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오른쪽)이 4회 상대 송구를 피해 홈에서 세이프 되고 있다. 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이데일리 스타in 정철우 기자]2013년 8월3일 LA 다저스와 시카고 컵스전은 한국 프로야구 출신 첫 메이저리거인 류현진(LA다저스)가 데뷔 첫 시즌에서 10승을 거둔 역사적인 날이다. 한국인 메이저리거 중 누구도 해내지 못했던 데뷔 첫 해 두 자릿수 승리라는 의미가 더해지며 더욱 뜻 깊은 하루가 됐다.
투수로서 류현진이 완벽한 모습을 보여줬던 것은 아니다.
그가 소화한 5.1이닝은 류현진의 이름 값에는 다소 미치지 못하는 기록이었다. 안타도 11개나 맞았다. 빼어난 위기 관리 능력 탓에 실점을 최소화 할 수 있었지만 구위와 내용 모두에서 다소 아쉬움이 남았다.
그러나 타자로서 류현진은 100점 만점이었다. 자신의 승리에 스스로 힘을 보탤 수 있는 내셔널리그의 매력을 그의 방망이와 주루로 맘껏 보여줬다.
4회 선두타자로 나서 중전 안타를 때려내며 컵스 선발 트레비스 우드를 흔들었다. 볼 카운트 1-1에서 높게 제구된 직구를 놓치지 않고 받아쳐 중견수 앞으로 보냈다. 류현진의 시즌 9호 안타. 그에게 높은 직구가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제대로 보여줬다.
이어 계속된 1사 1,2루서 애드리안 곤잘레스의 중전 안타 때 홈을 밟아 득점을 올렸다. 곤잘레스의 안타가 살짝 빗맞은 탓에 주루가 쉽지 않았지만 3루서 잠시 주춤한 뒤 주루 코치의 사인을 보고 잽싸게 다시 홈까지 쇄도, 홈을 밟을 수 있었다.
5회에는 무사 2루서 3루로 주자를 보내는 희생 번트에 성공했다. 부담되는 번트였지만 타구 스피드 조절에 성공한 덕에 1루수 리조가 3루로 던져봤지만 2루 주자 유리베가 살 수 있었다.
투수는 공은 빠르지만 제구가 좋지 못한 에두와루도 산체스였다. 번트를 대기 위해 고개를 숙이면 언제 머리를 향해 공이 날아올지 모른다는 공포까지 이겨내야 제대로 댄 번트를 댈 수 있는 유형의 투수였다. 류현진도 적잖이 당황하는 듯 했다.
하지만 제 몫은 다해냈다. 방향은 다소 정직했지만 스피드 조절이 잘 된 덕에 유리베를 3루까지 보내기 충분했다. 유리베는 2번 닉 푼토의 중견수 희생 플라이 때 홈을 밟아 추가점을 올렸다.
정철우 (butyou@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