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한반도 배치]
"中, 사드를 한국의 일방적인 미국 편들기로 해석할 수도"
- 韓·中관계 부정적 영향 불가피
"中의 경제보복 가능성은 적지만 당분간은 좋은 관계 기대 힘들어"
- '한·미·일 對 북·중·러' 재현 우려
12일엔 남중국해 분쟁 관련 판결, 월말엔 美 주도 아세안안보포럼… 中입장선 사드 이어 연타 맞는 셈
北·中 밀착땐 對北제재 큰 차질
한·미가 8일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를 공식 발표하면서 동북아 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중국의 강력한 반발은 작년 9월 박근혜 대통령의 '톈안먼 망루 외교'로 절정에 올랐던 한·중 관계를 과거로 되돌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로 미·중 갈등이 격화하는 가운데 사드 배치가 겹치면서 '한·미·일 대(對) 북·중·러'의 과거 대결 구도가 재현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국 외교가 새로운 시험대에 선 것이다.
박 대통령은 작년 9월 3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나란히 톈안먼(天安門) 망루에 올라 우리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중국군의 2차 대전 승전 열병식을 참관했다. 자유민주주의 진영 정상으로는 유일한 참석자였다. 그러나 이날 한·미의 사드 배치 발표로 '역대 최상'이라던 한·중 관계는 10개월 만에 중대한 국면을 맞게 됐다. 중국 인민대 스인훙(時殷弘) 교수는 "당분간은 이전 수준의 좋은 한·중 관계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중국은 이제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나설 것으로 본다"고 했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동북아연구실장은 "중국은 아·태 지역의 '안보 저울'이 미국 쪽으로 기우는 상황에서 '카운터 밸런싱(균형 맞추기)'을 위해 북한을 품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며 "'조·중(북·중) 우호 협력 및 상호 원조 조약' 체결 55주년(7월 11일)과 정전협정 체결일(7월 27일)을 맞아 양국이 밀착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다"고 했다.
중국이 한국에 보복할 것이란 우려와 관련, 스인훙 교수는 "중국이 이번 일로 경제 보복을 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중국은 양국의 경제 협력이 서로 이익이 된다는 것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베이징 외교 소식통은 "중국에는 '군자(君子)의 복수는 10년이 지나도 늦지 않다'는 말이 있다"며 "중국은 경제 외에도 대북 제재, 탈북자 처리, 자국 어선 단속 등 우리를 힘들게 할 카드가 많다"고 말했다. 중국 관광객의 한국 여행 감소도 우리에겐 아플 수 있다. 올 연말 일본에서 열릴 예정인 한·중·일 3국 정상회담도 중국이 사드 배치 등을 이유로 미온적 태도를 보인다면 개최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정부는 중국이 외교부 대변인 성명 발표→주중 한국 대사 초치→당국 간 대화·행사 연기·취소 등의 형태로 불만을 표시할 것으로 예상하고 시나리오별 대응책을 마련해둔 상태다. 안보 부서 관계자는 "한·미연합사령관과 우리 군 고위 관계자가 조만간 중국을 방문해 중국 측에 사드 관련 설명을 할 것"이라고 했다.
우리 측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치열한 세력 다툼을 벌이는 중국이 사드 배치를 한국의 일방적인 '미국 편들기'로 해석한다면 한·중 관계는 더 어려워질 수 있다. 국책 연구소 관계자는 "중국은 사드 배치를 한·미 동맹이 더 강력한 군사 동맹으로 재탄생하는 것으로 판단할 것"이라며 "아·태 지역에서 미국과의 군사 균형의 추가 더 기우는 것을 우려한다"고 했다. 베이징의 한 외교 전문가는 "중국은 전략미사일 전력을 더욱 증가시키려 할 것"이라며 "미·중 간에 새로운 군비 경쟁이 불가피해졌다"고 말했다.
또 다른 '태풍'은 남중국해에서 불어오고 있다. 필리핀이 중국을 상대로 제소한 남중국해 분쟁에 관한 판결이 오는 12일 나오기 때문이다. 외교가에선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은 문제가 있다'는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특히 이달 말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선 미·중이 남중국해 영유권과 사드 배치 등을 한 테이블에 올려 놓고 치열한 외교전을 펼칠 전망이다. 외교 소식통은 "한국은 작년 ARF에서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 미국을 지원하는 발언을 했었다"며 "이번에는 한반도 사드 배치까지 결정된 만큼 미·중 대결에 우리가 휩쓸려 들어갈 가능성이 커졌다"고 했다. 그러나 우리 정부 내에선 중국이 한국을 버리고 북한만 끌어안는 상황은 오기 어렵다고 보는 분위기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중국으로선 한·중 관계가 중요한지, 사드가 중요한지를 잘 판단해야 한다"며 "우리로선 사드 배치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최소한의 자구책인데 (중국이) 자꾸 어깃장을 놓는다면 한국을 미국 편으로 자꾸 떠미는 것밖에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용현 기자 ahnyh@chosun.com] [이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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