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이자 앱 | | 모바일버전
뉴스 > 문화/생활 > 문학/도서
  • 작게
  • 원본
  • 크게

∙수필∙ 고기발

[흑룡강신문] | 발행시간: 2013.01.08일 11:00
(상지) 리근

논에 벼모를 꽂던 때가 어제 같은데 전원은 어느덧 황금물결로 설레인다. 농군들의 신근한 로동결실이다. 이런 광경을 바라보노라니 나의 뇌리에는 소시적에 도랑에 고기발을 놓고 밤낮으로 지키던 일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가을에 논물을 떼기 시작하자 형님과 나는 고기발, 삽, 낫, 쇠줄, 장대, 새끼줄, 거적 등속을 한짐씩 지고 낑낑거리며 해마다 우리가 발을 놓던 곳을 찾아갔다. 그런데 그곳에 당도해보니 한 사람이 거기에 고기발을 놓으려고 서두르고 있었다. 이를 본 형님이 나섰다.

  “이 자린 원래부터 우리 고기발터인데 당신이 발을 놔서야 안되지요.”

  “이 자리가 자네거라고 결정돼 있는가? 아무나 먼저 놓으면 주인이지.”

  “물론 그런 결정은 없지만 전에 우리가 말뚝을 박고 뗏장을 떠다 도랑을 막은것이 보이지 않습니까? 그때 우리가 얼마나 힘들었다구요.”

  형님이 이렇게 말하자 그분은 말없이 순순히 자리를 떴다.

  이날 우리는 비지땀을 흘리며 고기발을 놓았다. 형님은 발가벗은채 물에 들어섰고 나는 언덕에서 형님의 심부름을 했다. 고기발을 다 놓은 우리는 또 둔덕에 초막을 짓기 시작했다. 장대를 세우고 가름대를 매고 쑥대와 양초를 비여다 지붕을 해넣었다. 그리고는 막 안 바닥에 양초를 두툼히 깔고 거적으로 문도 해달았다. 이렇게 우리는 오전내내 싱갱이질을 해서야 일을 마무렸다.

  이날부터 우리는 밤낮으로 고기발을 지켰다. 낮에는 미꾸라지, 밤에는 붕어와 햇메기가 무리로 내렸는데 때로는 손바닥같은 잉어나 팔둑같은 메기도 내려 풀쩍풀쩍 뜀질했다. 고기가 얼마나 많이 내리는지 감당할수 없어 아예 독을 가져다 놓고 거기에 담았다.

  밤이면 모기가 벌떼처럼 달려들고 때로는 쥐나 뱀까지 막 안으로 기여들었다. 우리는 이런 놈들을 쫓느라고 밖에 모닥불을 지피군 했다. 그리고는 옥수수나 감자를 구워 냠냠했는데 그 맛이 정말 별미였다. 어디선가 소쩍새가 구성지게 울고 하늘에는 어미별, 애기별들이 숨바꼭질 했는데 나는 이때 형님이 알려줘 은하수, 견우직녀, 북두칠성 등을 알게 되였다. 그런데 이튿날 아침에 보면 형님과 내 얼굴이 숯검댕이가 되여있는지라 배꼽을 쥐군 했다.

  밤에 내가 잠이 안와 꼼지락거리면 형님은 구수한 옛말을 들려주군 했다. “머나먼 옛날, 호랑이가 담배피울 때 원숭이란 놈이 산우에서 돌을 아래로 굴렸단다. 그 돌이 퉁탕거리며 굴러내렸는데 지금도 굴러내린단다. 퉁당, 퉁다당…” 이러는 와중에 나는 혼곤히 잠들군 했다.

  하루는 밤에 형님이 자는 나를 흔들어 깨웠는데 밖에서 뭔가 후닥닥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때는 대보름이라 은쟁반같은 달이 하늘중천에 걸렸다. 나와 형이 거적문을 살며시 들고 내다보니 개같은 놈 두마리가 발에 걸린 고기를 서로 먹겠다고 야단치고 있었다. 형님이 낫을 들고 뛰쳐나가자 이놈들은 꼬리가 빳빳해 줄행랑을 놓았다.

  저녁에 우리가 아버지에게 이 일을 말했더니 그건 개가 아니라 너구릴거라고 했다. 그러면서 헛간에서 착고를 찾아가지고 와서는 착고 놓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우리는 저녁술을 놓기 바쁘게 착고를 놓았다.

  이날 밤중이였다. 밖에서 찍찍거리는 소리가 들리기에 부리나케 뛰쳐나가 보니 중개만한 너구리란 놈이 착고에 발목이 치여 화닥닥거리고 있었다. 이놈은 우리를 보자 이발을 사려물고 진공태세를 취하였다. 형님은 손에 쥐고있던 몽둥이로 이놈을 사정없이 내리쳤다.

  너구리를 집에 가져가니 아버지가 무척 기뻐하셨다. 우리는 마치 개잡은 포수마냥 어깨를 으쓱거렸다. 이날 점심에 아버지는 옆집의 쌍가마 오빠, 꽃분이 삼촌, 개똥이 아버지를 불러다 같이 술잔을 들며 너구리고기를 맛갈지게 드셨다. 우리도 먹어보라기에 맛을 보니 노린내가 나 비위에 맞지 않았다.

