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룡강신문=하얼빈) 한국 연예계에 부는 대륙풍이 거세지고 있다. 최근 화제가 된 '쯔위 사태'가 대표적이다. 걸그룹 트와이스의 멤버 쯔위가 모국 대만 국기를 흔든 것이 엉뚱하게 중국 여론을 자극해 소속사의 중국 사업 전체가 위기에 빠질 뻔했다. 중국 콘텐츠 시장은 연평균 11%씩 성장 중이다. 올해는 일본을 뛰어넘을 것(약 224조원)으로 전망된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게임, 연예 등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유입된 중국 자본은 약 1조원(2015년 9월 기준) 이상이다. 지난 12일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그룹도 SM엔터테인먼트에 355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유입된 자본만큼 중국의 영향력도 커진다.
①한국에선 망해도 된다
중국서 큰 인기를 끈 예능‘런닝맨’출연진 유재석, 김종국 등은 중국 현지 팬미팅 때 전용기로 이동하는 모습을 SNS에 올려 화제가 됐다. /김종국 인스타그램
가장 직접적인 변화는 한국이 아니라 중국을 기반으로 하는 콘텐츠나 스타가 생기고 있단 점이다. 일요일 황금시간대에 방송되는 SBS 예능 '런닝맨'이 대표적이다. 최근 6개월간 시청률 6~8%(닐슨코리아)대로 부진하지만 폐지는커녕, 박지성, 송중기 등 톱스타들이 꾸준히 나온다. 이 프로그램이 후난(湖南)위성TV 등 중국 내 4개 방송에서 인기리에 방영 중이기 때문이다. 유재석 등 출연진의 중국 팬미팅 땐 전용기가 동원될 정도로 최고 인기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런닝맨' 고정출연자인 이광수, 김종국 등도 중국서 회당 출연료만 수천만원에 이르는 톱스타에 등극했다. SBS 관계자는 "국내 시청률과는 상관없이, 중국판 '런닝맨'을 공동 제작하면서 부가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밝혔다. SBS는 2014년부터 '런닝맨' 판권 수출 등으로만 300억원대 매출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김수현, 이민호 같은 한류스타뿐 아니라 추자현, 채림처럼 아예 중국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스타도 많다.
② '쪽대본' 사라지는 드라마 촬영 현장
드라마 '쪽대본'이 사라지고 있다. 송혜교, 송중기 주연에 제작비 120억원이 투입된 대작드라마 '태양의 후예'는 방영 전 100% 사전 제작이다. tvN '치즈인더트랩'도 16부작 중 8회가 방영된 상태에서 이미 모든 촬영이 끝났다. 이영애가 출연하는 '신사임당', 수지, 김우빈 등이 출연하는 '함부로 애틋하게' 등 올해 방영 예정인 드라마 중 이미 5편이 사전 제작에 들어갔다. 모두 중국 때문이다. 중국에서 드라마를 방영하려면 통상 방영 60일 전 작품 전편을 심의 신청해야 한다. '태양의 후예' 제작사인 NEW는 "중국 수출 계약으로만 40억원을 벌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에 제값을 받고 팔기만 하면 흥행 실패에 따른 위험을 줄일 수 있으므로 한국 드라마의 고질병인 '실시간 제작'이 사라지고 있다.
한국 연예계에서 중국 시장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한화 120억원이 투자된 드라마 '태양의 후예'는 중국 수출을 위해 100% 사전 제작했다. /KBS 제공
③중국 눈치 보기
지난달 19일 방영된 KBS 드라마 '무림학교'에서 등장인물들이 중국 화폐를 태우는 장면이 방송을 타자 중국에서 거센 비난 여론이 일었다. 마오쩌둥의 얼굴이 들어간 화폐를 태우는 것은 위법일 뿐 아니라 중국에 대한 모욕이라는 것이다. KBS는 즉각 "폄훼 의도가 없었다"며 사과하고 VOD(다시 보기)에서 해당 장면을 삭제했다. 중국인들이 민감하게 받아들일 만한 정치•사회적 이슈가 콘텐츠 제작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것이다. 나영석 PD가 웹예능 '신(新)서유기'를 기획하며 중국 고전 '서유기'를 바탕으로 하고, 중국 현지에서 대부분을 촬영한 것도 한국보다 중국 시장을 노린 포석이었다. 서강대 경영학부 정유신 교수는 "한•중 자유무역협정 체결 등으로 중국 자본의 유입이 더욱 증가할 것"이라며 "그에 대비해 한국 콘텐츠 산업의 경쟁력을 키우고 한국과 중국 모두 윈윈할 수 있는 상생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조선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