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대호 기자] '체인지업 마스터' 류현진(26,LA 다저스)의 체인지업이 메이저리그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최근 미국 야구 전문매체인 베이스볼아메리카는 감독 설문조사를 발표했는데 이 조사에서 류현진은 체인지업 부문 리그 2위에 이름을 올렸다.
메이저리그 데뷔 첫 해부터 류현진은 기대 이상의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11승 3패 평균자책점 2.99, 팀 내 최다승 투수에 이름을 올리고 있으며 평균자책점을 다시 2점대로 낮췄다. 특히 9일(이하 한국시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원정경기에서는 체인지업을 앞세워 첫 원정 비자책(7이닝 1실점) 경기를 펼쳐 승리투수가 됐다.
그렇다면 류현진의 체인지업은 어떤 위력을 발휘하고 있을까. 메이저리그 기록 사이트인 팬그래프닷컴(fangraphs.com)은 해당 투수의 구종별 다양한 데이터를 제공한다. 여기에 따르면 류현진이 던진 체인지업의 피안타율은 1할6푼7리로 다른 구종들(포심 .253, 투심 .354, 슬라이더 .207, 커브 .293)에 비해 낮았다고 나타난다. 또한 류현진의 체인지업은 16.8%의 헛스윙율을 보였는데 이 또한 모든 구종(포심 3.3%, 투심 3%, 슬라이더 10.8%, 커브 10.4%) 가운데 1위다.
▲ 괴물표 체인지업, 완벽한 릴리스포인트
흔히 우리는 구속을 수치화해 나열하고 다양한 구종을 늘어놓으며 이야기하지만 야구의 본질은 공을 치려는 쪽과 못 치도록 가로막는 쪽의 대결이다. 공을 치지 못하게 하는 방법이 다양할 뿐이다.
'타격은 타이밍, 투구는 그 타이밍을 빼앗는 것이다.', 메이저리그의 전설적인 좌완투수인 워렌 스판은 위와 같은 명언을 남겼는데 이 말과 가장 부합하는 구종이 바로 체인지업이다. 체인지업은 변화구라기보다는 공의 속도를 낮춰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는 모든 투구를 일컫는 말이다.
그렇다면 좋은 체인지업의 조건은 과연 무엇일까. 가장 중요한 것은 체인지업을 던질 때 투구폼이 직구와 완벽하게 일치해야 한다는 점이다. 구종을 미리 알고 대비하는 타자에게 체인지업은 배팅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직구와 같은 투구 폼으로 던지면서 릴리스포인트(공을 놓는 위치)까지 같아야 한다.
류현진이 던지는 체인지업의 릴리스포인트는 직구를 던질 때와 정확하게 일치한다. 때문에 타자들은 류현진의 투구 폼에서 구종을 판단할 수 없다. 그렇다면 눈으로 보고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는데 류현진의 체인지업은 홈 플레이트 5m 앞까지 직구와 같은 궤적으로 날아온다는 것이 한국에서 그를 상대했던 타자들의 증언이다.
그림을 통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팬그래프닷컴은 류현진의 모든 투구에 대한 릴리스포인트 도표를 제공하고 있다. 이 표를 보면 류현진은 거의 모든 구종에 대해 같은 위치에서 공을 놓는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속구(FA)와 체인지업(CH)의 릴리스포인트는 거의 일치한다.
▲ 류현진 체인지업의 가치, MLB 5위 랭크
또한 류현진의 체인지업이 가진 일정한 릴리스포인트, 그리고 뛰어난 낙폭은 피치밸류를 통해 증명할 수 있다. 팬그래프닷컴은 해당 투수의 구종별 피치밸류(Pitch value)를 제공한다. 이 수치는 w구종/C의 형태로 나타나는데 그 구종을 100구 던졌을 때 상대방의 득점을 얼마나 감소시켰나 보여준다.
이 수치는 해당 구질의 구위와 무브먼트, 그리고 제구력까지 모두 포괄한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여기서 류현진의 wCH(체인지업)/C값은 2.31로 메이저리그 전체 선발투수 가운데 5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참고로 베이스볼아메리카 선정 리그 1위인 콜 해멀스(필라델피아)는 3.60의 wCH/C를 기록, 전체 1위에 올랐다.
류현진은 "여기선 체인지업 잘 던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데이터는 그의 체인지업이 메이저리그에서도 특급이라는 걸 보여주고 있다. 미국 진출 전부터 스카우트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던 체인지업이 류현진의 루키시즌을 빛나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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