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세계 유명 도시에는 꼭 한번 가서 볼 만한 기념비적인 건조물이 적어도 하나쯤은 있게 마련이다. 뉴욕의 경우는 자유의 여신상, 파리는 에펠탑, 리오데자네이로는 거대 예수상이 그것이고, 이제 일본의 수도 도쿄는 하늘높이 뻗어 올라가는 스카이트리가 그 역할을 하려 한다.
그런데 도쿄 외곽의 잘 알려지지 않은 공업도시도 나름의 방법으로 방문객을 끌어들이려 한다. 바로 “세계에서 가장 큰 화장실”을 이용해서다.
이치하라시의 한 기차역에서 가까운 곳에 자연 속에서 볼 수 있는 공중화장실이 있다. 게다가 쪼그려 앉지 않아도 되는 수세식이다. 세계에서 가장 크다는 것보다 가장 기분좋게 볼일을 볼 수 있는 화장실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이다.
사실 변기 자체는 그다지 대단할 것이 없다. 특이한 것은 바로 변기가 설치되어 있는 “부스”다. 건축가 후지모토 소우가 설계한 약 60평 규모의 조경공간은 머리 위로는 하늘이, 주위에는 줄지어 늘어선 화분들이 기분을 좋게 만든다. 야외정원 중앙에 2미터 높이의 유리부스가 있고 그 안에 주인공인 화장실이 자리하고 있다. (남성들에게는 안된 일이지만 이 화장실은 여성용이다.) 유리부스가 너무 비치는 것이 걱정이라면 커튼을 쳐도 되고 문을 잠궈도 된다(정원으로 들어오는 문에도 잠금장치가 있다).
이 럭셔리한 야외화장실과 근처 또 하나의 화장실을 운영하는 데 드는 비용은 연987만 엔 혹은 125,000달러 정도다.
이치하라시가 지역 경제를 되살리려는 일념으로 새로운 수익흐름을 창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관광산업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먼저 해야 할 일은 기존 화장실을 손보는 것이다. 몇몇 기차역에는 아직 쇼와시대 재래식 화장실이 그대로 남아있어 개선이 절실하다. 시 정부는 2010년 세 군데 역에 있는 낡은 화장실을 수리하는 한편 후지모토와 계약을 맺어 이타부역에 럭셔리 화장실을 디자인하도록 했다.시 관광부 소속 키리카에 에이치는 관광산업 촉진을 위해 접객서비스를 향상시키고자 하는 시 정부의 노력에 관해 설명하며 “깨끗한 화장실로 방문객을 맞기 원했다”고 말했다. 계절의 변화를 렌즈에 담으려는 아마추어 사진가 수십명을 제외하면 이 도시를 찾는 관광객은 거의 없다고 한다. “거대한 놀이동산이라도 있어 수천명의 인파를 끌어들이는 그런 곳은 아니다.”
시 정부는 특이한 야외 화장실이 이치하라의 그레잇 어드벤처(미국 뉴저지에 있는 놀이공원)가 되길 기대하는 것이다. 관광산업을 부흥시키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2013예술축제 행사도 기획 중인데 “세계에서 가장 큰 화장실”도 하나의 작품으로 전시될 예정이라고 한다.
다른 나라에서라면 이상하게 여겨질 지 모르지만 일본에서는 화장실을 예술로 승격시키는 일이 그다지 별스러운 일이 아니다. 공중화장실에 가기 위해서는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하는 다른 나라 여행지와는 달리 일본 공중화장실은 칸막이가 쳐진 천국이나 다름없다. 음악소리, 향기 스프레이, 따뜻한 변기시트 등 다양한 장치들이 기분을 좋게 해 주기 때문이다. 일본 화장실제조업체 토토가 가장 많은 기능을 갖춘 화장실로 기네스 세계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 놀랍지 않은 이유다.
- 코리아 리얼타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