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바로티의 후계자로 불리는 테너 라몬 바르가스 . 파바로티와 달리 그는 아직 날씬한 체형이다. © News1
"성량 울림통에 해당하는 체형과 비례" 분석 일반적…바이올린-첼로 소리 다른 것과 같은 이치
(서울=뉴스1) 박정환 기자 = "체형과 노래 실력은 별개입니다."
성악가들은 공식적으로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그러나 공연장에서 만나는 성악가 가운데는 체격이 우람한 사람이 많다.
소프라노의 풍만한 몸과 테너의 터져 나올듯한 배가 일반적인 성악가의 이미지다. 전설적 테너인 파바로티는 오페라'라 보엠'에서 가난한 예술가 청년 역을 맡았을 때 그의 몸무게 때문에 소품 의자의 다리를 부러트렸다.
또 성악가들 사이에선 체중과 체형에 관한 여러 속설이 많다. '살을 빼면 소리가 달라진다', '베이스들은 목이 길고 키도 크다', '테너는 목이 짧다'는 식이다. 출신 국가별 성악가에 관한 속설도 있다. '러시아는 베이스가 강하고, 이탈리아는 테너가 강하다'고들 한다.
성악가는 몸 전체를 울려서 소리를 낸다. 그 핵심은 숨을 뱃속 깊은 곳까지 들이마셔서 내뱉는 복식호흡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의 A교수는 "소리(성량)는 울림통에 해당하는 체형과 비례한다"고 단언하며 "똑같은 구조의 현악기이지만 크기가 다른 바이올린과 첼로의 울림이 다르지 않으냐"고 비유했다.
그는 "첼로가 바이올린보다 뚱뚱(?)하다고 놀리지 않는데 왜 성악가의 체형을 뒤에서 놀리는지 모르겠다"며 "뚱뚱한 것을 부끄러워하는 사회의 인식이 더 문제다"고 말했다. A교수는 자신의 몸무게에 대한 질문에는 웃음으로 대답했다.
성악가들이 복식호흡을 오래 하면 일반인보다 호흡을 삼켰을 때 배가 3~4인치 정도 더 나오게 된다. 다른 성악가는 "오랜 연습으로 갈비뼈 아랫부분 허파꽈리까지 사용할 수 있으므로 호흡량이 많아져서 자연히 성량이 풍부해진다"며 "성악가의 우람한 체형은 좋은 소리가 담긴 악기라는 의미에서 존경의 대상"이라고 강조했다.
그럼 성악가들의 허리둘레는 얼마나 클까? 김진우 국립오페라단 의상감독은 "성악가들 사이에서도 10인치 이상 차이가 난다"며 "천차만별이지만 허리둘레 44인치까지 제작해봤다"고 대답했다.
그는 성악가의 의상을 제작할 때는 숨을 내뱉었을 때나 들이 삼켰을 때를 둘 다 잰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기성복을 맞출 때처럼 배꼽 밑에서 허리둘레를 재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호흡해서 노래 부를 때 불편함이 없도록 제작한다"며 "바지나 치마의 경우 뒷면을 고무밴드로 처리해 탄력적으로 늘어나게 한다"고 설명했다.
시대별 의상은 성악가 개개인의 상황과 맞춰야 할 경우가 많다. 특히 코르셋은 체형을 날씬하게 보이기 위해 가슴부터 배꼽 밑까지 꽉 조이는 옷이라서 성악가들이 복식호흡을 하기 힘들다.
김 감독은 "18세기 유럽의상을 고증하고 싶지만, 성악가분들과 적정선에서 타협하는 경우가 많다"며 "외국 무대 경험이 많은 성악가는 코르셋을 많이 입어봐서 큰 거부감없이 감내하는 반면에 상대적으로 경험이 적은 성악가는 호흡이 중요하므로 코르셋도 넉넉하게 만든다"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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