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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 '시골의 옛 풍경'에는 무엇이 걸려있나

[흑룡강신문] | 발행시간: 2013.03.12일 14:16
  리홍규 근작시 일별

  김몽

 지난해의 ‘심련수문학상’의 월계관을 리홍규시인이 쓰게 되였다. 필자는 ‘심련수문학상’ 심사워원의 한사람으로 리홍규의 시집 ‘양파의 진실’을 전면적으로 통독할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였다.

  한춘선생은 시집 ‘양파의 진실’의 해설에서 “신서정의 한 가능성과 절실함과 진실함의 시적감흥”에 초점을 맞추고 해박한 분석을 한바 있다. 필자는 이글에서 주로 련작시 ‘시골 옛 풍경’(이하 ‘풍경’으로 략함)에 초점을 맞추고 간단하 살피고저 한다.

  토인비에 의하면 인간이 세상을 보는데는 두가지 방식- 외벽관(外壁觀)과 내벽관(內壁觀)이 있다. 밖에서 보는 건물의 모양이 외벽관이다. 안에서 보면 모양이 달라진다. 이것이 내벽관이다. 똑같은 사물이지만 밖에서 보는 모양과 안에서 보는 모양이 다르다. 인류는 오늘에 이르기까지 외벽관으로 만물을 보는데 쇠뇌되여왔다. 외벽관으로 보는 형체가 유일한 모양이요, 외벽관에서 나타나는 유(有)가 유일한 유라고 확신하여왔다. 그것은 인간의 지각기능이 외벽관에서 사물을 관찰하게 되여 있기때문이기도 하다. 성숙한 문인들은 사물을 분석할 때 외벽관 뿐만 아니라 특히는 내벽관으로 관찰한다. 즉 사물의 내부에 깊숙히 파고들어 관찰한다. 리홍규시인이 ‘풍경’을 멋지게 그려 이 세상에 나놓을수 있은것은 그가 시골이라는 사물에 깊숙히 하강하여 진모를 파악하고 거기에 남다른 정을 쏟아부었기때문이라고 본다.

  필자는 리홍규의 근작시중에서 ‘풍경’이 백미라고 확신한다. 비단 리홍규의 시 뿐아니라 우리 전반 조선족시단에서도 만나보기 어려운 현실주의시의 효시라고 본다. 현실주의 시가 크게 소외와 랭대를 받고있는 이때 ‘풍경’의 출현으로 현실주의 시의 위상이 높아지고 현실주의 시의 새로운 가능성이 열리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시인은 ‘오밀조밀하게 추억의 그물망을 짜놓고 어제날의 소중한 이야기들을 유머와 아니러니로 정교하게 엮어내여 울음과 눈물로 어제를 돌아보게 하며’ 래일의 행보를 가다듬고 사색하게 만든다.

  시인은 민족적 사명감을 안고 시골의 내부에 깊숙히 하강하여 옛말을 파내고 옛말을 만들고있다. 6수로 된 련작시 ‘풍경’은 그 하나하나를 전개시키면 한편의 소설로 될수 있을만큼 풍부한 내용물과 깊은 사색을 안고있다. 하여 6폭의 풍경을 우리 민족의 삶의 축도라고 하여도 지나치지 않다.

  ‘풍경1. 왜곡은 해학으로 누벼진 이야기이다. 우리는 이 시를 읽으면서 동정과 아쉬움과 재미의 경지에 빠기게 됨을 어쩔수 없다. 존재와 비존재는 언제나 그림자처럼 붙어다니며 어느 한순간에 서로의 위치가 바뀌게 된다. 원래는 ‘용갑’이와 ‘석만의 누나’는 달이 뜬 버들숲에서 가연을 맺고 실존의 동산에서 사랑을 무르익힐수도 있었건만 철 모르는 석만이가 그림을 더욱 멋지게 그리려고 달을 보며 짖어대는 강아지를 그려넣는 통에 그만 행복이 허무하게 깨여져 석만의 누나가 ‘눈이 펑펑 오는 날 꽃수레를 타고 아래마을로 시집을 가버리고’ 실존의 가능성이 무의 세계로 치닫고만다. 이 시는 웃음과 안타까움이 함께 묻어나는 시이다.

