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안보부 명의 행정각서 발표… 백악관 "모든 무역 협정 재검토"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21일(현지 시각) 경범죄만으로도 불법 체류 이민자를 추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주내용으로 하는 불법 이민 단속 정책을 발표했다. 연방법원에서 제동이 걸린 '반이민 행정명령'의 보완책인 셈이다.
미 국토안보부는 존 켈리 장관 명의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건의 이민 관련 행정각서(memo)를 이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행정명령을 합법적인 범위 내에서 행정력을 동원해 최대한 뒷받침하겠다는 것이다.
행정각서에 따르면 불법 이민자는 어떤 종류의 범죄 기록만 있어도 추방할 수 있다. 무면허 운전 등 경범죄로도 추방될 수 있는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엔 중범죄를 저지른 경우에만 추방을 했다. 또 오바마 행정부에선 밀입국한 지 14일 이내인 사람만 긴급 추방을 했었지만, 이번 행정각서는 미국에 밀입국한 지 2년 이하인 사람까지 긴급 추방할 수 있도록 범위를 확대했다.
또 이 각서에는 효과적인 단속을 위해 이민세관집행국(ICE) 직원 1만명, 세관국경보호국(CBP) 직원 5000명 등 단속 인원을 크게 늘리는 내용도 들어 있다. 지역 경찰관도 불법 이민 단속 요원으로 등록할 수 있도록 해 실질 단속 인원은 훨씬 더 늘어난다.
뭐가 진심인지… 트럼프, 통합 외치며 킹 목사 조카와 포옹 - 21일 미국 워싱턴의 흑인역사문화박물관을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앞줄 왼쪽) 대통령이 흑인 인권운동의 상징인 마틴 루서 킹 목사의 조카 알베다 킹(앞줄 오른쪽) 여사와 포옹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분열된 미국을 하나로 합칠 것”이라고 했다. /AP 연합뉴스
이에 따라 110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는 미국 내 불법 체류자에 대한 대규모 추방이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내 한국인 불법 체류자도 약 20만명에 달한다. 불법 체류자 단속이 느슨했던 오바마 행정부 시절에도 한 해 30만~40만명이 추방됐던 것을 감안하면 트럼프 행정부에선 훨씬 더 많은 사람이 추방될 전망이다.
그러나 이 각서에는 '반이민 행정명령'의 핵심이었던 이슬람 7국 입국 금지와 관련한 추가 제한 조치는 들어 있지 않았다.
한편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모든 무역협정을 재검토할 것이며 많은 협정을 갱신할 수 있을 것"이라며 "미국과 미국 노동자들에게 지속적 혜택을 줄 수 있도록 모든 무역협정을 들여다볼 계획"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재협상을 선언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 이어 한·미 FTA(자유무역협정)도 재검토 대상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조의준 특파원 joyjune@chosun.com]
출처: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