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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해빛

[길림신문] | 발행시간: 2012.05.22일 13:45
F-4 재외동포 한국비자가 나오면서 한국나들이가 잦게 되였다. 일곱번이나 갔다왔다. 방학때마다 가니 말이다. 우리 집은 일상용품까지 모두 한국물건들이다. 남들은 돈벌이하러 다닌다는데 나는 돈 쓰러 다닌다.

한 2년간 저금은 안되고 지출이 말이 아니다. 그래서 부지중 우리들의 지갑을 열려고 내온 《이명박정책》을 원망하기도 했다. 지갑에서 돈이 나가고 《한국팬》이라는 별명(딸이 지었음)까지 달고 다닌다. 여하튼 뭐 방학때마다 한가하지 않아서 좋기는 한데 말이다.

처음 인천공항에 내렸을 때 참으로 신기했다. 자그만한 나라의 엄청난 규모의 공항과 만족을 주는 서비스가 나를 황홀케 했다. 자유롭게 먹고 화장실에 무상 출입할수 있고 사고싶은걸 마음껏 선택할수 있는 공항의 구석구석이 신비하게만 느껴졌다.

남편이 차를 갖고 한국을 일주시켜주었다. 제주도까지 가서 실컷 구경하고는 감수가 어떠냐고 묻는 말에 《뭐 볼게 있어? 넘 작아!》하고 싱둥싱둥했다. 하늘과 바다가 하나로 된 망망한 동해의 맑은 물, 바당어멍 제주해녀와 신비한 세계(잠수함 타고 바다속 깊이 들어가는것), 경주의 드넓은 련꽃바다, 양평 남한강의 물을 받아안고 물길을 서로 반대로 흐르게 한 팔당땜들이 나를 놀라게 했는데도 왜인지 찬탄에 린색한 나였다.

지하철마다 사람들이 얼마나 붐비는지 모른다. 모두들 종종걸음을 했고 차안에 앉아서는 잠간이나마 휴식을 취하느라 눈을 감고있다. 젊은이들은 핸드폰 작업에 집중하고있다. 나혼자 멀뚱멀뚱해서 늘쩡걸음을 했고 두리번두리번 살피는것 같았다. 난 할일이 없어서 림시거처에서 언니가 살고있는 사당동으로 매일 시간 맞추어서 출근을 한다. 호프집 분점 주방장직인 언니를 만나려면 오후 한시쯤에 가야 했다. 오후 4시에 들어가서 새벽 4시에 나와서 한잠 자고나면 오후 한시가 되니 말이다.

언니는 한국 나간지 10년이 넘었다. 이제는 호적까지 올려서 한국사람으로 탈바꿈했다. 서울에서 집을 장만하는 언니의 모습이 기특하다면 될가? 귀엽다고 하면 될가? 월세 30만원짜리 집으로부터 500만에 월세 20만원, 천만원짜리 전세집, 2천만원짜리 전세집, 4천만원짜리 전세집, 6천만원짜리 전세집으로 마련이 되였다. 이제 분투목표는 한화 1억을 마련하여《지상》으로 올라가서 해빛을 보는것이였다. 중국에다 장판같이 훤한 집을 마련해놓고도 텅텅 비워놓고 한국에서 아글타글 고생한다. 언니를 측은하게 생각해서 나는 중국에 돌아가 이제는 복을 누리라고 권고한다.

《중국 가면 뭘 하나? 누가 나를 천원이라도 준대?》, 《여기는 내 직장이 있고 늙으면 혜택도(60세가 넘으면 한달에 30만원을 주고 아빠트도 준단다) 주지 그리고 여기서는 사는 재미라도 있잖아?》하면서 많은 토들을 달았다. 용봉산하고 비기겠나(고향인 흑룡강 어느 법빡골), 중국은 공기가 왜 그렇게도 희박하나, 더럽기는 또 와 그렇게 더러운지, 차에 앉으면 무슨 냄새가 그렇게 나지? 먼지는 왜 또 그렇게도 많은지? 하면서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딱 마치 외국사람이 중국을 흉보는것처럼 말이다. 《중국도 이제는 몰라보게 변했는데…》《중국에서 능력이 없는 사람이 한국에 오지 뭐.》하고 난 툭 쏘아주었다. 어쩐지 듣기 싫으니 말이다. 서울의 지하방을 어찌 우리의 드넓은 해빛이 쭉-비쳐드는 100평방메터이상의 아빠트와 비기랴!

