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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내 가슴의 풍경소리

[흑룡강신문] | 발행시간: 2014.04.25일 14:41
연길 구호준

새날이 밝았다.

  새해가 되였다.

  오늘은 신년이라고 한다.

  카카오톡으로, 전화로, 메시지로, 메일로 새해의 첫 해돋이를 보러 가자는 초대를 받았지만 신년에 뜨는 첫 해를 보는 것은 내 몫이 아니다.

  회사에 출근하는 근로자들에게는 한국인이건 조선족이건, 아니면 우즈베키스탄,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를 가리지 않고 아침에 떠오르는 태양을 보는것 자체가 하나의 사치일뿐이다. 야근으로 저녁 8시에 출근했으니 퇴근은 아침 8시, 늦장을 부리는 겨울의 태양이라도 이미 하늘을 한참은 가로질러 있다.

  식은 밥 한술로 간밤에 허기진 배를 달래고는 배낭을 챙겨든다. 그간 가고싶던 대둔산으로 향한다. 한국의 8경에 하나고 하루의 휴가로도 다녀올수 있는 곳이여서 언젠가부터 등산코스를 잡아놓고 있던 곳이다.

  간밤에 밀린 잠은 2시간을 넘게 버스에서 떼여버리고 대둔산에 들어섰다. 대둔산은 산천만 절경인것이 아니라 사람들도 풍경이다. 설날이지만 가족들이, 친구끼리, 가끔은 나 같은 홀로 아리랑을 부르는 이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좁은 오솔길을 걸을 때에는 사람의 발굽이 밟힐가 조심하고 빙판을 만나면 앞사람이 손을 내밀어준다. 굳이 친인을 따로 찾아서 뭐 하랴?

  하늘과 산과 나무와 바람과 눈과 돌과 사람이 하나로 어우르고 있다. 그래서 산행은 언제나 마음의 즐거움을 안겨주어 몸의 피곤을 풀어가게 하는것일가?

  가파로운 돌층계를 한참 오르니 체력이 딸리려고 한다. 간밤의 작업으로 이젠 체력도 많이 떨어져 있다. 길옆에 비껴서 한동안 숨을 돌리다가 배낭에서 풍경들을 꺼낸다. 산행을 할 때마다 절을 만나면 보시를 하고 매장이 있으면 풍경들을 하나씩 샀다.

  풍경을 산것은 어떤 욕심에서가 아니였다. 보시를 하고 대웅전을 찾아 부처님께 하심을 하면서도 소원 한번 빌었던적이 없었다. 스스로 잘난척 해서도, 그렇다고 도통해서도 아니였다. 그냥 내게는 미래란 과거만큼 내 몫이 아니였다. 새로운 환경에 쉽게 적응하고 잘 버텨주는 내 성한 몸뚱이에 감사하고 어쩌다가 한번씩 갖게 되는 휴일은 멋대로 마음의 즐거움을 찾을수 있는데 거기에서 내가 바라면 뭘 더 바랄수 있었으랴?

  평소에 풍경소리를 듣기 좋아했고 그래서 절에 있는 매장을 만나면 풍경을 사고 늘 배낭에 챙겨넣고 다니고 있었다.

  풍경들을 꺼내여 배낭에 주렁주렁 달아본다. 손으로 흔들어보니 역시 귀맛을 당긴다.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나는 다시 등산을 시작한다. 배낭 뒤에 풍경들이 그들만의 새로운 풍경을 연주하면서 겨울의 산야와 어울리려고 한다.

  내 배낭에서 울리는 풍경소리, 고요한 산의 정적을 깨고 있지만 아무도 눈을 주지 않고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풍경소리는 아무도 듣지 않는다.

  풍경소리는 듣지 않는 이가 아무도 없다.

  풍경은 그냥 풍경이다.

  소리는 그냥 소리다.

  문득 걸음이 아닌 마음이 멈춘다.

  풍경은 내것인데 그 소리는 내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내것으로 존재할수 있는것은 무엇일가?

  마음만이 아닌 숨까지도 걸음을 멈추려고 한다.

  풍경은 그 소리를 위해서 존재하고 있다. 하지만 누가 풍경을 소유하건 그 소리만은 잡지 못한다. 풍경이 연주하는 소리는 결국 아무에게도 속하지 않는다. 허공에서 소리로 존재하다가 그대로 허공에서 사라지고 있을 뿐이다.

  내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살아왔던것, 정말 내것이란 무엇이였을가?

  내 몸에 달린 입마저도 내것이 아니였을것이다. 그냥 내것이라는 착각에서 살았다고 해야 하는것이 아닐가?

  내 입에서 만들어낸 수없이 많은 그 말들, 그 말들이 만들어져서 세상에 던져졌을 때 다시 주어담을수는 없다. 내가 한 말이지만 내것이 아니였으니깐.

  내 입으로 만들어졌던 말들이 때로는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되고 누군가는 내게 실망을 느끼기도 하고 아픔을 주고 고통을 만들어주기도 했으리라.

  풍경소리를 들으면서 언젠가 후배에게 던졌던 말도 반성한다.

  글 한편을 써서 봐달라는것을 “이건 남들이 다 핥아 먹고 뼈다구도 남지 않은것 또 주절거리냐?”며 심하게 굴었다. 나는 그냥 대수롭지 않게 무심히 던졌던 말이지만 그 후배에게는 얼마나 큰 상처가 되고 충격을 받았을가?

  그런 모진 말을 듣고도 다른 글을 쓴다면서 꼬박꼬박 인사를 보내오건만 바쁘다는 핑계로 손 한번 바로 잡아주지 않았었다.

  배낭에서 풍경이 풍경을 연주한다.

  아무도 듣는 이가 없다.

  아무도 듣지 않는 이가 없다.

  풍경은 그냥 풍경으로 허공에서 메아리치다가 사라지고 다시 태여나기를 반복한다. 거기에는 어떤 형체도 없다. 실체를 떠난 소리만이 허공을 떠돌고 있다.

  내 풍경에서 울리는 풍경소리가 내 귀로 들리지만 그건 더 이상 내 몫이 아니다. 내 귀로 듣는 소리라고 내것이 되는것이 아니니깐.

  풍경은 그냥 풍경이고 소리는 소리일 뿐이라면 세상은 세상일 뿐 내것이 아니다. 그런 세상을 살아가면서 이젠 내 입에서 만들어지는 그 말들도 내것이 아니라는것을 명기하면서 살아야 하겠다. 내 귀에 들리는 소리가 내것이 아니니 구태여 신경을 쓰지 않고 살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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