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관을 사칭해 중국인 여성에게 접근해 동거하다가 이별을 통보받자 여성을 납치해 성폭행한 4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호신용 가스총과 촬영 소품용 수갑 등을 보여주며 본인을 경찰관이라고 소개해 호감을 얻어 교제한 여자친구가 이별을 통보하자 납치·강간한 강모씨(44)와 공범 박모씨(23)를 검거했다고 24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강씨는 2014년 12월경 지인의 소개로 중국인 여성 ㄱ씨(36)를 만나 교제를 시작했다. 강씨는 호신용 가스총과 촬영 소품용으로 쓰이는 가짜 수갑 등을 보여주며 경찰관이라고 사칭해 ㄱ씨의 호감을 얻어 동거를 시작했다.
그러나 강씨는 동거를 하면서도 생활비를 지급하지 않고 ㄱ씨의 남자관계를 문제 삼으며 폭행을 일삼았다. 폭력을 견디지 못한 ㄱ씨는 2016년 11월경 강씨에게 이별을 통보했다.
ㄱ씨가 연락까지 끊어버리자 강씨는 복수를 계획했다. 강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박씨(23)와 함께 올해 1월7일 오후 6시경 서울 영등포구 소재 ㄱ씨의 근무지를 찾아갔다. 이들은 렌트 차량으로 ㄱ씨를 유인한 뒤 호신용 가스총과 유사 수갑 등으로 신체를 제압해 납치했다.
강씨는 ㄱ씨를 경기 여주시 소재의 한 모텔로 데려가 3일간 감금했다. 강씨는 유리컵 등으로 ㄱ씨의 머리를 폭행하고 수차례 강간과 강제추행을 했다. 다리를 담뱃불로 지지기도 했다.
강씨는 3일간의 폭행과 성폭력으로 몸을 가누지 못하는 ㄱ씨를 서울 영등포구 한 병원으로 데려가 치료를 받게 했다. 병원 측에서는 ㄱ씨의 상태를 폭행으로 의심했지만 강씨와 ㄱ씨가 폭행 사실을 부인해 신고 하지 않았다.
강씨의 범행은 뇌출혈 등 전치 4주로 입원한 딸을 찾아온 ㄱ씨 아버지의 신고로 드러났다. 아버지는 넘어져서 다쳤다는 딸의 말이 의심스러워 경찰청 이주민범죄피해 상담센터를 방문해 폭행신고를 했다. 신고를 받고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1월15일과 17일 이틀에 걸쳐 강씨와 박씨를 차례로 검거했다.
경찰 조사 결과 강씨는 중국인 여성이 남성의 직업으로 ‘공안’(경찰)을 선호하는 것을 알고 ㄱ씨의 호감을 얻기 위해 인터넷 쇼핑몰에서 호신용 가스총과 촬영 소품용으로 쓰이는 유사 수갑 등을 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관계자는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이 피해를 당하고도 보복이 두려워 피해 신고를 하지 못하는 사실이 있는지 관련 첩보를 수집해 나갈 예정”이라며 “외국인밀집지역 주변 치안활동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진주 기자 jinju@kyunghyang.com>
출처: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