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혜린 기자] MBC '무한도전'은 역시 고생을 해야 '제 맛'이다.
지난 6일 방송은 고생이 주는 볼거리와 함께 생각해볼 계기까지 마련해줬으니 금상첨화였다.
극한 알바 두번째 편으로 꾸며진 이날 방송은 탄광으로 간 유재석-차승원, 굴까기에 도전한 정형돈, 택배 나르기에 나선 하하, 홈쇼핑 전화상담원으로 변신한 정준하의 모습을 그려냈다.
어느 하나 쉬운 일이 없었고, 이들이 우왕좌왕하고 고생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웃음을 유발했다. 그러나 웃어도 웃는 게 아니었다. 이들에게는 이벤트성 '도전'이지만 누군가에는 일상이었다. 웃으면서도 짠했고, 여운이 길게 남았다.
몸은 편했지만 전화상담원의 감정노동은 상당했다. 하루종일 '죄송합니다'를 말해야 하는 근무는 고됐다. 85번 '죄송합니다'를 말하고 나서야 한 고객으로부터 "제가 더 감사합니다"라고 다정하게 인사를 받았는데, 그 기쁨은 상당했다. 8시간 동안 62통의 전화를 받은 그는 "몸은 힘들지 않지만 감정노동이 얼마나 힘든지 알겠다. 감사합니다 한마디의 위력도 알게됐다"고 말했다.
하하도 깨닫는 게 있었다. 처음엔 트럭에 택배를 싣는 게 테트리스 같다며 까불거리던 그는 쉴 틈 없이 들어오는 택배의 양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겨우 한 트럭을 싣고, 다음 트럭이 들어올 때까지 고작 1분 가량 쉬는 것이 전부. 하하는 "이렇게 힘들 줄 몰랐다. 택배 3일 늦어도 된다"고 외쳤다.
굴을 까는 것도 보통 일은 아니었다. 2시간 내내 까서 해낸 작업량은 고작 200g. 아주머니들은 근무 다음날 손가락이 퉁퉁 부어서 고생이 많다고 했다. 정형돈은 "통영이 인구 대비 정형외과가 가장 많다고 한다. 아주머니들께서 아침에 관절약을 먹고 출근하신다"고 안타까워했다.
유재석과 차승원은 그야말로 '극한'이었다. 앞도 잘 보이지 않는 탄광에서 이들은 갱 지주를 설치하는 작업을 도왔다. 숨쉬는 것도 힘든데 무거운 걸 들고 날라야 했다. 차승원은 "팔뚝에 알 생길 거 같다"면서 "연예계 생활 20년 중에 제일 힘들다. 정점이다"며 혀를 내둘렀다. 유재석은 "막장은 삶의 터전이다. 막장이라는 표현을 함부로 써선 안될 것 같다"고 말해 여운을 남기기도 했다.
이들은 힘들었지만, 시청자 입장에서는 여운이 길어 또 보고 싶은 마음이 클 수밖에 없다. 제작진은 프로그램 말미,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 거절을 받으면 해외 버전의 극한 알바를 시행하겠다고 했다. 63빌딩 대신 두바이의 빌딩 창문을 닦는 것을 비롯해 인도 빨래, 유황 광산 캐기, 남극 주방일 돕기 등 이번 극한 알바 편은 비교도 되지 않을 아이템들이 즐비했다.
'설마' 저걸 하겠어 싶은 것들. 실제 도전에 나서든 아니든, 이와 같은 '톤'을 유지하는 건 '무한도전'에게 매우 중요한 것으로 보인다. '평균 이하'의 스펙으로 늘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막무가내로 해내고 마는 혹은 해내려 노력하는 모습이 '무한도전'의 최초 인기비결이었기 때문이다.
어느새 멤버 모두가 정상급의 인기를 누리고, 각종 물의로 하차 등 얼룩을 남겨야 하는 상황에서 시청자들이 가장 그리워하는 것도 바로 그 모습이었다.
프로그램을 마치면서 유재석이 "이 기획으로, 우리가 초심을 찾은 것 같다"며 뿌듯해한 것도 아마 시청자들과 '같은 마음'을 표하는 것이었을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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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무한도전'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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