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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련작시∙ 시골 옛 풍경

[흑룡강신문] | 발행시간: 2013.03.12일 14:14
  (할빈) 리홍규

시골 풍경1: 왜곡

  어깨동무 짝짝짝 석만이는 동네에서 일등처녀 예쁜 누나 있었는데, 봄갈이가 한창이던 어느날 오후 달구지에 두엄 싣던 꺽다리형 용갑이가 하학하고 돌아오는 우리한테 사탕 한줌 나눠주고는 석만이가 아끼는 도화책을 한장 북 찢어서 무슨 그림을 그리는것 같더니 누나한테 전해주라며 건네주었는데 소똥냄새가 풀풀 나는 그림을 펼쳐본 석만이의 예쁜 누나는 손가락으로 연지 한점 발라 그림에다 꾹 찍고는 꽁꽁 접어서 다시 용갑이형한테 갖다주라 하였는데 석만이가 누나 몰래 펼쳐보니 흐르는 냇가에 버들숲이 그려져 있고 누나가 찍어놓은 연지가 연분홍 둥근달처럼 떠있었는데 석만이가 보기에 뭔가 모자란것 같아 버들숲아래에다 강아지가 달을 보며 왕왕 짖어라 그려넣고는 용갑이형한테 돌려주었는데 그날밤 버들숲에서 꺽다리를 만나지 못한 석만이 누나는 그해 동삼 눈이 펑펑 오는 날 꽃수레 타고 아랫마을로 시집가버렸는데



  시골 풍경2: 그까짓거 했더래요

  아래마을 삼석이한테 시집간 갑순이가 오랜만에 친정나들이 왔는데 갑돌이의 친구들이 갑돌이를 앞세우고 구름처럼 몰려가서 감 내놓아라 배 내놓아라 생트집 잡는데 갑순이는 생글생글 웃으면서 술상을 차렸대요 감도 배도 귀하지만 술은 더구나 귀하던 시절 갑돌이의 친구들은 안주도 짚지 않고 술이 들어오기만 기다리는데 한식경 지나도록 들어오지 않길래 웬일이냐 부엌에 나가보니 글쎄 찬 술 데우며 술병을 더운 물가마에 그대로 넣어버려 밑굽이 그만 훌렁 빠져버려서 갑순이가 속상해서 울고있더래요 갑순아 갑순아 병사리에 저가락을 꼽고 데우면 되는건데 그것도 몰랐더냐 누군가의 말에, 아서라 아서라 삼석이란 놈도 꼽을줄 모르겠지 누군가의 또 한마디에 그래 그래 꼽을줄 모르겠지 꼽을줄 모르겠지 모두들 하나같이 합창을 하고 갑순이는 그만 김치국물처럼 새빨개졌는데 갑돌이의 친구들은 히히히 하하하 술인지 물인지 바가지로 퍼다 마시면서 그까짓거 했더래요 그까짓거 했더래요 밥상 두드리며 노래를 부르는데 갑돌이와 갑순이는 동구밖 탈곡장 벼짚낫가리에 깊숙이 깊숙이 파묻혀서 두런두런 무슨 얘기를 밤새도록 했더래요 밤새도록 했더래요



  시골 풍경3: 미쳐 미쳐

  마을에서 한툘(용접봉)공장 앉힌다며 도시에서 기술자를 청해오고 기술자는 자기보다 머리 하나 더 큰 마누라를 데리고 왔는데 한툘처럼 늘씬한 한툘 마누라가 길을 걸을 때면 온 동네가 춤추듯 출렁출렁 그 녀자 살결은 또 어찌나 새뽀얀지 동네 남정네들 눈길이 총알처럼 날아가 벌집같은 구멍을 숭숭 내더니 어느날 동구밖 물가에서 빨래하던 한툘 마누라가 들판에서 돌아오는 숱한 남정네들 앞에서 글쎄 옷을 홀랑 벗어버리고 좋아라 물장구 치는 바람에 어마지두 놀라버린 남정네들 넋까지 빼가더니 그날이후 한툘 마누라는 시도 때도 없이 남정네들 앞에서 옷을 벗어버리는지라 민망해진 한툘 기술자는 마누라를 데리고 떠나가버렸는데 한툘 마누라만 보면 얼굴부터 새빨개지던 동네 얌전하고 끼끗한 총각 하나가 시도 때도 없이 동네 아줌마들 앞에서 옷을 벗어버려 그만 도시에 있는 정신병원에 보내져 거기서 한툘 마누라와 재회했다는데 어느날 둘이 짜고들어 정신병원을 뛰쳐나갔다는 소문이 동네에 전해오고



