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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

[흑룡강신문] | 발행시간: 2015.10.09일 08:54
작성자: 김문일

  (흑룡강신문=하얼빈) 가을이 오면 하늘이 유난히 높아보인다. 여기저기서 시원함을 느낄수 있다. 이맘때면 언제나 가을의 하늘처럼 내 마음도 넓고 높아진다. 요즘 집에서 기르는 관상용 버드나무가 꽃이 활짝 피였다. 몇주전부터 버드나무가지의 여기저기에 꽃봉오리가 맺히더니 어느새 나무가지마다 흐드러지게 연분홍 꽃잎을 펼쳤다. 가을에 피는 꽃은 봄에 피는 꽃보다 더 아름답게 느껴진다. 귀하기 때문이리라. 다른 꽃들은 다 꽃잎을 지울때 꽃망울을 피니 더욱 아름답게 느껴지는듯싶다.

  버드나무꽃은 향기가 진하지 않다. 그러나 그 꽃은 망울을 터치고 꽃이 피기 시작하면 작은 나무가지마다 가득 연분홍 꽃잎을 피운다. 그냥 보기만해도 즐겁다. 옆에 다가가서 코를 대고 향기를 맡을라 치면 알릴락말락한 싱싱한 꽃향기가 가슴 가득 들어온다. 하루의 피로가 말끔히 가신다.

  그 옆에 있는 란초는 꽃은 자줄 피지 않지만 그냥 그 꿋꿋하고 푸른 기상으로 집안에 푸름과 활력을 더한다. 옛사람들은 란(蘭)을 사군자중의 하나로서 표현했다. 매화, 란초, 참대, 국화를 사군자라 칭했던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다시 보니 과연 난초는 군자답고 그 옆에 키는 훨씬 크지만 가느다란 버드나무는 오히려 미녀의 형상을 닮았다.

  늦은 밤 귀가하여 꽃에 취해있다가 창문가로 하늘을 쳐다보니 서남쪽 하늘가에 태백성이 반짝인다. 가을밤의 밤하늘이 가장 아름답다. 하늘이 높고 푸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눈에 보이는건 유난히 밝은 태백성 하나뿐이다. 태백성을 볼때면 어릴때 보던 ‘서유기’의 이야기가 떠오르군 한다. 자신의 분수도 모르고 날뛰다가 태백금성에게 천거되여 하늘에 올라가서 ‘필마온’이라는 벼슬을 받았으나 그 관직이 낮음을 나무라서 천궁을 분탕치고 지상에 돌아왔는데 이번에도 태백금성이 나서서 천거하여 ‘제천대성’까지 된다. 그러나 욕심은 끝이 없어서 하늘의 반도대회를 망치고 어주를 훔쳐먹고 삼십삼천까지 올라가서 태을진인의 금단까지 한 호로박 전부 먹어버린다. 그러다 끝내는 부처님의 높은 법술에 오행산에 갇혔다가 삼장법사의 제자가 되여 서천으로 경 가지러 다녀오는 이야기를 적은 ‘서유기’는 그야말로 모험과 낭만의 세계이다. 그리고 그 주인공 손오공은 내가 성장하는 과정 내내 멋지고 동경하는 모습이였다.

  그런 손오공을 두번이나 천거를 한 태백금성이 바로 창문가에 반짝이며 꽃향기와 어울려 가을의 풍치를 더하는듯 싶다.

  옛날 사람들은 밤중에 길을 잃으면 하늘의 북두성을 쳐다보면서 길을 찾았다고 한다. 그런데 오늘은 북두성을 찾을수가 없다. 날씨가 나빠서인지 아니면 이 도시의 공기질량이 나빠서인지 밤이면 별을 볼수가 없다. 요즘은 GPS나 핸드폰 위치추적기라든가 위성안내기 같은 것들이 너무 보편화되여서 별을 보면서 길을 찾는 일은 없겠지만 옛날 같으면 하늘의 별이 길안내 작용을 많이 했을것이다.

