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 때 女는 물건 선택, 男은 카트 몰도록 진화
[사이언스] 뇌 신경 연결구조 달라
남성은 사냥꾼·여성은 채집자, 원시시대 역할 분담 따라 진화
남성, 좌·우뇌 각각 앞뒤로 연결… 운동·공간 지각력 뛰어나
여성, 좌뇌·우뇌 동시에 사용… 직관적 판단력서 남성 압도
부부가 같이 마트에서 장을 보려면 각자 상당한 인내심이 필요하다. 남편 입장에서 보면 아내는 사지도 않을 물건을 보느라 시간을 낭비한다. 아내에게 남편은 물건을 제대로 보지도 않고 빨리 가자고 보채는 아이와 같다. 상대를 이해하려면 차이를 인정해야 한다. 과학자들은 남녀의 쇼핑 습관 차이는 원시시대 수렵 채집 사회에서 일어난 성(性) 역할 분담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심지어 뇌도 그에 맞춰 다르게 진화했다는 것. 마트에서 과학자들은 무엇을 본 것일까.
◇카트는 사냥꾼인 남편에게, 물건 고르기는 채집자인 아내
호주 과학자들은 "마트에 가면 남자는 카트를 운전하고 물건 고르기는 여자가 해야 장보기의 효율이 높아진다"고 조언한다.
스베틀라나 보고몰로바 남호주대 교수 연구진은 대형 마트 세 곳에서 1176명의 쇼핑 형태를 분석했다. 여성은 특정 상품을 찾아 카트에 담기까지 시간이 평균 33초로 남성보다 13초가 덜 걸렸다. 남성보다 30%는 더 빨리 찾고 더 빨리 고른 것이다. 남성은 카트 운전에 뛰어났다. 빈 카트를 찾고, 나중에 계산대를 통과하는 데 평균 10분24초가 걸렸다. 여성은 14분6초였다. 연구 결과는 '호주 마케팅 저널' 최신호에 실렸다.
미국 미시간대의 대니얼 크루거 교수는 2009년 '사회, 진화, 문화 심리학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마트에서 남녀의 행동 차이를 진화론으로 설명했다. 연구진은 남녀 대학생 467명에게 여러 상황을 설명하는 문장들을 제시하고 자신에게 해당하는 것을 고르도록 했다. 남학생은 대부분 낯선 쇼핑몰에 가면 필요한 것을 최대한 빨리 산다는 쪽을 선택했다. 여학생은 대개 다양한 색과 스타일의 물건을 꼼꼼히 보고 가장 원하는 것을 골라낼 수 있다는 쪽이었다. 크루거 교수는 "남학생은 원시시대 사냥꾼, 여학생은 채집자의 습성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슴을 사냥할 때는 사슴만 보고 쫓지 주변의 작은 새는 신경 쓰지 않아야 한다. 그래야 체력 소모를 줄이고 사냥에 성공할 수 있다. 사냥에 익숙해진 남자는 마트에서도 필요한 물건을 사고 가능한 한 빨리 나오는 길을 찾는 것이다.
여성에게 물건 고르기는 채집과 같다. 딸기를 따다가 떨어진 밤을 보면 이것도 주워담아야 한다. 덜 익은 버섯도 수시로 살펴 언제 따야 할지 판단해야 한다. 원래 사려던 물건 외에 다른 물건을 보는 습관도 그때 생겨났다는 게 크루거 교수의 설명이다. 물건을 빨리 찾고 살지 말지 판단이 빠른 것도 원시시대 채집을 할 때처럼 다른 물건을 사러 왔을 때 이미 살펴본 덕분이라고 볼 수 있다.
◇좌우 뇌 동시에 쓰는 여성
남녀가 사냥꾼과 채집자로 역할을 나누면서 뇌도 다르게 진화했다. 2013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라기니 베르마 교수 연구진은 '미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8~22세 남녀의 뇌 구조 차이를 분석한 논문을 발표했다. 결과적으로 사춘기를 지나면서 남성의 뇌는 운동과 공간 지각력이 뛰어나게 발달했고, 여성의 뇌는 언어와 직관력이 우수한 쪽으로 발달했다.
모든 뇌 기능은 신경세포들이 어떻게 연결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연구진은 신경세포 사이를 오가는 액체의 흐름을 지도로 나타냈다. 바로 '커넥톰(connectome)'이다. '전체(ome) 신경세포들의 연결(connect)'을 뜻하는 말로 일종의 뇌 지도라고 할 수 있다. 신경세포 100종의 커넥톰을 분석했더니 남성은 좌뇌면 좌뇌, 우뇌면 우뇌 한쪽 뇌에서 앞뒤로 연결된 형태가 많았다. 뇌의 앞쪽은 근육을 조절하고 뒤쪽은 지각력에 관여한다. 남성은 이 두 영역의 연결이 많아 운동 능력이 뛰어나다. 공간 지각력도 뛰어나 지도를 잘 읽는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사냥꾼에 적합한 뇌인 것이다.
여성은 논리적 사고를 하는 좌뇌와 직관을 담당하는 우뇌를 동시에 써 [removed][removed]내게 맞는 물건을 택하는 것과 같은 직관적인 판단에서 남성을 압도한다고 볼 수 있다. 상대 감정을 읽는 데도 뛰어나 말 못하는 아기를 잘 돌본다. 좌·우뇌를 동시에 쓰다 보니 아이 공부를 봐주며 저녁을 차리는 식의 동시 작업 능력이 발달했다. 채집자는 딸기를 따면서 아기를 돌봐야 했다. 마트에서도 남녀는 다를 뿐이지 어느 쪽이 틀린 게 아니라는 말이다.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