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독일에 도착하는 난민이 150만 명에 이를 수 있다는 추정이 나왔다. 8월 말 80만 명이었던 게 두 달 만에 거의 두 배로 는 셈이다. 독일 일간지 빌트는 5일(현지시간) 정부 내부 보고서를 인용, “10~12월에도 92만 명이 독일에 도착해 난민 자격을 신청할 것”이라며 “이럴 경우 올 난민 신청자는 150만 명에 이를 수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 독일 국경을 넘는 난민이 하루 7000~1만 명 수준인 걸 감안했다고 한다. 여기에 난민 한 가족이 4~8명의 친지를 초청할 수 있는 ‘가족 효과’까지 더해질 수 있다. 빌트는 “올해 도착한 난민으로 인해 종국엔 736만 명이 유입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독일 인구(8000만 명)의 9.2% 수준이다. 독일 내무부는 “숫자를 확인해줄 수 없으나 난민 숫자가 매우 높다는 건 분명하다. 9월이 최근 수년 간 가장 많은 난민이 입국한 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리아 내전 등 중동 정세가 더 불안해져 난민이 줄어들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얘기다. 한때 난민을 반기던 독일 분위기도 달라졌다. 집권 기독민주당(CDU)과 연정 파트너인 사회민주당(SPD)에서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난민을 환영해야 한다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입장에 대한 불만이 공개적으로 터져 나온다.
CDU의 차세대 지도자 토마스 데메지에르 내무장관은 “앞으로도 계속 난민 수가 많다면 난민을 적절히 수용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성공적 사회 통합도 이룰 수 없다”며 난민 상한선을 제안했다. 그는 “난민들이 여름에만 해도 독일에 도착했다며 기뻐했으나 이젠 수용시설 등에 대해 항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SPD 당수인 지그마르 가브리엘 부총리도 “난민 수를 줄어야 할 때가 됐다”고 했다.
한동안 잠잠하던 반 이민 극우집단인 ‘서구의 이슬람화를 반대하는 유럽애국자들’(PEGIDA·페기다) 수천 명이 5일 드레스덴에서 시위를 벌였다. 로이터통신은 “지난해 연말을 정점을 찍고 위축되던 시위가 난민 문제로 되살아났다”고 전했다.
메르켈 총리는 입을 다물고 있다. 그로선 딜레마 상황이다. 난민에 대한 관대한 조치로 올해 노벨평화상의 유력 후보로 떠올랐다. ‘유럽의 도덕적 상징’으로까지 불린다. 노벨평화상을 오랫동안 관찰해온 사람들은 “276명 후보 중 수상 가능성이 가장 높은 인물 중 한 명”이라고 전한다.
독일 여론은 싸늘해지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한 달 만에 9%포인트 떨어진 54%에 머물렀다. 2011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응답자의 51%가 난민 유입을 두려워했다. 3주 전엔 38%에 불과했다. 대신 호르스트 제호퍼 바이에른주 총리의 지지율이 39%로 한달 전보다11%포인트 올랐다. 그는 CDU의 자매 정당인 CSU 소속이지만 난민 문제를 두곤 “(메르켈 총리가)아주 오랫동안 우리를 괴롭힐 잘못을 했다”고 비판해 왔다.
유엔난민기구는 올해 전 세계 난민이 6000만 명을 넘으며 인류 역사상 최악의 난민 위기에 처해있다고 발표했다. 이중 이라크·시리아 난민이 1500만 명으로 추산됐다. 하루 발생하는 난민도 2010년 1만1000명에서 지난해 4만5000명으로 늘었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ockham@joongang.co.kr
고정애 기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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