서울 가리봉삼거리의 한 모습

2주일에 한번 쉬는 언니지만 고향친구모임이 있다. 할일 없는 나인지라 궁금해서 따라가 보았다. 나 보고 《예전 그대로》라고들 했다. 거의 다 사는 형편이 언니와 비슷해보였다. 나는 뭐 속으로 (저렇게 살아서 뭐하나) 싶다만은 그들 모두가 아주 생기발랄하다. 열심히 일하는 화제밖에 없다. 세월은 가지만 막로동하는 조선족들의 월급은 여전히 그 자리에 머물고있다 한다. 하지만 열심히 돈 벌어서 지상으로 해빛 보러 올라가는것이 목표이고 자식 뒤바라지하는것을 락으로 삶는다 한다. 얼굴들이 지나치게 창백하고 주름들이 밭고랑마냥 푹푹 패였는데도 《해빛》을 보겠다는 희망을 갖고 사는 인생들이라 열기가 있고 활기가 있어보인다.

모임에서 돌아온 언니는 아주 만족해한다. 《그래도 나는 괜찮다야. 나보다 못한 사람들도 많잖아.》지하방이라도 푸근한 안식처가 있는것을 아주 대견스럽게 여기면서 래일의 출근을 위하여 편안히 잠을 청한다.

자연과 현대건축으로 조화를 이룬 서울시는 맑고도 아름다운 도시다. 한강을 에워싸고 건설된 서울시는 그토록 맑고 눈부시고 해빛 밝은 아릿다운 도시이다. 하지만 이 도시 밑바닥의 구석구석에는 조선족들이 쫙- 깔려있다. 안 먹고 안 입고 돈을 모으기만 하면서 열심히 일만 한다. 한번은 언니의 피곤한 얼굴이 활짝 피여있었다. 왜냐고 물었더니 새로운 메뉴를 개발해서 팔았더니 손님들이 아주 좋아하더라 한다. 간장치킨과 파닭을 하는것이 언니의 전문이였는데 무슨 메뉴를 개발했는지 난 무척 궁금했다. 그래서 《뭘 개발했는데?》고 물었더니 《넌 말해도 몰라》하고는 잠에 곯아떨어졌다. 참 기가 막혀서~ 난 혼자 웃을수밖에 없었다. 침침한 곳에서 무언가를 열심히 하고 또 새로운것을 찾아가면서 인생의 락을 즐기는 그들을, 아니 언니를 바라보는 나의 마음이 동정이 가기도 하고 탄복이 가기도 한다.

나는 돈을 쓰러 간 사람이다. 그래서 내 바지 살 때 같이 사주고 내 신 살 때 같이 사준다. 들어갈 때마다 먹을것을 사들고 들어간다. 《너 이러다간 돈 저금못한다.》언니의 경고다. 《걱정 붙들어 매세요.》나는 름름하게 대답한다. 언니가게 사장님이 내가 들락거리는것을 보고 《중국선생님들이 이렇게 한국에 왔다갔다하는걸 보니 중국의 발전이 이만저만이 아닌가 봅니다.》하면서 찬탄을 금치 못한다.

특히 한국의 세제품이라든가 주방용품, 화장품, 계절에 따른 옷들은 깔끔하고 실용적이다. 가격도 중국에 비기면 너무 비싼편이 아니니깐 말이다. 그래서 나는 한국 갔다 올 때마다 보따리 보따리 사 짊어지고 귀국한다.

장춘공항에 내리면 서울과는 비교도 안될만큼 어두컴컴하고 서글프다. 화장실은 휴지도 없고 냄새도 난다. 그러나 해빛 밝은 우리 집에 들어서면 흐뭇해서 만족감에 사로잡힌다. 그때면 밝은 대낮에 캄캄한 곳에서 잠에 곯아떨어져있을 언니의 모습을 떠올린다.

/글 (장춘)황옥란

편집/기자: [ 김태국 ] 원고래원: [ 길림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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