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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예술품’ 강탈사건에 런던 시민들 경악

[기타] | 발행시간: 2013.02.23일 01:02
뱅크시 작품 벽 째 빼돌려 경매…“최소 50만 달러”

거리의 예술가 뱅크시(Banksy). 그의 화폭은 벽이다. 담벼락에 그리는 그래피티다. 스프레이는 그의 붓이다. 낙서 단속이 심한 런던에선 속도가 중요하다. 속도전, 그리고 섬세한 표현, 스텐실기법을 그가 애용하는 이유다.

그의 작품은 도발적이다. 아니, 전복적이다. 온 몸이 팽팽하게 긴장된 청년, 그의 투척 직전의 손에는 화염병 대신 꽃다발이 들려 있다. 올림픽에 참가한 투창 선수의 손에는 미사일이 들려 있다. 이스라엘이 세운 팔레스타인 장벽에는 ‘창’을 내고 ‘바다’를 그렸다. 권위와 체제, 질서는 비틀리고 뒤집어진다. 모나리자는 무선헤드폰에 바주카포로 무장한 여전사로 거듭난다.

그는 기습적이다. 세상 모든 곳의 담벼락이 그의 화폭이지만, 가끔은 전시장에도 출몰한다. 유명 전시장을 그냥 빌려 쓴다. 관람객으로 갔다가 슬며시 작품을 걸어놓고 나온다. 그의 작품은 며칠씩 아무 탈 없이 전시된다. 도둑전시는 그것만으로도 그의 주가를 크게 올렸다. 대영박물관, 루브르박물관,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뉴욕자연사박물관이 그 리스트에 올랐다. 디즈니랜드는 훌륭한 야외전시장이었다. 언제, 어떻게 전시할지는 그만이 안다.

세계적으로 유명해졌지만, 그는 여전히 익명이다. 뱅크스는 가명이다. 영국 서남부 그리스톨 출신이라는 것 밖에는 알려진 게 없다. 그에게 그래피티 테러리스트란 별칭이 붙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누가 내 벽에 그림 그리라 했나?

도둑전시가 장기인 그의 그림이 이번엔 도둑경매 위기를 맞고 있다. 런던 우드그린의 파운드랜드스토어 담벼락에 그려져 있던 그의 그림이 벽 째 감쪽같이 사라진 것은 2월 14일경. 그의 그림이 있던 담벼락에 비계가 설치되고, 장막이 쳐졌다. 담벼락 보수공사를 하는 줄 알았던 지역민들은 며칠 후 뱅크시의 그림이 사라지고 대신 그곳이 시멘트로 메워진 것을 보고 경악했다. 그의 그림(정확하게는 그림이 그려진 담벼락)은 며칠 후 미국 마이애미 미술품 경매 사이트에 매물로 나왔다. 경매가격은 최소 50만 달러.

지난해 5월 런던 북부 그린 우드 파운드랜드스토어 건물 담벼락에 그려진 <뱅크시-노예노동(깃발을 만드는 소년), 런던 2012>.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2세 즉위 60주년 기념실을 맞아 영국 기업의 해외 어린이노동 제품 구입 실태를 꼬집고 있다.


전격 철거(?)된 그의 작품은 지난해 5월 그려진 최신작. <뱅크시-노예노동(깃발을 만드는 소년), 런던 2012>이란 이 작품은 어린 소년이 재봉틀로 영국 깃발인 유니언 잭을 깁고 있는 그림이다.

이 작품은 여러모로 시사적이다. 먼저 장소. 그의 작품이 그려진 곳은 영국의 대표적인 편의점 체인 가운데 하나인 파운드랜드스토어가 입주해있는 건물 담벼락. 파운드랜드는 2010년 인도에서 7살짜리 어린아동들을 고용해 만든 물품을 들여와 논란이 됐었다. 그가 이 그림은 그린 시점은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2세 즉위 60주년 기념행사가 한창이던 때였다. 국가적인 경축행사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그러나 그의 작품은 철거되거나 지워지지 않았다. 뱅크스의 이름이 널리 알려지면서 그의 작품은 이제 보존 대상이다. 실제 그의 작품은 편당 수십만 달러를 호가한다. 그런 고가의 작품이 설치된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해당 지역에는 축복인 셈이다. 이 작품으로 그곳은 주민들의 사랑을 받는 문화의 거리가 됐다. 또 관광명소로 널리 홍보되고 있다. 구에서는 이 작품이 손상되지 않도록 벽면에 아크릴 패널을 붙이기까지 했다. 그런 만큼 이 작품의 돌연한 실종과 경매 소식은 런던시민들에게 큰 충격이다.

▲ 호주의 디에이지닷컴의 기사. 뱅크시의 '노예노동'이 사라진 담벼락을 행인이 흥미롭게 살펴보며 지나가고 있다. '위험 도둑'이라는 그래피티와 당초 뱅크시 그림이 있던 벽의 조그만 공룡 그림이 이채롭다.


영국 언론의 관심도 뜨겁다. BBC와 가디언 등이 주요 기사로 다룰 정도다. 또 벽 째 사라진지 며칠 되지 않아 미국 마이애미 미술품 경매에 나왔다는 점에서 뉴욕타임스 등 미국 언론들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누가 이 작품을 떼어냈느냐다. 또 어떻게 며칠 만에 이 작품이 수백kg의 콘크리트 담벼락 덩어리 째 미국으로 이송될 수 있었느냐다. 해당 건물을 임대해 사용하고 있는 파운드랜드는 곧바로 대변인 성명을 통해 이번 일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해명하고 나섰다. 자신들도 벽면이 뜯겨져나가는지 전혀 몰랐다는 것. 결국 이 건물의 주인이 떼 낸 셈인데, 건물주는 언론과의 접촉을 피하고 있다.

