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락천지명(乐天知命)

[흑룡강신문] | 발행시간: 2015.12.01일 08:20
작성자: 김문일

  (흑룡강신문=하얼빈) 아침에 출근길에 나서보니 어제 내린 눈발이 차창가에 얼어붙어 당장 운전할수 없을 지경이 돼 있었다. 눈솔로 쳐내도 차창문에 얼어붙은 눈은 쉽게 떨어지질 않는다. 차안의 히타를 켜놓고 반시간 가까이 녹여서야 차창에 얼어붙었던 눈들이 서서히 녹기 시작했다. 가끔씩 불어치는 찬바람이 여간 매서운게 아니다. 겨울이 들긴 들었나 부다.

  추운 겨울날에 춥게 사는사람들이 더러 있다. 따뜻하게 살아가는 사람으로서는 미안한 일이 아닐수 없다. 사업을 한답시고 무심하게 지난일들이 가끔씩 후회될때가 있다. 주말에는 추운 이웃이 없나 돌아보고 작은 도움이라도 주어야 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옛날에는 이웃이 사촌이라고들 했는데 요즘 아파트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은 그렇지 못하다. 아빠트 단지내에서 같이 산지 십년이 넘어도 서로 얼굴도 모르고 뭐하는 사람인지조차 모르고 지내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렇게 모두들 꼭 닫고 살기에 현대인들의 마음은 점점 더 말라가는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래서 우울증도 더 많아지고 그래서 자살하는 사람도 더 많아지는것일듯 싶다. 조금 어려울때 따뜻한 말 한마디가 구원이 돼주고 마음이 기댈구석을 만들어 줄수도 있다.

  오늘따라 운명이란 어떤것일까 생각하게 된다. 이슬비에 바지자락 젖는줄 모른다고들 했는데 생계에 정신이 팔려있다보니 정작 마음수련에는 게을러질수밖에 없다. 그렇게 바지자락 젖는줄도 모르게 내 인생의 반이 소리없이 흘러가고 있는것이다.

  오늘 멀리에 있는 친구의 전화를 받았다. 자기의 아내가 임신했다고 전화가 온것이다. 곧 아이를 가지게 된다고 좋아서 전화가 왔다. 그 친구는 늦게 결혼했고 결혼하고나서 곧 한국으로 외화벌이 나갔었다. 얼마전에 안해마저 따라서 한국에 갔는데 이렇게 전화가 온것이다. 그 친구하고는 학창시절에는 참 친하게 지냈었다. 한국에 간후도 가끔씩 출장길에 서로 얼굴은 만났지만 옛날처럼 그렇지는 못했다. 우리 모두 컷나본다. 컷다는것은 성숙됐다는 의미로 들리는데 어쩐지 성숙보다는 미흡했던 그때 그 시절이 더 기억에 남고 그리워질까.

  친구의 전화를 받고 축하한다고 몇마디 사무적으로 마무리지었는데 오후내내 사무실에서 잡일을 처리하다가 늦어서야 문뜩 그 생각이 다시 떠오르며 얼굴에 웃음이 피였다. 잡무와 일에 대한 스트레스에 시달려온 나에게는 따뜻한 감로수같은 전화였다. 얼마나 좋았으면 멀리 외국에 있는 친구한테마저 전화를 해서 임신소식을 알리고 싶었을까. 그러고 보니 우리가 중학교 나온지도 벌써 20년이 넘었다. 그때 코흘리개이던 친구에게 이제 그를 이을 자식이 생겼나본다. 운명에 대해 새삼스레 생각하지 않을수 없다.

  운명에 대해서 가장 깊이 믿은 선인이 있다면 공자일것이다. 공자는 다음과 같이 자신의 삶에 대해 귀결한적 있다.

  “吾十有五而志于学,三十而立,四十而不惑,五十而知天命,六十而耳顺,七十而从心所欲,不逾矩。” 라는 논어에서 나온 유명한 말이다.