  오늘 어머님이 전화가 와서 바쁘지 않으면 다녀왔다 가라시기에 (실은 좀 일들이 있었지만 미루고^^) 가보았더니 어머님의 친구분이 와 계셨다. 그분은 나도 좀 안면이 있는데 가끔씩 어머님한테 놀러오시는 분이셨다. 나를 부른 사유인즉 이러했다. 어머님의 친구분은 성이 구씨인데 딸과 아들 두 자녀를 두고 있었다. 그분이 자녀들의 장래가 걱정돼서 이번 연휴에 점치러 여기저기 다니다가 부근의 어느 사찰의 관음영험점(觀音靈驗占)이라는것이 용하다고 보러갔다고 한다. 그런데 거기에서는 한족말로 설명하고 이상한 글이 가득적힌 쪽지를 주던데 뭐라는지 몰라서 그런다며 쪽지를 내밀었다. 특히 믿고 부르신듯한데 바쁘다고 그냥 갈수도 없고 어머님하고 친한 분이시라 대충 넘길수 도 없었다. 그래서 그 글쪽지를 받아 보니 중국 사찰에서 숫자가 적힌 저가락같은것이 가득 꽂힌 통을 흔들어서 그중 하나가 나오면 그에 맞는 점쾌를 보는 그런것이였다. 중국 민간에서 많이 신앙하는 형태로서 백사문관음(百事問觀音)이라고 모두 백가지 점쾌로 나뉜다. 주역에서 64쾌를 분석하는것과 비슷하게 만들어 졌으나 말로는 아주 영험하다고 한다. 사람들은 길이 보이지 않으면 길을 찾고자 노력한다. 그러는 과정이 바로 이러한 점을 치러다니고 미래를 알고자 하는 과정이 생겨난게 아닐까 싶다.

  어떤 사람들은 일괄적으로 이 모든것을 부정하고 미신이라고 일축 시켜버리는 경우가 있다. 미신(迷信)을 중국글로 풀이하면 미혹할迷자에 믿을 신자가 붙혀져 있다. 즉 미혹된것, 모르는것을 믿는것을 가르켜서 미신이라고 했다. 그러나 우리는 자기자신에 대해서 또 얼마나 알고있는가? 스스로를 미신하는것이 또한 가장 큰 미신임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글쪽지는 ‘제 32 중첨(中簽)’이였다.(번역상 중첨이라는 표현을 썼다. 첨이란 하나를 뽑아서 나타난 숫자를 가르킨다. 보통 주역에서는 쾌(卦)라고 하지만 여기서는 첨이라고 표현한다.)

  일단 중첨은 상첨(上簽)보다는 못하지만 하첨보다는 좋은 것이다. 32첨의 제목은 유비구현(劉備求賢)이였다. 삼국연의나 삼국지를 보게 되면 유비가 천하를 얻을 꿈을 가지고 현인을 모시려고 고민하던중 관우 장비와 함께 삼고초려를 한 이야기가 있다. 그 내용이 있듯이 그 쪽지에는 풀이도 돼 있었는데 ‘돌중에 옥이 있듯이 이인은 쉽게 알아볼수가 없다. 분명해지기를 기다려서 움직이면 모든것이 잘 되리라’로 돼있었다. 물론 내용에 대한 시(詩)도 있고 더 상세한 분석내용도 있었다. 거기의 내용대로 상세히 분석해주고 역사이야기도 해주면서 설명을 해주었더니 어머님의 친구분은 자못 흡족해하셨다. 비록 상첨은 아니지만 그나마 중첨이라도 나왔고 설명을 들으니 귀인을 만날수도 있고 여러가지로 좋은듯 싶어서 아주 만족해 하셨다.

  나는 점을 치는것을 나쁘게 보지 않는다. 긍정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점은 우리에게 힘이 되여줄수 있고 발전적이 될수도 있다.

  깜깜한 한밤중에 길을 잃은 사람을 생각해 보라.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라도 잡고싶은 그런 심정일 것이다. 그럴때 누군가가 길을 알려주고 방향을 가르쳐주고 구명대를 던져준다면 얼마나 고마울것인가.

  옛날 프랑스에 어떤 젊은이가 있었는데 하는일마다 안되고 실패를 계속해서 자살을 시도하려다가 마지막으로 점쟁이를 찾아가서 점이라도 치고 죽자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 젊은이가 점을 치는 집시여인을 찾아가서 점을 치는데 그 집시여인이 깜짝 놀라면서 말하기를 “젊은이 당신은 옛날 세계를 뒤흔들던 나폴레옹 황제의 환생이요”라고 했다고 한다. 그 말을 듣고 믿은 젊은이는 피가 끓어 오르고 용기가 북받쳐 올라서 다시 사회에 돌아가서 열심히 노력한 결과 프랑스에서 제일가는 사업가로 성장했다. 그러고 나서 그가 다시 그 집시여인을 찾아가서 물어볼때 집시여인이 말하기를 실은 당신이 그 당시 너무 실망하고 힘들어해서 내가 당신이 나폴레옹의 환생이라고 말했을뿐 실은 나폴레옹의 환생이 아니라고 말해주었다. 그러나 그는 그 점쟁이한테 다시 후한 보수를 주고 나왔다고 한다. 비록 자신이 믿고 있었던 환생의 이야기가 가짜이긴 했지만 그가 소극적이고 인생을 포기하려는 마당에 그한테 힘과 용기를 준 선의의 거짓말이 였기 때문이였다. 그리고 그 상황에서 비록 자신이 나폴레옹의 환생이 아니라는걸 알았지만 그는 이미 자신에 대한 자신감과 자부심 그리고 열정을 찾았고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였던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볼때 점을 보는 사람들은 ‘인생컨설팅설계사’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것이다. 물론 엉뚱한 소리로 사람을 위협하고 얼토당토않는 말로 돈이나 얼려내는 사기군들을 말하지 않는다. 아쉬운것은 현대 우리 사회에 정말 긍정적이고 제대로된 인생설계사나 인생컨설팅전문가가 많지 못하다는데 있다.

