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모씨(48·여)는 지난해 겨울 서울 강남의 한 찜질방에서 몸을 녹이며 자고 있었다.
같은 시각 약간 술에 취한 상태로 찜질방에 있던 이모씨(46)는 온열기 근처에서 자고 있는 박씨를 발견했다.
순간 이씨는 박씨에게 관심을 느끼고 다가갔다. 자고있던 박씨는 누군가의 손이 자신의 얼굴을 만지는 것을 느끼고 깜짝 놀라 잠에서 깼다.
이씨가 박씨의 코를 잡아 비틀며 "아름다우십니다"라고 말한 것이다. 또 이 과정에서 이씨의 손은 박씨의 목과 얼굴을 스쳤다.
이후 박씨는 이씨를 신고해 이씨는 재판에 넘겨졌다. 하지만 법원은 이씨에 대해 사실상 무죄로 판결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3단독 이태웅 판사는 찜질방에서 잠든 여성의 코를 잡아 비튼 혐의(준강제추행)으로 기소된 이씨에 대해 "추행은 아니다"며 벌금 30만원을 선고했다고 7일 밝혔다.
이 판사는 "추행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라며 "이 사건은 형사적 책임을 져야하는 추행이라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판단의 근거는 △코는 사회통념상 성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 신체 부위라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짧은 순간에 코를 만진 것이 피해자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유발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목과 얼굴을 스친 것도 의도적이라기 보다는 코를 만지려다 스치는 정도에 불과한 점 등이다.
이 판사는 "비록 피해자가 원치않는 신체접촉을 당해 불쾌감을 느끼거나 놀랐을 수는 있다"며 "그러나 이씨의 행위가 객관적으로 피해자의 성적 자기 결정권을 침해하는 행동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따라서 이씨에게 무죄를 선고해야 한다"며 "다만 준강제추행이라는 공소사실 범위 내에서 폭행은 유죄로 인정되므로 이에 대해 벌금 30만원을 선고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