  운명은 생사나, 부귀, 빈궁,혹은 일생중에 우리가 맞딱드리고 해결해나가는 모든것이 될지 모르나 공자는 십오세에 학문에 뜻을두고 서른살에 스스로 자립하고 마흔살에는 외계의 학설에 현혹되지 않고 오십에 천명을 알았고 육십에는 모든것을 받아들여 경청할 마음의 준비가 되였고 칠십에는 자신의 의지와 주관규칙규범이 하나가 되여 흐트러짐이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여기에 오십에 천명을 알았다는 말에 대해서 많은 학자들은 공자가 하늘의 움직이는 도리를 이해했다고들 풀이하는데 나는 가끔씩 다르게 생각들 때가 많다. 천명이라는것을 운명으로 풀이한다면 더 적적할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기때문이다. 물론 내 얄팍한 지식으로 풀어낸 엉뚱한 생각일지 모르나 지천명(知天命) 이라는 말을 공자가 자신의 운명에 대해서 새삼스레 깨달았다로 이해해도 될는지 모르겠다. 공자의 인생을 보면 젊어서는 자신의 큰 포부를 펴기 위해서 많은 제후국의 국왕들을 만나는데 그의 이상과 포부에 동감하는 국왕 한명도 만나지 못하고 나중에 다시 걸식하면서 자신의 고국인 로나라로 돌아온다. 그런 그가 오십이 되여서야 비로소 자신의 운명이 교육을 하는 학자로서 서는것이지 세상을 뒤흔드는 정치인으로서가 아니라는것을 깨달았다는 뜻이 될지도 모른다.

  여기에 재미있는 이야기 하나가 더 있다. 공자의 학문에 가장 많이 영향준 책이 있다면 주역(周易)일텐데 공자가 그 주역을 천번을 읽어서 죽간(竹简)의 끈이 끊어져 세번이나 다시 맸다는 기록이 있다. 그런 주역을 편찬한 사람이 주문왕 희창인데 주문왕은 반평생을 제후로 있다가 다시 억울한 사연으로 옥에 같힌다. 옥에 같혀 있으면서 다른 사람들 같으면 오히려 힘을 잃고 정신을 놓아버릴지 모르겠지만 주문왕은 오히려 옥의 벽틈에 자라는 시초를 가지고 점쾌를 보다가 세상사의 흐름을 깨친것이다. 그래서 만들어 진것이 주역인데. 주문왕의 50년의 삶이 바탕이 되지 않는다면 주역도 있을수 없다는것이 이 이야기의 핵심이다. 즉 주문왕의 나이 50에 세상의 모든 세상만물은 주기성있는 부단한 변화를 하고 있음을 깨달아서 만들어진것이 변화를 나타내는 역경(易经)이고 공자는 50에 천하에 가르침을 펴는것이 자신의 숙명임을 깨닿고 “논어”를 편찬했다고 하는것이다.

  실은 역경(易经)에 훨씬 먼저 공자가 말한 천명에 대한 말이 나온다. "乐天知命,故不忧"라는 말이 그것이다. 하늘을 우러러 기뻐함은 그 명을 아는 고로 걱정하지 않는다는 말이된다. 하늘과 명을 합치면 천명이 된다. 이럴때보면 “天“도 “命”도 같은 의미로 쓰인다. 사람의 도리는 하늘의 길에 기인하니 사람의 길흉화복과 요절 장수는 모두 하늘이 지배한다는 말이라고 사해(辞海)에는 적혀있다.

  옛날부터 중국사람들은 인간사회의 여러가지 현상은 하늘의 의지인 보이지 않는 실로 지배되고 있다고 생각해 왔다. 그것이 ‘천명’이고 ‘명’인 것이다. 따라서 그 ‘명’을 자각하면 달관이나 체념이 생길수도 있다. 다시 말하자면 깨닫는 경지에 가까워져 갈수가 있다는 말이 된다. 그래서 <고로 걱정하지 않는다>라고 했을것이다. 그러한 달관의 경지, 즉 깨달음의 경지에 이르렀다면 어떤 변고에도 허둥대지 않게 될것임은 틀림이 없다.

  역경(逆境)에 처했을때 더 나쁜것은 허둥대는 일일것이다. 보기 흉할뿐 아니라 한층 일이 악화될뿐이다. 이러한 때일수록 낙천지명해야할 것임이 자명한것이다.

  친구의 그 전화가 나더러 내 운명에 걸맞게 낙천지명해야 함을 가르쳐주는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늦은밤 서재에 앉아 글을 쓰려다보니 창문틈으로 들어오는 소슬한 겨울의 기운에 몸을 줄이게 된다. 창문을 통해 밖을 내다보니 자정이 다되여서인지 길가에 다니는 사람조차 없다. 오늘은 달도 보이지 않고 우중충한 하늘가에 서너개의 별빛만이 추위에 떨고 있다. 내일에는 멀리있는 친구들에게 전화라고 한통씩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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