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46건의 학원 불법 영업 신고, 신고 대비 지급률 17.5%, ‘학파라치’ 전체 포상금의 8%를 차지하는 총 2억9910만 원.
올해 7월로 시행 3년을 맞이한 ‘불법 학원 신고포상금제’의 최고 포상금자, ‘1등 학파라치’가 3년간 쌓아 올린 실적이다. 억대 연봉을 자랑하는 전문 파파라치인 그는 3년 전까지만 해도 경기도 분당에서 두 자녀를 키우며 대기업에 다니는 남편을 내조하던 평범한 주부였다.
그의 시작은 이랬다. 경기지역 사교육 1번지로 꼽히는 분당. 두 자녀의 학원에서 학원비를 결제하려다 “현금으로 하면 할인받을 수 있다”는 직원의 말에 의문이 생기면서부터였다. 학원이 신고한 학원비를 살펴보니 명백히 초과 수강료를 받고 있었고, 신고할 경우 30만 원의 신고포상금을 받을 수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신고한 액수보다 많은 학원비를 징수하거나 교습 시간을 어기는 학원은 수없이 많았다. ‘돈이 될 수 있다’는 호기심이 생겼고, 그는 곧 ‘파파라치 양성학원’을 찾았다. 시행 초기 학파라치 포상금은 ‘무등록 학원 및 미신고 교습소’ 50만 원, ‘수강료 초과 징수 및 교습 시간 위반’ 30만 원, ‘미신고 개인과외’ 최고 200만 원 수준. 분당을 넘어 서울 강남 일대까지 ‘불법 학원 소탕’의 영역을 넓히자 손에 쥔 포상금은 월 수천만 원이 넘었다.
그가 최고의 학파라치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열혈 엄마’의 정보력 덕분이었다. 학파라치는 ‘3대 신고포상금제’ 중 하나로 꼽힐 만큼 타 신고포상금제에 비해 적발이 쉬운 데다, 자녀 교육을 위해 수집해 온 학원 정보는 학원의 허점을 찾는 데 큰 도움이 됐다. 학파라치의 대부분이 ‘고액 부업’을 쫓는 주부들인 점도 바로 이 때문이다. 3년간 포상금 총 2억1638만 원을 수령해 간 ‘2등 학파라치’ 또한 과거 보습학원을 운영한 경험이 있는 40대 주부인 것으로 전해졌다. M파파라치 양성학원 대표는 “학부모를 가장해 상담하는 척 불법 학원, 불법 과외를 찾아 몰래카메라에 담아내기만 하면 돼 주부만큼 적절한 학파라치도 없다”며 “파우치, 스마트폰, 담뱃갑 모양을 한 50만 원 상당의 몰래카메라에 약간의 스킬, 대범함과 인내심 정도만 갖추면 최고의 학파라치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포상금을 싹쓸이하는 건 소수의 전문 파파라치다. 3년간 3100만 원 이상 고액의 포상금을 수령해 간 21명의 총 포상금액은 전체의 40%를 차지한다. 이러한 쏠림 현상은 다른 신고포상금제도 마찬가지이며, 전국적으로 100명 안팎의 파파라치가 성업 중인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인생 대박’을 내세우며 파파라치를 양성하는 전문 학원 또한 20여 개에 이른다.최고의 파파라치를 꿈꾼다는 한 ‘주부 학파라치’는 파파라치를 ‘필요악(必要惡)’이라 설명했다. “포상금만을 노린 파파라치가 늘어나는 건 사회적으로 건강한 현상은 아니에요. 하지만 학파라치 덕에 실제 불법 학원이 크게 줄었습니다. 우린 반 공무원인 셈이죠. 물론 우릴 뛰게 하는 건 정의감이 아닌 돈이지만요.”
- 문화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