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1일 평양 무궤도 전차(트롤리 버스) 공장을 시찰하고 있다. © AFP=뉴스1
"김정은엔 '경제난' 변명거리 제공해줄 수도"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따른 제재조치가 북한의 '장마당(시장) 경제'를 위축시켜 주민들을 더 궁핍하게 만들 수 있다고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P는 이날 북한을 정기적으로 드나든다는 익명의 소식통과 북한의 해외파견 근로자 출신 탈북자 등을 인용, "장마당이 위축되면 고립된 북한 주민들이 외부 정보를 접하는 것도 더 힘들어진다"면서 이같이 전했다.
사회주의 체제를 표방하는 북한 정권은 지난 수십년 간 주민들의 식량 소비와 함께 외부 정보 접근을 철저히 통제함으로써 권력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북한 정권은 1990년대 대기근을 겪으면서 200만명 이상의 주민들이 숨지자 기존의 식량 배급만으론 체제 유지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 '장마당'으로 불리는 시장을 통한 식량을 비롯한 각종 물품 거래를 허용하기 시작했다.
WP는 "2012년 김정은 정권이 들어선 이후 이런 경향은 더 가속화, 현재는 북한 인구의 절반 정도가 장마당에 생계를 의존하고 있다"고 전했다.
장마당은 또 해외에서 밀수입한 영화 등 영상물을 통해 북한 주민들이 외부 세계를 접하는 창구로도 이용돼왔다.
그러나 대북제재의 영향으로 북한의 각종 물품 수입이 제한되면서 장마당을 통한 "북한 내 시장경제의 발달이란 긍정적 변화 또한 원점으로 돌아갈 상황"에 놓였다는 게 관련 소식통의 지적이다.
특히 2014년까지 러시아에서 건설 근로자로 일했다는 탈북자 로희창씨는 지난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조치에 따라 북한의 해외 근로자 파견길이 사실상 봉쇄된 것도 "(북한 주민들에게)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로씨는 국제사회가 대북 금융제재를 취한 뒤에도 매월 100만달러(약 11억원) 상당의 현금이 해외 파견 근로자들이 이용하는 항공편을 통해 북한으로 보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안보리 제재에 따라 북한의 해외 파견 근로자들이 모두 본국으로 송환되면 자금줄이 막히면서 주민들의 경제생활도 사실상 장마당 이전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위원장도 지난달 1일 발표한 신년사에서 "(조선 인민들이) 생존을 위협하는 제재와 봉쇄의 어려운 생활 속"에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016년 노동당 대회 때 핵무기 개발과 경제발전을 동시에 추구한다는 이른바 '핵-경제 병진' 노선을 천명하면서 오는 2020년까지를 목표로 한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을 제시했었다.
WP는 "대북제재가 적어도 아직까진 김정은이 핵무기 프로그램(포기)에 관한 대화에 나설 정도로 많은 고통을 주지 못한 것 같다"며 "오히려 그를 더 반항하게 만들고, 경제난에 대한 변명거리를 제공해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출처: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