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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 칙칙했던 '쥬라기 공원'은 잊어라… 알록달록 공룡 시대

[기타] | 발행시간: 2017.03.11일 03:04
'털' 덕에… 색깔 찾은 공룡

깃털 조직서 색소 발견, 새의 멜라닌과 비교해 공룡의 생전 색깔 복원

몸 색깔로 서식지도 밝혀

보호색 분포 위치 따라 햇빛 내리쬐는 초원과 나무 빽빽한 밀림 중 어디 사는지 알 수 있어

공룡은 오랫동안 흑백 사진에 갇혀 있었다. 과학자들은 공룡이 그 후손인 요즘 파충류나 양서류처럼 단조로운 색의 비늘이나 딱딱한 껍질로 덮여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바로 털이 발견된 것이다.

미국 메릴랜드대의 고생물학자인 토머스 홀츠 교수는 "1993년 영화 '쥬라기공원'이 처음 개봉된 이후 과학이 밝힌 공룡의 가장 큰 이미지 변화는 단연 털"이라고 했다. 심지어 공룡계의 폭군 티라노사우루스까지 울긋불긋한 털로 단장을 하기 시작했다. 바야흐로 공룡의 컬러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멜라닌 색소 통해 깃털 색깔 복원

가장 화려한 변신은 날개를 가진 공룡들에서 볼 수 있다. 2000년대 들어 중국 동북부 지역에서 깃털 공룡 화석들이 무더기로 발굴됐다. 과학자들은 여기서 미세 입자 조직들을 발견했다. 미국 예일대의 리처드 프룸 교수와 제이콥 빈터 박사(현 영국 브리스톨대 교수)는 이 입자가 멜라닌 색소를 만드는 세포 소기관인 '멜라노솜'이라고 봤다. 그렇다면 공룡의 멜라닌을 오늘날 새들에서 발견되는 멜라닌과 비교하면 깃털 공룡의 생전 색깔을 복원할 수 있지 않을까.

연구진은 새의 멜라닌 중에서 길쭉한 소시지 모양의 유멜라닌은 모든 빛을 흡수해 검은색을 내고, 둥근 미트볼 모양의 페오멜라닌은 빛바랜 붉은색을 낸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유멜라닌 중에서 특히 가는 것은 벌새나 공작처럼 금속광택을 냈다. 2000년대 후반부터 과학자들은 화석에서 찾은 멜라닌을 새의 멜라닌과 비교해 울긋불긋한 모습의 깃털 공룡들을 잇따라 복원했다.

멜라닌은 공룡의 겉모습만 알려준 게 아니다. 생활상도 엿볼 수 있게 했다. 4900만년 전 살았던 깃털 공룡 '미크로랍토르'는 두개골의 큰 눈구멍 때문에 야행성으로 여겨졌다. 눈이 커야 빛을 많이 받아들여 밤에도 활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벨기에 겐트대 연구진은 2012년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멜라닌 분석을 통해 미크로랍토르가 까마귀처럼 진한 금속광택의 깃털로 덮여 있었음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이런 깃털을 가진 새들은 다 낮에 활동한다. 멜라닌 연구가 미크로랍토르의 생활 주기를 180도로 바꾼 것이다.

◇몸 색깔 통해 생활상·서식지도 밝혀

보통 공룡을 복원할 때는 발굴지를 원래 서식지로 생각한다. 하지만 사체가 강물에 떠내려가 완전히 다른 곳에서 화석이 될 수도 있다. 멜라닌은 발굴지와 상관없이 생전 서식지를 유추할 단서가 됐다. 빈터 박사는 지난해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발표한 논문에서 "멜라닌 분석을 통해 1억6000만년 전 살았던 초식 공룡 '프시타코사우루스'가 나무가 빽빽한 숲 속에 살았음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초식동물은 서식지에 따라 보호색이 달라진다. 초원에서 햇빛이 바로 내리쬐면 등이 밝고 배는 그늘져 어둡다. 초원에 사는 가젤 영양은 몸 색깔을 이와 정반대로 배는 밝고 등은 어둡게 해서 천적의 눈을 피한다. 바로 '명암 소거형 보호색(countershading)'이다.

반면 나무들이 빽빽한 곳에서는 빛이 퍼져 들어와 명암 소거형 보호색이 있어도 초원에서처럼 크게 두드러지지 않는다. 숲 속에 사는 노루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빈터 박사는 멜라닌을 바탕으로 복원한 공룡의 등과 배 색깔이 노루와 같은 형태임을 알아냈다. 프시타코사우루스의 서식지를 찾은 것이다.

물론 멜라닌에 대해 반박하는 학자들도 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의 메리 슈와이츠너 교수는 공룡 화석에서 발견되는 멜라닌 입자는 사실은 미생물이라고 주장한다. 공룡의 배속에도 소화를 돕는 미생물이 있었을 것이고, 죽고 나면 부패 과정에서 미생물이 엄청나게 증식해 사체를 덮었을 것이란 주장이다. 실제로 미생물은 사체에 일종의 막을 형성해 오랫동안 형태를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공룡학계의 무게 추는 이미 멜라닌 쪽으로 기울었다. 깃털을 이루는 케라틴 단백질로 둘러싸인 멜라닌도 발견돼 신빙성을 더욱 높였다. 공룡 색소 연구는 이제 멜라닌을 넘어 노랗고 빨간색을 내는 '카로티노이드'와 녹색과 파란색, 붉은색을 내는 '포르피린'으로 확대되고 있다. 공룡 극장에서 보다 선명한 색을 찾기 위한 화소(畵素)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ywlee@chosun.com]

출처: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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