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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대문 간 일본인, 한국말로 "깎아줘요" 했다가…

[기타] | 발행시간: 2012.07.03일 00:46
[J경제 르포] 남대문시장 가격표시제 첫날 가보니

바가지 사라졌다 vs 깎는 맛 사라졌다

‘깎는 재미’에 왔는데 …

일본 관광객 “깎아주세요”

“표시값이 최저” 곳곳 실랑이

한국말 서툰 외국인은 환영

가격표시제 시행 첫날인 2일 오전 서울 남대문시장을 찾은 여성 고객들이 가격을 보면서 의류를 고르고 있다. 상인들이 제품에 가격을 표시하는 방법도 다양했다. 안경다리에 일일이 가격표가 붙어 있고, 가격대가 다양한 지갑에 최저· 최고 가격만 쓰여 있다. 고가의 카메라에도 가격표가 붙어 있다(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박종근 기자]

2일 오후 서울 남대문시장. 일본인 관광객 히로세 가즈코(56·여)는 옷가게 주인과 입씨름을 벌였다. 스카프를 두 개 사겠으니 가격을 깎아달라는 것이다. 가게 주인 최미경(43·여)씨는 가격표에 적힌 대로 개당 5000원씩 1만원을 받아야 한다며 난감해했다. 이날 처음 시작한 ‘남대문시장 가격표시제’로 인해 빚어진 해프닝이다. ‘남대문에는 깎는 재미가 있다’는 정보를 미리 파악하고 온 관광객과 ‘표시해놓은 값이 워낙 저렴해 더 이상 깎아줄 수 없다’는 주인 사이에 가벼운 실랑이가 벌어진 것이다.

 남대문시장에는 이날부터 가격표시제가 적용됐다. 바가지를 씌운다는 외국인들의 하소연에 중구청이 의무적으로 가격을 표시하도록 했다. 어기면 최대 1000만원까지 벌금을 물린다.

 가격표시제 첫날, 관광객이 많이 다니는 남대문시장 중앙 통로 주변 점포들은 절반 이상 제품 가격을 표시해놓고 있었다. 이곳에서 여성의류를 파는 김정숙(58·여)씨는 “상품이 너무 다양해 3일 전부터 꼬리표를 준비해 가격을 표시했다”며 “표시해놓으니 나도 편하고 외국인 손님들도 편하게 여기더라”고 말했다.

 한국말이 서투른 외국인 관광객들은 환영하는 반응이었다. 싱가포르에서 온 데릭 첸(36)은 “똑같은 티셔츠를 어느 가게에선 1만원이라고 하고, 또 다른 가게에선 7000원을 부르더라”며 “내가 한국어를 모르니까 상인들이 가격을 마음대로 부르는 것 같은데, 가격표시제가 정착되면 이런 일이 사라질 것”이라고 했다.


 가격을 표시하기는 했지만 방법은 제각각이었다. 상품마다 가격을 붙여놓은 가게가 있는가 하면, 각종 지갑 위에 ‘2만~5만원’이라고 두루뭉술하게 써놓은 곳도 있었다.

 중앙통로 말고 다른 골목에서는 가격을 표시한 점포를 보기 어려웠다. 남성의류를 판매하는 이승태(60)씨는 “바지·셔츠·재킷 등 파는 종류가 워낙 많아 일일이 가격을 달 수 없다”고 말했다. 수삼을 파는 한 상인은 “수삼 가격이 매일 바뀌는데 그때마다 어떻게 일일이 가격표를 교체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가격표시제 지도를 나온 중구청 공무원과 상인 간에 언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상인은 “가격을 붙여야 한다”는 공무원의 말에 “우리 집에서 파는 김과 인삼은 선물용이어서 가격표를 붙여놓을 수 없다. 가격을 표시하면 선물을 사려는 외국인들이 싫어한다”고 항의했다.

 한편에서 상인들은 ‘깎는 재미’라는 전통시장의 매력이 사라질 것을 걱정했다.

실제 일본에서 배포되는 한국 관광안내 책자에는 “비싸요. 깎아주세요”라는 말이 남대문시장 필수 회화로 소개돼 있을 정도다.

그런데 가격표시제로 인해 에누리가 없어지면 관광객도 줄어들 것이라는 게 상인들이 우려하는 점이다. 이에 대해 중구청 이문자 소비자보호팀장은 “가격정찰제가 아닌 가격표시제이기 때문에 에누리가 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나 아직 이 같은 원칙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 값을 깎을 수 없는 ‘정찰제’를 시행하는 것으로 여기는 상인이 대부분이었다. 시행 초기에 혼선이 빚어지는 것이었다. 일부 상인은 에누리 대신 덤을 주려고 재운 김 작은 포장을 따로 준비해 놓았다.

 남대문시장에서는 이전부터 스스로 가격표시를 한 상점도 있다. 바지를 팔면서 15년 전부터 가격을 표시해 온 강우수(57)씨는 “값을 명확히 붙여놓으니 고객들이 믿고 다시 찾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2일 이곳에서 바지를 산 유근순(52·여·서울 불광동)씨는 “제품에 자신이 있기에 이곳 남대문에서 가격을 명시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깎자는 소리를 못 하겠더라”고 말했다.

중앙일보 위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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