작품의 소유권 문제는 더 복잡하다. 작가가 따로 있는데, 건물주가 자신의 담벼락에 그려졌다고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뱅크시 작품을 온라인 경매에 내놓은 파인아트 옥션스 마이애미(Fine Art Auctions Miami)는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강변하고 있다. 적법한 경로로 이 작품을 입수한 미술품 수집가로부터 경매를 위탁받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작품이 어떤 경로로 경매에 나오게 됐는지는 밝히지 않고 있다. 문제의 소지는 그대로 안고 있다.

뱅크스가 소유권을 주장하고 나설 경우 문제는 상당히 복잡해질 수 있다. 그러나 뱅크스는 지금까지 이런 문제에 대해 소유권을 주장하고 나선 적이 없다. 소유권을 주장하기 위해서는 자신을 노출시켜야 한다. 또 자신을 드러낼 경우 그동안의 무단 설치, 도둑 전시 등에 대한 법적 책임 문제도 있다.

그러나 그가 방관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 12월에도 ‘아트 마이애미’에 그의 작품 5점이 담벼락 통째 전시된 적이 있다. 팔레스타인 서안지구 등에 그려졌던 작품들이다. 이 때 뱅크시는 그의 작품에 대한 인증권한을 갖고 있는 ‘페스트 컨트롤’을 통해 이같은 무단전시를 비난했다. 그는 자신의 작품들은 작품이 있었던 바로 ‘그 곳’에 있을 때 비로소 제대로 된 의미를 갖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장소와 무대가 옮겨진 것은 이미 그 자체로 작품의 의미와 가치가 훼손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시 그의 작품 가격은 각각 75만 달러로 매겨졌다. 그의 강력한 비난 탓인지 전시회에서 작품은 한 점도 팔리지 않았다.

“벽이야말로 작품 발표에 최적의 장소”

▲ 뱅크시의 '전복의 철학'을 잘 나타내주는 작품 가운데 하나.


“작품을 전시하기 위해서는 동네의 가장 좋은 벽만 있으면 된다. 당연히 작품을 감상하기 위해 불필요한 입장료를 낼 필요도 없다. 벽이야말로 당신의 작품을 발표하기에 가장 좋은 장소다.

…진정으로 우리 이웃들의 외관을 더럽히고 손상시키는 사람들은, 자기들의 거대한 슬로건들을 버스와 건물들 사이에 되는 대로 마구 휘갈겨 쓰고는 마치 우리가 자기 회사의 물건을 사지 않으면 뭔가 부족한 것처럼 생각하게 만드는 회사들이다. 그들은 우리의 얼굴에 대고 그들의 메시지를 소리쳐 대지만 정작 우리의 어떤 질문도 허용하지 않는다.

결국 그들이 이 싸움을 시작했고 그 싸움에 맞서기 위해 선택한 나의 무기는 바로 벽이었다. 어떤 사람들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경찰이 되고 어떤 이들은 세상을 더 좋아 보이게 만들기 위해 문화파괴자가 된다.”(뱅크시, <뱅크시, 월 앤 피스(BANKSY, Wall and Piece), 위스덤피플, 2009)

그의 말대로 그가 거리의 벽을 캠버스로 삼은 것은 “세상을 더 좋아 보이게 만들기 위”한 시작일 수 있었겠다. 가난한 무명작가로서 그것은 곧 자유로운 도전이자 무한한 가능성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미 유명 작가가 된 그가 그런 공공미술 정신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을 터이다. 작품 한 점의 가격이 수십만 달러를 호가한다면 더 그렇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여전히 ‘거리의 뱅크시’다. 놀라운 자기 절제다.

런던 시민들의 반응은 한마디로 황당 그 자체다. 시민들의 사랑을 받던 거리 그림이 백주대낮에 없어져 경매에 나온 데 대해 할 말을 잊은 표정들이다. 우드 그린의 해링에이 의회는 즉각 조사에 착수했다. 일단 경매업체에게 경매를 중단해줄 것을 요청했다. 또 영국 예술원에 뱅크시의 작품이 그린우드 주민들에게 되돌아올 수 있게 긴급 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청했다. 예술원은 “지역민들의 사랑을 받던 거리 예술 작품을 이처럼 빼돌려 경매에 붙이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라면서 “사태 전개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뱅크시의 작품은 최근 것들이어서 예술원이 직접적인 보호조치를 취하기 쉽지 않다.

뱅크시의 작품은 어떻게 될까? 본래 있어야 할 곳인 바로 그곳, 런던 우드 그린 거리로 돌아갈 수 있을까?

런던을 비롯해 세계 곳곳에 ‘전시’돼 있는 뱅크시의 작품들은 그렇지 않아도 의외로 훼손 위기에 처한 것들이 많다. 낙서 제거에 열심인 지역 관료와 청소부들이 가장 위협적이라고 한다. 팔레스타인-이스라엘 장벽에 그려진 그의 작품들은 이스라엘 군들이 말끔히 제거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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