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신형 '싼타페'
현대기아차를 필두로 한 국산차 업체들이 신모델을 출시할 때마다 가격을 큰 폭으로 인상하고 있지만 정부는 팔짱만 끼고 있어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라면 값은 50~100원만 올려도 담합을 조사해 1000억원대의 과징금을 부과하면서도 라면보다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10배나 큰 자동차 가격을 올리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자동차가 필수품으로 자리잡은 지금 해마다 수십~수백만원씩 급등하는 자동차 가격은 이제 소비자들의 우려를 넘어 물가상승의 요인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정부는 도시근로자가 소비하는 주요 품목을 정하고 품목 별로 가중치를 달리해 소비자물가지수를 발표한다. 라면의 가중치는 0.24%에 불과한 반면 자동차는 라면의 열 배에 가까운 2.27%에 달한다. 또 휘발유의 가중치가 2.87%인 점을 감안하면 정부가 기름 값에는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자동차 가격 인상에는 팔짱을 끼고 있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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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자동차를 부유층이 주로 사는 사치품의 일종으로 보기 때문에 서민들이 주로 찾는 라면이나 기름값엔 민감한 반면 차값엔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 하지만 자동차가 이미 필수품이 된 상황이고 자동차를 생계 수단으로 쓰는 영세 자영업자도 많은 현실을 정부가 직시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경호 아주대 경제학과 교수는 “자동차는 규모의 경제가 중요한 산업이라는 이유로 정부가 국내에선 비싸게 팔고 해외에선 싸게 파는 가격 차별까지 허용해왔다”면서 “산업이 성숙한 지금 과연 자동차 가격이 시장경제 논리에 맞게 매겨지는지 점검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현대차와 기아차는 브랜드는 다르지만 사실상 한몸이기 때문에 가격 결정도 같은 곳에서 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면서 “정부가 담합 여부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동수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경제연구부장은 “품질 향상도 있었겠지만 현대기아차의 점유율이 75%에 달하는데다 국산차 시장과 수입차 시장이 아직은 별개의 시장이기 때문에 제대로 경쟁이 되질 않아 국산 차 값이 계속 올라가는 측면이 있다”면서 “시장지배적 사업자 때문에 발생하는 폐해는 이미 현대차그룹이 기아차를 인수하던 순간부터 예견됐던 일”이라고 말했다. 강 연구부장은 “자유시장경제에서 정부가 가격에 영향을 주는 것도 문제가 있지만, 소비자 보호를 위해 독점이나 담합, 불공정거래 등의 문제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면서 “미국의 경우 기업 분할 명령을 내리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이재원 기자 true@chosun.com]
[박성우 기자 foxpsw@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