  우리가 직접 찾지 못하는 인생의 방향이나 진로를 가르켜주고 아픈 마음의 상처를 어루만져준다면 그것은 어두운 밤중에 길잃은 나그네가 북두성을 찾고 물에 빠진 사람이 구명대를 잡은것과 같을것이다.

  ‘타임머신’이라는 유명한 영화가 생각난다. 3부작으로 된 영화인데 주인공과 과학자는 시간을 뛰여넘는 기계를 발명하여 자신의 인생을 변화시키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잘 되게 하려는 일들이 운명의 장난처럼 뱅뱅꼬이면서 오히려 어렵고 복잡하게 만든다. 나중에 원상태로 돌아와서 타임머신이 기관차에 부딪쳐 박산이 난다. 주인공의 여자친구가 미래에서 가져온 나쁜 의미의 글들이 사라지고 백지로 변한다. 그때 과학자가 나타나서 하는 말이 의미심장하다.

  <<우리의 인생은 우리가 만드는것이지 누가 대신 만들어주는것이 아니다. 미래의 예언을 적었던 종이라도 현실에 오면 백지가 되는것은 그 백지에 무엇을 쓰느냐는 바로 당신이 결정하는것이기 때문이다>>라는 말이 기억에 오래동안 남는다.

  운명은 중국글로 번역하면 명운(命運)이라고 한다. 나는 명운이라기 보다는 운명이라고 부르는 순서배열이 더 맞다고 생각한다. 명운은 숙명론적으로 들릴수 있지만 운명은 우리의 명을 리드한다는 의미가 더 잘 나타났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명은 우리가 운전하는것이다.

  밭에 곡식을 심지않고 수확을 거두기를 바란다면 바보라고 할것이다. 지금 어려운 상황이라 할지라도 자그마한 씨앗부터 심는다면 좀 더 큰 수확을 거둘수 있고 그걸 기초로 차근차근 발전시킨다면 언젠가는 충분히 큰 수확을 이루게 될것이다.

  자신의 재주를 믿고 오만과 욕심 방자함으로 가득찼던 손오공도 나중에는 자신의 진정 가야할 길을 찾고 나름대로의 정도를 찾아서 당승을 보호해 온갖 험난을 헤치고 서천에 이르지 않았는가?!

  미래를 불안해하고 떨기보다는 용감히 맞서나가는것이 우리가 해야할 일일것이다. 전에 이런저런 여의치 않은 일들이 많아서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많았었는데 버드나무의 피여나는 아름다운 꽃과 꽃봉오리를 보면서 기분이 한결 상쾌해졌다.

  꽃은 하루밤사이에 피고 버드나무는 하루밤 사이에 푸르러진다는 말이 있다. 하루밤의 꽃을 피우기 위해서 준비하는 시간이 얼마나 걸렸을가?!

  인생의 이치는 사람이나 버들이나 모두 같다. 운명은 기다릴줄도 알아야 하지만 준비하면서 기다리는 지혜가 필요하다. 버드나무 꽃을 보고 있으려니 어릴적 강가에서 뛰놀면서 버드나무가지로 모자를 틀어 만들어 쓰고 수양버들, 능수버들 하느적 거리는 강가에서 물장구치며 뛰여놀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 시절이 어제같은데 벌써 몇십년이 흘렀다. 살짝 열린 창문가로 가을 바람이 밀고 들어오며 버드나무의 가지를 날린다. 문뜩 시흥이 일며 시조 한수가 떠올라 지어본다.

  능수야 버들아 시골강가 뭐좋다고

  추풍낙엽 이 시절에 꽃봉오리 맺고지고

  길떠난 님 오실날 어이알고 꽃피느냐.

  옛사람들은 자연의 풍치를 즐기며 시조를 지었다지만 집안 베란다에서 시조를 지어보는것 역시 아름다운 인생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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