  시골 풍경4: 그것 참

  옆집 노란 털 암캐가 이웃 동네 덜렁 수캐와 쫓고 쫓기며 한참 서로 물어뜯는것 같더니만 어쩌구러 홀연 꽁무니를 맞대고 붙어버렸는지 그것 참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한참 지나자 두 놈이 뚝 떨어져버렸는데도 옆집 암캐는 여전히 앓음소리를 내는데 언제부터 내 등뒤에서 지켜보고 있었는지 모를 옆집 아줌마가 아이고--, 얼매나 혼났겠노……, 하더니만 언제 쑨것인지 모를 싸래기죽 한사발 가져다가 먹이며 보시시한 목두리를 연신 쓰다듬지 않겠는가 후에 과부가 돼 한국에 나갔다는 해반주그레한 옆집 아줌마를 지금 어느 사내가 그렇게 쓰다듬어주고 있는지 그것 참 궁금한 일이다



  시골 풍경5: 뚱딴지 같은

  아침부터 온 동네는 오늘밤 돌리게 될 로천영화 이야기로 흥성거렸다 어른들한테서 영화이야기를 귀동냥한 나는 영화제목이 참 신기하다고 생각돼 짜개바지 동무들한테 가장 먼저 알리러 뛰여다녔다 오늘 밤 영화제목이 뭔지 알아? 몰라! 난 알아. 뭔데? 뚱딴지래! 뭐, 뚱딴지?! 내 동무들도 나처럼 온동네를 뛰여다니며 뚱딴지를 돌린다고 알리던 그날밤 학교운동장에선 혁명본보기극 ‘훙덩찌(红灯记)’가 상영되였다 내 생애 처음 본 영화 그 영화를 그 이후 나는 스무번은 더 보았을 것이다 정말 뚱딴지 같던 세월이였다



  시골 풍경6: 이밥의 래력

  우리 동네 논밭이 왜서 이웃 동네 한족들의 마당가 그들의 코앞에까지 가있는지 나는 리해할수 없었다 논물 보러 나가셔서 시도때도 없이 논밭에 뛰여드는 그들의 게사니를 쫓아내느라 지쳐있던 우리 아버지들은 우리가 먼저 량주하에 보를 막고 논을 풀었고 그들이 후에 우리의 논머리에다 집을 지었다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그 사람들 찬물에 들어가면 죽는줄 안다니까 그래서 그것들은 산비탈에 깡낭(강냉이)만 잔뜩 심어서 깡낭밥만 먹고산다니까, 하고 한마디 더 하셨다 우리 아버지들이 살얼음을 깨고 물에 뛰어들어 보를 보강하는 초봄이면 그 사람들은 산에서 몰래 찍어넘긴 나무로 장작을 만들어 벼짚과 입쌀을 바꾸러 오고 그때마다 우리 엄마들은 그들에게 시뻘건 김치와 새하얀 이밥을 대접했는데 그들은 이밥만 두 사발 세 사발 조겨대고는 과식으로 불룩해진 배를 슬슬 문지르며 돌아갔다 먼 옛날 이야기다 이제는 우리가 찬물에 들어가면 죽는줄 알고 하나 둘 떠나버려 찰떡같이 찰기 많던 그 많은 옥답이 그들의 문전옥답이 돼버리고 동네에 얼마 안남은 로인네들은 그들이 가져온 입쌀로 이밥을 해서 우물우물 잡수시는데 이제 십년 이십년이 더 지나 저 로인네들마저 세상을 떠나시고나면 아직은 우리의 이름으로 적혀있는 저 땅, 저 땅도 누가 자기의 주인인지도 모르고 8월이면 벼꽃을 하늘에 날리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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