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배소진 기자][국내PC제조사들 노트북 충전기 통일한다…폐기물↓, 사용자 편의성↑ 노트북가격 하락 기대도]
#직장인 박소정씨(28)는 얼마 전 노트북 충전기 어댑터가 고장나는 바람에 업무마감을 하지 못 할 뻔 한 아찔한 경험이 있다. 필요한 자료를 노트북 폴더에 저장해놨는데 전원이 종료돼 다시 켤 수 없는 상황에 처한 것.
주변 동료들에게 충전기를 빌리려 해봐도 서로 사용하는 노트북 브랜드가 달라 호환되지 않았다. 결국 상사에게 양해를 구하고 가장 가까운 서비스센터 매장으로 달려가는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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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는 노트북에 맞는 충전기를 찾기 위해 특정 브랜드의 매장을 굳이 찾을 필요가 없다. 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충전기 하나로 삼성전자, LG전자, 삼보컴퓨터가 만든 노트북을 모두 충전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은 지난 23일 국내 제조사와 모델에 관계없이 사용할 수 있는 노트북용 충전기의 국가표준(KS)을 제정했다고 밝혔다. 노트북 제조사들의 합의에 따라 충전기 접속단자의 바깥지름은 3mm로 표준화하기로 한 것.
현재 PC제조업체 3사의 충전기 접속단자의 크기와 형태는 모두 다르다. 전압, 용량, 접속단자 지름, 길이 등에 따라 수십여 종에 이른다. 애초에 호환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만들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같은 제조사의 제품들도 종류와 두께 등에 따라 충전기 규격이 서로 다른 경우가 있다.
노트북의 적정 수명이 3년이라고 했을 때, 충전기는 9년까지 사용이 가능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노트북 수명과 상관없이 교체주기에 따라 충전기와 어댑터가 남아돈다. 제대로 재활용되지 못하고 가전폐기물로 버려지는 것도 부지기수다.
지난해 국내서 생산된 노트북은 173만 대. 충전기를 표준화하면, 연간 버려지는 충전기로 인한 340억원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 국표원의 계산이다.
노트북 충전기가 표준화되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편의성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하나의 충전기로 많은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에는 같은 기종을 사용하는 사람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지만 충전기가 통일되면 어디서나 쉽게 충전기를 빌릴 수 있다.
회사나 회의장, 심지어 카페나 지하철역 등에 무료 노트북 충전기를 비치해 놓을 수도 있다. 이 경우 굳이 노트북 충전기를 들고 다니지 않아도 돼 이동시 무게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국표원 관계자는 "노트북 소비자 가격에서 충전기가 차지하는 비중이 2~3%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만일 충전기가 별도 구매 항목이 된다면 노트북 가격이 다소 내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은 지난 23일 국내 제조사와 모델에 관계없이 사용할 수 있는 노트북용 충전기의 국가표준(KS)을 제정했다고 밝혔다. 노트북 제조사들의 합의에 따라 충전기 접속단자의 바깥지름은 3mm로 표준화하기로 했다./사진=국가기술표준원<br>
한편 국표원은 지난 2007년부터 노트북 충전기 KS 표준화를 추진해왔다. 또 미국정보통신산업협회(ITI)의 제안에 따라 2010년부터는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 국제 표준화를 이루기 위해 미국, 일본, 중국 등과 논의를 진행해왔다.
이번 KS표준화를 계기로 내년 초 국제 기술규격(TS) 제정에 한 걸음 더 다가갔다는 것이 국표원의 평가. 현재 애플을 제외하고는 전세계 휴대전화 충전기의 규격이 모두 마이크로USB 커넥터 형식으로 통일된 것처럼 글로벌 합의를 이끌어내 노트북에서도 충전기 통일을 이루겠다는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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