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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한조선족 성공시대> ⑫ '밑바닥에서 외치는 희망' 소설가 김노

[조글로미디어] | 발행시간: 2016.09.05일 08:03
인물이름 : 김노

소설·수필 40여 편…2월 첫 소설집 '중국 여자 한국 남자' 펴내

"조선족 삶 가끔은 소설보다 비참…음지 얘기 양지로 드러낼 것"

(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가을바람이 제법 선선했던 지난 2일 서울 광화문의 교보문고.

독서의 계절을 맞아서인지 평일인데도 인파로 북적였고, 베스트셀러부터 신간까지 빼곡히 진열된 책장의 소설 코너에는 조금은 낯설어 보이는 책 한 권이 꽂혀 있었다. 제목은 '중국 여자 한국 남자'.

소재도 만만하지 않았다. 조선족, 밀항선, 경마장, 가정폭력, 불법체류…. 작가의 필명은 김노(金奴·60). 외자인 이름을 하필이면 노예나 종이라는 의미의 '노'((奴)로 지었을까. 그에 대한 모든 것이 궁금했다.

김 작가는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재한 중국동포는 한국에도, 중국에도 속하지 못한 채 '이도 저도 아닌 삶'을 살고 있다"며 "밑바닥에서도 희망의 끈을 찾아 헤매는 중국동포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자 했다"고 집필 배경을 털어놨다.

그는 중국 지린성(吉林省)에서 태어나고 자란 조선족 2세다. 조선족 남편과 사별하고 33살이던 1989년 한국에 와 1992년 한국인 남편과 재혼하면서 귀화했다.

국내에서 소설가나 시인으로 활동 중인 중국동포는 여럿 되지만 김 작가처럼 오롯이 소설집 한 권을 펴낸 작가는 드물다. 중국과 비교하면 한국에서는 말도, 글도, 삶도 너무나 다르기 때문이다.

김 작가도 중국에서는 조선족 4대 문학지 중 하나인 '도라지'로 등단한 뒤 꾸준히 경력을 쌓았지만 한국에 와서는 식당 설거지, 육아 도우미 등을 전전하며 '중국 아줌마' '조선족 아줌마'로 살았다. 그 와중에도 "글을 쓰지 않으면 죽을 것 같아서" 고단한 몸을 붙들고 밤새 원고지를 채웠다.

"한(恨)이 많았죠. 지금은 이혼한 전 (한국인) 남편과의 결혼 생활도 힘들었고요. 응어리를 풀어내는 유일한 통로가 글쓰기였어요. 제 얘기, 주변 중국 교포들의 얘기를 엮어 실화에 가까운 소설을 썼죠. 작은 상도 몇 번 받았고요. 소설가로 성공했다고 말하긴 이르지만 글쟁이로서 최선을 다했다고는 생각합니다."

그렇게 쓴 중·단편소설과 수필이 모두 40여 편. 이중 단편 9편을 추려 올해 2월 펴낸 첫 소설집이 '중국 여자 한국 남자'다.



그의 소설은 르포에 가깝다. '코리안 드림'을 품고 한국 땅에 왔지만 음지에 내몰려 위험하고, 더럽고, 힘든 일을 떠맡는 중국 동포의 생존기가 한편의 다큐멘터리처럼 펼쳐진다.

실제로 김 작가는 단편 하나를 쓰는 데 많은 공을 들인다. '밀항자'는 중국에서 밀항선을 타고 오다 집단 성폭행에 노출된 조선족 여성의 비극을 추적한 단편. 이를 완성하기까지 작가는 며칠에 걸쳐 인천 항구를 샅샅이 뒤지고, 문전박대를 무릅쓰며 목격자를 찾아다녔다.

"밀항선에서 벌어지는 참상은 알려진 것보다 훨씬 심각하더라고요. 동포들도 워낙 쉬쉬하는 얘기라 목격담을 취재하느라 애를 먹었죠. 극적 장치를 더하긴 했지만 소설과 현실이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가끔은 소설보다 현실이 훨씬 비참해서 글로 옮길 때 표현을 순화하기도 해요."

'가자! 경마장으로'도 마찬가지다. 소설 속 주인공은 공사판에서 피땀 흘려 번 돈을 한순간에 탕진하고 마는 불법 체류자 '영호'. 작가는 "도박성 게임에 빠진 중국동포의 심리 상태를 '리얼'하게 설명하고 싶어서 과천 경마장을 찾아가 실제로 돈을 걸어봤다"고 토로했다.

자신의 필명을 '노예'에서 따온 것도 "구속에 얽매였던 과거를 잊지 않고 스스로 자유를 지키겠다는 다짐"이라고 한다.

많은 소재 중에서도 굳이 중국동포의 '고통스러운 기록'에 몰두하는 것은 "음지의 얘기를 양지로 드러내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한국에 살고 있고, 살고 싶어하는 중국 동포가 점점 많아지겠죠. 제 독자 중에는 중국동포와 한국인이 골고루 있었으면 해요. 중국동포를 둘러싸고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서로 알아야 하니까요. 다만 제 글을 읽고 어떤 점을 느낄지는 독자의 몫이겠죠. 중국동포를 향한 경계심이 생길 수도 있고, 반대로 이해심이 커질 수도 있다고 봐요."

작가는 1995년 한국일보 여성생활수기 우수상, 2000년 경기도 남양주 신인문학상, 같은 해 동아일보 신동아 논픽션 최우수상 등을 받았다. 그다지 화려한 수상 경력은 아니지만 조선족 출신임에도 우리말 표현을 자연스럽게 구사해 내국인 문인들과 동등하게 실력을 겨뤘다는 점에서 후한 평가를 받았다.

김 작가는 "오래전 고(故) 박완서 선생님께서 심사위원으로 제 글을 보시고는 '숨을 데가 없는 중국동포의 삶을 잘 표현했다'고 말씀해주셨다"면서 "중국동포인데도 우리말 문장을 자연스럽게 썼다는 평가도 해주셨다"고 회고했다.



김 작가의 소설이 논픽션에 가까울 정도로 사실적이어서 문학적 감동을 끌어내기엔 아직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문학 평론가 이시환 씨는 "김 작가의 작품은 대개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거나 흥미 내지는 재미를 크게 유발하지는 못한다"면서도 "그러나 인간 부조리와 사회 불합리를 간접 비판하고, 약자의 삶을 조용하게 폭로해 인간 존재 양식에 대해 새삼 심각하게 생각하게 한다"고 평했다.

김 작가는 올해 환갑을 맞았다. "앞으로도 '글 쓰는 사람'으로서 꾸준히 활동하고 싶다"는 게 그의 바람이다.

인터뷰를 마치고도 작가는 서점에 남아 한동안 책장 사이를 거닐었다. 알고 보니 인터뷰 장소를 광화문 교보문고로 정한 데에도 그만의 이유가 있었다. 24년 전 교보문고에 처음 왔던 날 "한국에서 살아야겠다"는 결심을 했다는 것.

"그토록 많은 책에 둘러싸인 적은 처음이었죠. 한참 발걸음을 떼지 못할 정도로 압도당했어요. 실컷 책을 읽고 쓸 수 있겠다는 생각에 어떻게든 한국에서 체류하기로 마음먹었죠. 먼 길을 돌아오긴 했지만 24년 만에 제 책이 여기 꼽힌 것을 보니 뭉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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