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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일제때 신라 금관 훼손 드러나

[기타] | 발행시간: 2015.02.06일 11:51
[동아일보]

중앙박물관, 발굴때 사진 비교 결과… 금띠 위치 바뀌고 옥장식 4개 사라져

1926년 발굴 직후엔 멀쩡했는데… 발굴 직후인 1926년 촬영한 서봉총 금관(오른쪽 위)은 양대가 금못으로 테두리에 고정돼 있다. 테두리 중앙에 달려 있는 곡옥도 선명하게 보인다. 그러나 일제강점기에 훼손돼 현재 금관(아래)의 양대는 금못이 아닌 금사로 테두리에 연결돼 있다. 이 때문에 양대가 우측으로 이동하면서 ‘맞가지 세움 장식’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다. 테두리에 달려 있던 곡옥도 사라졌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신라 왕릉인 ‘서봉총(瑞鳳塚)’에서 출토된 금관이 일제강점기에 심하게 훼손된 사실이 드러났다. 일제강점기에 발굴된 신라 금관이 훼손됐다는 사실이 밝혀진 건 처음이다. 이는 국립중앙박물관이 올해 광복 70주년을 맞아 조선총독부가 파헤친 신라 왕릉의 재발굴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확인됐다.

1926년 경북 경주시에서 발견된 서봉총은 조선총독부의 초청으로 발굴 현장을 찾은 스웨덴 황태자가 봉황이 달린 금관 발굴 작업에 참여해 스웨덴을 뜻하는 ‘서전(瑞典)’의 ‘서(瑞)’자와 봉황의 ‘봉(鳳)’자를 따서 명명됐다. 서봉총 금관(보물 제339호)은 ‘양대(梁帶·머리에 쓸 수 있도록 테두리 안쪽에 십자로 붙여 놓은 금띠)’와 봉황 장식을 모두 갖춘 유일한 신라 금관이라는 점에서 문화재로서의 가치가 높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일제강점기 자료 조사 사업으로 최근 발간한 ‘경주 서봉총Ⅰ’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서봉총 금관의 양대가 테두리(臺輪·대륜)에서 떨어져 나간 뒤 원래 위치가 아닌 엉뚱한 곳에 붙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함께 금관 테두리에 달려 있던 곡옥(曲玉) 6개 중 4개가 떨어져 나간 것도 조사됐다. 이는 일제강점기 때 촬영한 사진과 금관의 부위별 실측 조사를 통해 밝혀졌다.

▼ “1935년 일본인이 금관 외부반출… 평양 기생 씌워주다 망가뜨린듯” ▼

고이즈미 아키오 평양박물관장이 서봉총 금관을 기생에게 씌우고 찍은 사진을 보도한 1936년 6월 29일자 부산일보 기사. 1926년 발굴 직후 촬영한 금관(오른쪽 위 작은 사진)은 일제에 의해 훼손되기 이전의 원형을 간직하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금관 발굴 직후인 1926년과 조선총독부 박물관에 보관 중이던 1934년에 각각 촬영한 유리 건판 사진을 살펴보면 금관 한가운데 있는 ‘맞가지 세움 장식(出자 형태로 생긴 금장식) 왼쪽 아래에 ‘금못’으로 양대를 고정한 모습이 선명하게 보인다. 또 테두리의 곡옥은 6개가 온전하게 달려있었다.

그러나 현재 곡옥은 2개만 남아 있고, 곡옥이 있던 자리에는 금못이 아닌 ‘금사(金絲·금실)’로 양대가 연결돼 있다. 곡옥이 떨어져 나간 구멍에 양대를 연결해 놓은 것이다.

중앙박물관은 보고서에서 “총독부 박물관이 서봉총 유물을 정식으로 등록한 1939년 12월 자료에 따르면 금관에서 떨어진 곡옥들이 별도 유물 목록에 기재돼 있다”며 “양대를 원래와 다른 위치에 고정하고 곡옥이 대륜에서 떨어진 시점은 1934년과 1939년 사이”라고 결론 내렸다.

양대의 훼손으로 현재의 금관을 머리에 쓰면 기형적인 모양이 된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원래대로 양대를 복원하면 금관을 착용할 때 꼭대기에 있는 봉황 장식이 정확히 정수리 위에 놓인다. 박진일 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는 “당시 신라 금관 장인들이 정수리가 머리의 정중앙이 아닌 후위에 있다는 해부학 지식을 바탕으로 양대의 위치를 잡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신라인의 금속공예 작업이 과학적 사실에 기반해 이뤄졌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일제강점기에 누가, 어떻게 금관을 훼손했을까. 서봉총 금관은 1926년 출토된 뒤 경성(서울)의 총독부 박물관 수장고에 보관됐다가 9년이 지난 1935년 9월 평양박물관 특별전에 대여 형태로 딱 한 번 반출된 적이 있다.

당시 평양박물관장으로 서봉총 발굴을 주도했던 일본인 고고학자 고이즈미 아키오(小泉顯夫)가 특별전 직후 기생에게 서봉총 금관을 씌우고 사진을 찍어 논란이 됐다. 전무후무한 문화재 유린은 9개월 뒤 부산일보 보도로 세상에 알려졌다. 동아일보도 비슷한 시기 ‘평양기생 차릉파의 수난 이야기’라는 부제로 이 사건을 다뤘다.

고이즈미가 금관의 양대와 곡옥을 망가뜨렸다는 직접적인 증거는 없지만 평양 사건의 시기는 박물관 조사팀이 추정한 금관 훼손 시기(1934∼1939년)에 포함된다. 또 유물이 손상되기 쉬운 외부 반출이 평양 특별전 외엔 없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중앙박물관 관계자는 “누군가 억지로 금관을 쓰다가 훼손된 것으로 보인다”며 “훼손 시점은 정황상 고이즈미가 주최한 평양 특별전 때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중앙박물관은 문화재위원회 승인을 거쳐 서봉총 금관의 원형 복원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 올 4월 서봉총 유물 전시회를 열면서 훼손 전후의 금관 사진을 나란히 게시할 예정이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는 서봉총의 주인이 여자라는 사실을 확증하는 사진 자료도 함께 발견됐다. 1926년 서봉총 발굴 직후 유물 배치도를 촬영한 유리 건판을 찾아낸 것이다. 지금까지는 발굴 당시 일본 학자들이 유물 배치도를 그린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이 유물 배치도에 따르면 서봉총의 피장자는 여성의 상징인 태환이식(太環耳飾·금귀고리)을 달고 있다. 남성의 경우엔 대도(大刀)를 차고 있다. 박진일 학예연구사는 “그동안 학계에서는 정황만으로 여성일 것이라고 추정했지만 이번에 확실한 증거가 나온 셈”이라며 “고이즈미가 서봉총 조사 자료를 가지고 평양박물관장으로 부임한 사실을 미뤄 볼 때 유물 배치도 원본은 현재 평양에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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