  그해 우리는 도랑에 물이 마를 때까지 고기발을 지켰는데 벼들이 고개 숙여 여물어가듯 고기발도 내 마음을 붙안고 무르익었다. 그때 우리 집에는 발, 지붕, 달구지, 빨래줄 등에 몽땅 물고기였다. 어머니는 물고기를 동네 사람들에게 소래기 돌림을 했다. 이건 물고기라보다 어머니의 순박한 마음이였다. 딴집들도 색다른 먹을거리가 생기면 역시 서로 나누어 먹었다. 그때 사람들은 인심이 후하고 성실하고 순박했다.

  지금 사장에 나가보면 자질구레한 붕어딱지도 한근에 4~5원씩 하고 미꾸라지는 잔건 6원, 중질은 8~9원, 큰건 12원까지 한다. 한것은 지금은 농약바람에 미꾸라지가 적은데다 우리 조선족들이 미꾸라지를 무척 즐겨 무더기로 사기에 이렇게 값을 비행시켰다.

  추억의 갈피를 번져보면 나의 동년시절은 대자연의 품속에서 마음껏 웃고 떠들고 촐랑거리며 환락에 젖어있었고 고기발은 나의 희망의 발, 고대의 발, 환락의 발이였다. 얼마나 아름답고 즐거웠던 동년시절이였던가!? 조용히 반추해보니 그때 고기발에는 물고기만 내린것이 아니라 내 동심의 꿈도 소복소복 내렸다. 하여 나는 망팔의 고개에 오른 지금도 당시 일이 눈앞에서 화창한 봄날의 아지랑이마냥 사물거려 그때가 아프도록 그립다.

뉴스조회 이용자 (연령)비율 표시 값 회원 정보를 정확하게 입력해 주시면 통계에 도움이 됩니다.

남성 0%
10대 0%
20대 0%
30대 0%
40대 0%
50대 0%
60대 0%
70대 0%
여성 0%
10대 0%
20대 0%
30대 0%
40대 0%
50대 0%
60대 0%
70대 0%

네티즌 의견

첫 의견을 남겨주세요. 0 / 300 자

관심 많은 뉴스

관심 필요 뉴스

임신 7개월차에 접어든 개그우먼 이은형이 '저형당 쇼크'로 위급한 상황에 놓였었다고 밝혀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8일 유튜브 채널 '기유TV'에서는 '죽다 살아난 임당검사'라는 제목의 영상이 새롭게 업로드됐다. 해당 영상에서 개그우먼 이은형은 "임신 25주차 임신
1/3
모이자114

추천 많은 뉴스

댓글 많은 뉴스

1/3
"8년 무명 억대 빚 졌다" 미스트롯3 善 배아현, 정화조 아빠 '오열'

"8년 무명 억대 빚 졌다" 미스트롯3 善 배아현, 정화조 아빠 '오열'

사진=나남뉴스 '미스트롯3' 善 배아현이 자신을 뒷바라지 해 준 아버지에게 고마움을 표현하는 동시에 해묵은 갈등 사연을 언급해 궁금증을 자아냈다. 이날 12일 TV조선 '아빠하고 나하고'에서는 다음 주 예고편 영상에서 배아현이 새로운 '딸 대표'로 출연한 장면이

"남편 보러 다시 미국행" 안영미, SNL 복귀 3개월만 '근황 사진' 공개

"남편 보러 다시 미국행" 안영미, SNL 복귀 3개월만 '근황 사진' 공개

사진=나남뉴스 안영미가 방송 복귀 3개월 만에 남편을 만나러 다시 미국으로 떠났다. 이날 12일 개그우먼 안영미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드디어 3개월 만에 깍쟁이 왕자님을 만나러 가는 날"이라는 글과 함께 여러 장의 사진을 게재했다. 공개된 사진 속 안영미는 비

"동생 잘됐으면" 박서진, 중졸 女동생 미래 걱정 '따뜻한 오빠' 감동

"동생 잘됐으면" 박서진, 중졸 女동생 미래 걱정 '따뜻한 오빠' 감동

사진=나남뉴스 가수 박서진이 검정고시 불합격 성적을 받아든 여동생에 결국 폭발하는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지난 11일 방송된 KBS2 '살림하는 남자들 시즌2' 345회에서는 박서진의 여동생 박효정이 검정고시 가채점을 매기는 장면이 공개됐다. 이날 7시간 만에

모이자 소개|모이자 모바일|운영원칙|개인정보 보호정책|모이자 연혁|광고안내|제휴안내|제휴사 소개
기사송고: news@moyiza.kr
Copyright © Moyiza.kr 2000~2024 All Rights Reserved.
모이자 모바일
광고 차단 기능 끄기
광고 차단 기능을 사용하면 모이자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모이자를 정상적으로 이용하려면 광고 차단 기능을 꺼 두세요.
광고 차단 해지방법을 참조하시거나 서비스 센터에 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