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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교사들 “스마트폰 몰카 찍힐까 화장실 가기 무서워”

[기타] | 발행시간: 2012.09.18일 03:00
■ 성희롱 공포 번지는 교단

초중고 여교사 20%가 “학생들에 성희롱 당해”
서울의 한 고교 교실에서 남학생이 여교사의 어깨에 팔을 올리며 “누나 사귀자”라며 성희롱하는 동영상 장면. 2009년 유포돼 큰 파문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동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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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꿈. 또 그 얼굴을 봤다. 항상 눈만 마주치면 혀를 날름거리는 그 아이. 복도를 지날 때면 괜히 어깨를 슥 스치고 간다. 다른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교실 문을 들어설 때면 숨이 막힌다. 얼마 전엔 학생 하나가 “피곤해 보인다. 어젯밤 좋은 데 갔느냐”고 말했다.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아이들은 대놓고 놀린다. “남자친구가 힘은 좋으냐” “오늘 옷이 너무 야하다”고.

여교사 김민지(가명) 씨. 서울의 사립 A중학교에 임용된 지 1년쯤 됐다. 인터뷰 중 그는 고개를 숙인 채 울먹거리며 착잡한 심경을 전했다. “어릴 때부터 교사가 꿈이었어요. 하지만 지금 학교에서 1년쯤 지내니 이젠 아이들이 무서워요. 처음엔 좀 그러다 말겠지 했는데 점점 심해지더군요. 얼마 전부터 정신건강의학과 치료까지 받고 있습니다. 교사로서의 사명감은 없어진 지 오래됐어요.”

여교사를 상대로 하는 남학생들의 교내 성희롱이 심각한 수준이다. 최근 경북 포항의 B중학교에서는 여교사들이 집단으로 전근을 요청했다. 다른 학생을 상대로 상습적으로 집단폭행을 일삼은 학생들을 훈계한 일이 화근이었다. 문제의 학생들은 이들 여교사에게 욕설을 퍼붓더니 급기야 교무실까지 쫓아와 성희롱을 일삼았다. 결국 여교사들은 손을 들었다.

동아일보가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에 의뢰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는 여교사들을 상대로 한 성희롱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전국 초중고교 여교사 360명 중에서 73명이 학생을 지도하다가 성(性)적으로 불쾌한 경험을 당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5명 가운데 1명꼴이다. 학교에서 여교사 성희롱을 이유로 징계당한 학생이 있다는 응답자도 14명이나 됐다.

유형별(복수응답 가능)로는 ‘언어로 인한 불쾌감’이 63명으로 가장 많았고 ‘신체접촉’(31명) ‘문자’(7명) ‘사진촬영’(3명) 순이었다. 교직경력 5년 이상인 여교사(341명)를 대상으로 ‘5년 전과 비교해 교내 학생에 의한 여교사 성희롱 실태가 어떻게 변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엔 45.5%가 심해졌다고 답했다. 별 차이 없다는 응답은 44%, 덜하다는 응답은 7.9%에 그쳤다.

부산시의회 김길용 교육위원장이 지난해 7∼10월 부산시내 초중고교 여교사 3097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도 비슷했다. 학생들로부터 성에 대한 불쾌한 경험이 있다고 답한 여교사가 23.4%나 됐다.

최근 성희롱이 빈번한 이유로 여교사들은 스마트폰 보급을 꼽았다. 학생들이 음란물을 접하기 쉬운 창구가 생겼다는 뜻이다. 스마트폰의 편리한 동영상 촬영 및 녹음 기능도 여교사들을 곤혹스럽게 한다. 서울 A고의 여교사 최모 씨(11년차)는 “학생들이 사용하는 휴대전화 기능의 발달과 성희롱 수준이 비례 관계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동아일보 설문조사에서도 ‘스마트폰 보급으로 성희롱 및 초상권 침해가 늘었느냐’는 질문에 동의한다는 답변이 71.1%에 이르렀다. 일부 여교사는 화장실 가기도 불편해한다. 11.1%가 스마트폰 촬영을 할까 봐 화장실 가는 게 두려운 적이 있다고 답했다.

교육현장이 학생 중심으로 흐르는 분위기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학생의 인권을 위한 여러 기준과 방안이 마련됐지만 교사를 보호하는 수단은 오히려 줄었다. 여교사만을 위한 생활지도 노하우가 없다는 점도 문제다.

서울 B고의 남자 교사는 이렇게 말했다.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조숙해져 노련한데 많은 여교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방법도 몰라요. 신경질을 내다 안 되면 남자 교사에게 의지하죠. 여교사들끼리 정보를 교류하는 노하우가 필요하고, 대응 매뉴얼도 마련해야 합니다.”동아일보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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