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타 교수(왼쪽) 맥도널드 교수
일본이 2년 연속 노벨 물리학상을 거머쥐며 ‘기초과학 강국’의 기염을 토했다.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 배출에 이어 물리학상까지 받는 겹경사에 일본 열도는 흥분에 휩싸였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6일 가지타 다카아키(56) 일본 도쿄대 교수와 아서 맥도널드(72) 캐나다 퀸스대 명예교수를 노벨 물리학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노벨위원회는 “두 사람은 ‘중성미자(뉴트리노) 진동’을 발견해 ‘중성미자에 질량이 있다’는 사실을 밝힘으로써 우주 탄생의 비밀을 푸는 데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작은 입자(소립자)인 중성미자는 핵융합과 핵분열, 초신성 폭발 등의 과정에서 발생해 우리 주변에 존재한다. 두 과학자의 연구가 있기 전까지는 질량이 없다고 알려져 왔다. 그런데 질량이 없다면 우주를 설명하는 데 오류가 생긴다. ‘중성미자 미스터리’로 불리던 이 문제를 두 사람은 각각의 방식으로 풀었다. 중성미자가 진동하고 이를 통해 질량을 가지며 형태가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발견했다.
가지타 교수는 태양(핵융합 반응)에서 발생한 ‘우주선(宇宙線)’이 지구 대기와 충돌해 만들어지는 중성미자를 일본 기후현 폐광에 있는 실험장치 ‘가미오칸데’와 ‘슈퍼가미오칸데’에서 관측하고, 중성미자의 진동을 발견했다. 맥도널드 교수는 원자로에서 나온 중수를 이용한 연구로 중성미자가 변하는 것을 관측했다.
가지타 교수는 ‘사제(師弟) 수상자’란 기록도 남겼다. 그의 스승은 2002년 노벨 물리학상 공동 수상자인 고시바 마사토시(89) 도쿄대 특별 영예교수다. 고시바 교수는 사상 처음 자연 발생한 중성미자를 관측해낸 인물이다.
일본은 지난해 아마노 히로시 나고야대 교수 등 3명이 ‘청색 LED’를 개발한 공로로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또 오무라 사토시 일본 기타사토대 명예교수가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데 이어 이틀 연속 수상자를 냈다. 일본의 역대 노벨상 수상자는 24명(미국 국적 취득자 2명 포함)으로 늘었다. 물리학상 11명, 화학상 7명, 생리의학상 3명, 문학상 2명, 평화상 1명이다. 과학 분야가 21명으로 단연 많다.
일본은 초등학교부터 실험과 흥미 위주의 과학 교육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또 130년에 걸친 기초과학 투자와 연구 전통, 과학문화 확립이 밑거름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반면 노벨 과학상 수상자를 단 한 명도 배출하지 못한 우리나라는 여전히 ‘단기성과 위주’의 연구개발에 치우쳐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한 과학자는 “유행을 타는 연구보다는 남들이 하지 않는 연구를 끈질기게 파고드는 풍토가 조성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
국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