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족의 전통활은 대체로 정량궁, 예궁, 목궁, 철궁, 철태궁, 각궁 등으로 구분하며 가장 대표적인 것이 조선시대 무관들이 사용하는 각궁(角弓)이였다. 각궁은 7재로 만든 우수한 복합궁이다. 7재는 물소 뿔, 대나무, 소힘줄, 뽕나무, 참나무, 민어 부레풀, 화피(자작나무 껍질)를 말한다. 이렇게 동·식물성으로 이루어진 7개의 재료가 어우러져 제조되는 것이여서 흔히 각궁은 살아있는 활이라고 한다. 이중에서도 물소 뿔, 대나무, 소힘줄이 가장 중심적인 재료이고 이것을 견고하게 결합시켜주는 민어 부레풀의 역할이 중요하다.
활을 제작하는 재료들.
습기가 많고 기온이 높은 계절에는 부레풀이 잘 응고 되지 않으므로 접착이 곤란하며 또한 소힘줄을 올리기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올린다 해도 건조시키기가 대단히 어렵다. 이러한 관계로 각궁은 여름 동안 재료를 준비해 10월부터 이듬해 3월 사이에 만드는데 무려 3000번 이상 손이 간다.
“수분과 당분이 빠진 겨울참대, 5월에 벗긴 자작나무 껍질, 가을 민어의 부레, 3살 이상 된 물소의 뿔, 가을부터 일일이 말리고 찢어야 하는 소힘줄, 재료 준비에만 1년에 가까운 시간이 필요합니다. 전통활 제작은 다들 힘들어서 안하는 것 같습니다.”
연길시희경조선족전통활제작연구소 법인 대표 김광빈(33세)씨는 우리 주에서 유일한 전통활 장인이다.
대학에서 활쏘기를 전공한 김광빈씨가 “반드시 내 손으로 전통활을 만들겠노라” 마음을 굳힌 건 현역 시절 내몽골에서 개최된 국제시합에 참여한 길림대표단의 조선족 선수들이 전부 한국산 활을 사용하는 걸 지켜보면서부터였단다. 그렇게 2011년부터 전통활 만드는 법을 배우고 연구하기 시작했고 본격적인 장인의 길을 걸은 건 2017년부터이다.
“국내를 보면 시버족, 만족, 몽골족의 전통활 제작 기예는 국가급 무형문화재로 등록돼있습니다. 물론 전통활을 만드는 데 필요한 재료는 거의 비슷하지만 우리 조선족의 전통활은 작고 사정거리가 먼 독특한 면을 갖추고 있습니다. 우리 만의 전통을 살릴 필요가 있죠. 다만 우리 활의 제작 기예는 국내에서 오래동안 대가 끊겨 잊혀져간 것 뿐입니다.”
김광빈씨의 전통활 제작 기예는 지난해 1월 주급 무형문화재로 등록됐다. 그는 과거 우리 민족을 말하는 동이족이란 중국의 동쪽에 사는 오랑캐가 아니라 ‘이(夷)’자의 파자가 ‘큰 대(大)’와 ‘활 궁(弓)’임이 말해주 듯 ‘동쪽의 큰 활잡이’, 곧 대궁인(大弓人)이란 뜻으로 풀이되고 있다며 유물과 문헌을 통해 추정된 우리 활의 력사도 3000년 전후로 추정되고 있다고 어필했다.
현재 김광빈씨가 만든 우리 전통활은 국내는 물론 한국, 미국, 카나다, 로씨야, 체코, 외몽골 등 나라로 수출되고 있다.
활 제작중인 김광빈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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