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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바보와 그 세월이 그립다

[길림신문] | 발행시간: 2012.03.23일 10:15

◎ 맹영수

바보란 상식적으로 말하면 아이큐가 모자란 사람을 두고 이르는 말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은 《제노릇》을 못하는 사람들을 두고도 그렇게 부르고들있다. 사실 지금 사람들은 제노릇을 너무 잘해 탓이지만 예전 사람들은 실권을 갖고도 쓸줄 몰랐었다. 나의 아버지도 바로 그중의 한분이였다.

나의 아버지는 보통키를 가졌으나 반양머리를 가진 미남이셨다. 비록 아버지는 농민의 자식이였으나 자신의 총명자질로 하여 농회주석과 인민경찰… 등을 거쳐 나중에는 한 대형기업에서 인사과장으로 인생을 살아오셨다.

아버지가 농회간부로 있었을때 일이였다. 당시 아버지와 함께 사업에 참가했던 처녀가 아버지께 사랑을 고백했었다. 이쁘고 착한 처녀앞에서 아버지맘은 갈대처럼 약간 흔들리긴 했어도 아버지는 그 사랑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당시 아버지는 이미 어머니와 혼약을 기약했던 사이였다. 결혼도 아니고 그냥 구두상의 언약이였는데도 아버지는 차마 그렇게 할수가 없었다고 한다. 인생중기에 인사과장으로 있은 아버지는 이런저런 면목도 많았으나 여전히 그렇게 고정불변이였다.

당시 여섯자식에 어머니마저 고정 직업이 없다보니 우리집 생활은 말그대로 털면 먼지밖에 없을 정도로 가난했었다. 어머니만 고정 로동자로 만들어도 생활은 얼마간 피여났으련만 아버지의 무정함으로 하여 어머니는 늘 림시공으로 힘든 일을 하다가 자신의 노력으로 대집체기업에서 겨우 정식공이 되여 퇴직을 할수가 있었다. 솔직히 국영과 집체는 당시로 놓고 말하면 천양지차의 대우를 받았다. 아무튼 아버지를 비롯하여 당시 사람들은 직권을 권력으로 생각하지 않았고 그냥 천직으로만 생각하였다. 하기에 못사는 세월이였으나 당시엔 비리가 별로 없었고 사람들 사이도 순치사이로 되여 그렇듯 가까웠었다. 그 당시 사람들은 늘 달밤이면 옹기종기 모여앉아 구애없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었고 뉘집에서 닭 한마리를 잡으면 국물이라도 놓고 술 한잔으로 회포도 나누면서 콩기름 한냥, 소금 몇숟가락도 허물없이 빌리고 갚기도 했었다.

지금도 내 동년의 기억에는 큰 누님이 출가할때 온동네 사람들이 제집일처럼 엄마를 도와주던 정경이 생생하다. 친척이란 별로 없는 우리집을 위해 동네 사람들은 한푼두푼 모아 어머니손에 쥐여주고 또 (우시)상빈으로 되여주기도 했다. 실로 동네사람들의 인정이 없었더면 누님은 아마 이불 한채도 변변히 못 갖추고 시집문턱을 넘었을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그런 풍경이 멀어지는 렬차마냥 까마아득한 추억으로 되여 어딘가 서글프기만하다.

언제부터인가 돈과 권력이면 귀신도 부릴수 있다는 외곡된 사유로 더는 물처럼 깨끗한 한세대의 바보들을 별로 볼수가 없고 가슴이 꺽 막히는 정을 느낄수 없다.

해당 자료에 의하면 작년 한해사이에만 각종 직무범죄사건 3만 2567만건을 립안정찰했는데 성(부), 청(국) 등 국가사업일군 2524명을 포함하여 그에 관련된 인원이 4만 4506명이나 되고 그리고 직무범죄혐의를 받은 행정집법일군과 사법일군은 각각 7366명과 2395명인데 그중 4217명이 형사책임을 받았다고 했다. 하늘이 돈다고 할가. 너무도 엄청난 수자앞이라 마지막 길을 가는 로인처럼 입마저 다물수가 없다. 책임감이 무디여지고 비리가 성행하는 준엄한 현실에서 이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함이 옳을가?

어쩌면 답은 우리 자신이 스스로의 선택에 달린듯싶다. 누군가 사람인생 거기서 거기라고 했다. 결국 알고보면 부자도 빈자도 갈때면 모두 빈손으로 가는것이 인생인것이다. 많이 가졌다고 천당으로 가는것도 아니고 적게 가졌다고 지옥으로 가는것도 아니다.

가난했지만 정직하고 인정이 넘치는 바보가 많았던 그 세월, 언제면 그런 풍경이 다시금 재현될지? 참으로 너무도 그리워지는 풍경이다.

편집/기자: [ 김태국 ] 원고래원: [ 길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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