차 고조되고 있다.
러시아 정부가 최근 이들 섬 주변의 일부 무인도에 자국명을 부여하자 일본 측이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마이니치신문 등에 따르면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는 지난 8일자로 그간 명칭이 없었던 쿠릴 4개 섬 주변 무인도 5곳에 옛 소련과 러시아의 정치가, 군인들의 이름을 붙인다고 발표했다.
쿠릴 4개 섬이란 러시아가 실효지배 중인 쿠릴 열도 남단의 이투룹(일본명 에토로후·擇捉)과 쿠나시르(구나시리·國後), 시코탄(色丹), 하보마이(齒舞)를 지칭하는 것으로서 러시아 측은 이들 섬이 제2차 세계대전 종전 결과에 따라 자국에 합법적으로 귀속됐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일본 측은 1855년 제정 러시아와 체결한 '러·일 통호조약' 등을 근거로 이들 섬이 일본 고유의 영토에 해당한다며 '반환'을 요구, 이 문제는 2차 대전 종전 뒤 70여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양국 간 평화조약 체결 협상의 걸림돌이 돼오고 있다.
러시아가 이번에 새롭게 명칭을 부여한 5개 섬은 하보마이와 시코탄, 그리고 우르프(得撫)섬 인근에 위치한 무인도들로 각각 2차 대전 후 유엔 대일(對日)위원회 소련대표를 지낸 쿠즈마 데레비얀코 중장과 2차 대전 당시 러시아군의 쿠릴열도 상륙작전을 지휘했던 알렉세이 그네치코 소장, 그리고 이고리 파르후디노프 전 사할린 주지사 등의 이름이 붙여졌다.
러시아 측은 지난 2010년부터 러시아 지리학회를 중심으로 쿠릴 열도 일대 무인도에 이름을 붙이는 사업을 진행해왔으며, 이번 발표는 작년에 사할린 주의회가 의결한 무인도 명명(命名)안을 중앙 정부가 공식 추인하는 형태로 이뤄졌다고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마이니치는 러시아 측의 이번 발표에 대해 작년 12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간 정상회담 당시 양국 간 쿠릴 4개 섬 '공동 경제 활동' 관련 협의에 합의한 상황에서 이들 섬에 대한 실효지배를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했다.
러시아 지리학회는 현재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이 회장을, 그리고 푸틴 대통령이 이사회 의장을 각각 맡고 있다.
일본 정부는 13일 러시아 주재 일본대사관을 통해 러시아 측의 이번 발표가 "북방영토 문제에 관한 일본의 입장에 어긋나는 것"이라며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 대변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도 14일 정례브리핑에서 "러시아 측의 이런 움직임은 매우 유감스럽다"며 "정부는 북방 4도 귀속 문제를 해결하고 평화조약을 체결한다는 기본방침 아래 계속 러시아와의 협상을 진행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올 4월과 9월 2차례 러시아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과 쿠릴 섬 문제 등을 협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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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