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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마비 형에게 상처를 준 어릴 적 기억 때문에… 미안해요, 너무 미안해요"

[기타] | 발행시간: 2012.05.24일 03:08
무용가 김남진·행위예술가 강성국의 2인극 '브라더'

장애인 둔 가족의 아픔 담아 김씨의 투박한 작품 그대로…

강씨는 실제 뇌성마비 1급… 꼭 예뻐야 무용은 아니죠

내가 아프다고 말하기는 쉽다. 내가 남 때문에 아프다고 말하기는 더 쉽다. 그러나 나 때문에 남이 아프다고 말하기는 쉽지 않다. 그 어려운 일을 몸으로 보여주는 춤꾼이 현대무용가 김남진(44)이다. 그가 행위예술가 강성국(32)씨와 함께 만든 2인극 '브라더(Brother)'는 장애인 본인의 고통이 아니라, 장애인을 식구로 둔 가족의 아픔을 담았다. 2008년 30분 분량으로 초연한 작품을 이번에 두 배 분량으로 늘려 다시 올린다. 초연 후 프랑스·벨기에·스위스 등에서 호평을 받았으며 2010년 모스크바 프로테아트르 축제에서 최우수작품상을 받았다.

22일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연습실에서 만난 김씨는 "소아마비 형에게 상처를 준 어릴 적 기억 때문에 작품을 구상하게 됐다"고 말했다. "형한테 '형이 내 형이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어요. 대여섯 살 꼬마 때였죠. 절뚝거리는 형이 창피했거든요. 저도 형 때문에 속상했지만, 형도 그런 저 때문에 얼마나 상처를 받았겠어요. 지금은 그 기억과 화해했지만, 여전히 현재형으로 아파하는 분들에게 작품을 바치고 싶습니다."

함께 춤추는 강성국씨는 뇌성마비 1급 장애인. 김남진은 강씨를 두고 "몸은 불편해도 투명한 정신을 가졌다"며 "육체는 아름답지만, 정신이 허약한 무용수보다 훨씬 뛰어난 예술가"라고 말했다. 강씨는 "내 몸이 관객에게 전할 수 있는 특별한 희열감이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어머니를 한 번 초청했는데, 저를 못 쳐다보고 딴 곳을 보시더라고요. 그만큼 느낌이 생생하게 전달된다는 거겠죠. 저 때문에 고통받으실 어머니를 이해하기에, 그 느낌을 작품으로 돌려 드리고 싶습니다."

현대무용가 김남진(오른쪽)과 강성국은 두 몸이 한 몸이고, 한 몸이 두 몸인 듯한 춤‘브라더’를 통해 장애를 함께 안고 살아가는 사회의 고통과 소통을 이야기한다. /댄스씨어터창 제공

'브라더'에는 연극 '원전유서'와 '궁리'에서 안무를 맡았던 김남진의 연극적인 감각이 꿈틀댄다. 두 몸이 부딪히고 서로에게 고함도 친다. 직설적이고 투박한 김씨의 작품 경향 그대로다. 보고 있기가 편안하지는 않다. 붉은 바지에 흰 티를 입은 형과, 흰 바지에 붉은 티를 입은 동생의 육체가 엉키면서, 혈육의 피를 타고 흐르는 고통도 하나로 다가온다. 강성국의 불편한 육체는 이 같은 느낌을 극대화한다. 일부러 꼬는 게 아니라서 더 생생하다. 작품에는 영상도 함께한다. 형제가 골목길을 걷거나 손을 잡고 산책하는 장면을 틀어준다. 관람 중인 관객의 모습을 즉석에서 찍어 스크린에서 보여준다. '장애인을 바라보는 당신의 시선을 한 번 확인해보라'는 뜻이다.

작품 끝 부분에는 형제가 손을 잡고 산 너머로 간다. 육신의 구속에 정신이 속박당하지 않는 '더 좋은 세계'로 가고자 하는 소망을 담았다. 해외 공연 때 '내 얘기 같다. 고맙다'고 얘기한 관객이 많았다고 한다. 내년에 프랑스와 벨기에 초청 공연이 예정돼 있다. 김남진은 "반드시 예뻐야 무용이 아닌데, 미적인 감각에만 치중하는 일부 작품은 안타깝다"며 "무용수가 몸을 혹사할 때 관객이 감동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브라더' 25~27일,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02)2263-46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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