  ‘풍경2. 그까짓것 했더래요’는 시골냄새가 물씬 풍겨난다. 시는 민요 ‘갑돌이와 갑순이’를 시정으로 깔고 웃음을 엮고있다. 걸죽한 익살이 시의 분위기를 한껏 살려내고있다. “갑순아 갑순아 병사리에 저가락을 꼽고 데우면 된는건데 그것도 몰랐더냐 누구의 말에 아서라 아서라 삼석이란 놈도 꼽을줄 모르겠지 누군가의 또 한마디에 그래그래 꼽을줄 모르겠지 꼽을줄 모르겠지” 그리고 시골청년들의 남다른 사랑방식도 시흥을 돋구기에 족하다. “갑돌이와 갑순이는 동구밖 탈곡장 벼짚낟가리에 깊숙히 깊숙히 파묻혀서 두런두런 무슨얘기를 밤새도록 했더래요 밤새도록 했더래요” 이러한 표현들은 읽는이들의 마음을 흐믓하게 해주고 시선을 즐겁게 해준다.

  ‘풍경3 미쳐 미쳐’는 렵기적이고 괴이한 사랑이야기로 엮어진 흥미로운 풍경이다. ‘한툘마누라’와 ‘끼끗한 총각 하나’가 ‘미침’의 가면을 쓰고 사랑에 성공한다.

  ‘풍경 4. 그것 참’은 능청스럽게 ‘암캐’와 ‘옆집 아주머니’에 등호를 쳐놓음으로써 특이한 해학을 만들고있다.

  ‘풍경5. 뚱딴지같은’은 문화대혁명이라는 어두운 시대를 조소한 작품이다. 시인은 그 시대의 병들고 창백한 문화- ‘훙떵지(紅燈記)’를 능청스럽게 ‘뚱딴지’로 비하시키고 매도하고있다. ‘내 생애 처음 본 영화 그 영화를 그후 나는 스무번은 더 보았을것이다. 정말 뚱단지같은 세월이였다. ‘

  ‘풍경6. 이밥의 래력’은 깊은 우환의식으로 농촌에서의 우리 민족의 삶의 황페상을 건드린 작품이다. 우리 민족은 동북에다 수전을 개발한 위대한 개척의 력사를 갖고있다. 하지만 그런 력사가 아프게 흔들리고있다. 피땀으로 걸구어온 옥토의 주인이 바뀌고있다. 지난 날 찬물에 들어가면 죽는줄로 알았던 한족들이 농토의 새 주인으로 등장하고 있다. 조선인들의 집에 가서 ‘이밥만 두사발 세사발 조겨대고는 과식으로 불룩해진 배를 슬슬 문지르며 덜아갔던 얘기는’ 먼 후날의 이야기이다. ‘이제는 우리가 찬물에 들어가면 죽는줄 알고 하나둘 떠나버려 찰덕같이 찰기 많던 그 많은 옥답이 그들의 문전옥답이 돼버려도 동네에 몇 안남은 로인네들은 그들이 가져다준 입쌀로 이밥을 해서 우물우물 잡수신다” 이에 시인은 이렇게개탄한다. “아직은 우리의 이름으로 적혀있는 저 땅, 저 땅도 누가 자기의 주인인지도 모르고 8월이면 벼꽃을 하늘가에 날리겠는데’ 작자가 그리고있는 풍경중에서 가장 슬픈 퓽경이라 하겠다.

  ‘풍경’에서 또 하나 꼭 짚고넘어가야 할것이 있으니 문장의 기술에서 긴 복합문과 접속토 ‘는데’의 빈번한 출현이 유표하다. ‘풍경’ 1과 2, 4는 편폭이 5,6백자에 달하는 긴 장시지만 하나의 복합문으로 되여있다. 이런 수술방식은 특유의 묘미를 안고있는바 여운을 길게 해주고 사색을 깊게 해준다. ‘풍경’ 3,5,6도 기껏해야 종결토가 두세번 얼굴을 보일 뿐이다.

  작자는 또 의도적으로 접석토 ‘는데’를 반복하여 이야기의 지속성과 긴장성, 놀이성을 강조하고있다. ‘풍경’1에는 ‘는데’가 무려 다섯번이나 등장하고 있으며 심지어 작품의 결미도 ‘시집가버렸는데’로 처리되고있다. ‘풍경’6도 마지막이 ‘하늘가에 날리겠는데’로 막을 내리고있다. ‘는데’가 무척이나 반복되면서도 그것들이 예술효과를 창조하기 위한 서비스로 작동하고 있기에 조금도 지루감이 나지 않고 오히려 유머나 해학, 여운을 낳는 효과를 산생하고있다.

  리홍규의 ‘풍경’은 현실주의시의 새로운 한 가능성을 제시해주었고 랭대와 소외를 받고있는 현실주의 시의 위상을 높혀주고있다는 점에서 후한 값을 매겨줄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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