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굴 돼지로 아나~!"
118㎏의 그가 이렇게 말하면 관객은 뒤집어진다. "나, 이래 봬도 마음만은 홀쭉하다"며 쏟아내는 고백들은 거의 눈물겨운 수준. "나도 내 반찬 있어! 남은 반찬 안 먹어! 근데 왜 날 쳐다보는 거야!" "식당에 온 친구가 밥 한 공기를 추가했다. 근데 왜 나한테 주는 거야~ 얘가 시켰잖아!"
KBS '개그콘서트'(이하 개콘)의 인기 코너 '네가지'에서 우렁찬 목소리로 뚱뚱한 자의 비애를 성토하고 있는 개그맨 김준현(32)이다. 하지만 최근 서울 여의도 KBS에서 만난 그는 TV 속 모습과 달리 깜짝 놀랄 정도로 차분한 모습이었다. "제가 의외로 쑥스러움을 잘 타요. 게다가 4일째 매일 3시간도 못 자서 무척 피곤하기도 하고…."(웃음)
↑ [조선일보]개그맨 김준현이‘귀엽게’웃고 있다. 그가 말했다. "내가 돈을 많이 버는 줄 아는 사람들이 많은데… 나 지금 월세 살거든! 차도 곧 폐차할 거라 요즘 걸어다닌다~! 올 3월에 집도 전세로 옮기고 차도 살 거야!"; /이덕훈기자 leedh@chosun.com
거짓말 같은 수면 시간이 말해주듯, 그는 현재 개콘에서 가장 바쁜 개그맨 중 하나다. 김준호와 함께 가장 많은 코너(3개·'네가지' '비상대책위원회' '생활의 발견')에 출연하고 있고 모두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엔 KBS '스펀지 제로' '황정민의 FM대행진' 등에도 고정 출연하고 있다. 그는 "데뷔 6년차에 얻은 늦은 인기라 '너무 업 되면 안 된다'고 계속 다짐한다"며 "남몰래 혼자 차 안에서 마구 웃거나 콧노래를 부를 뿐"이라고 웃었다.
"'네가지'는 원래 이종훈씨랑 김기열씨 둘이 짠 코너예요. 어느 날 두 사람이 마트에 갔는데 마트 측에서 가위를 못 가져가게 고무줄로 묶어놨더래요. 그때 '야, 안 가져가!'란 생각이 들었고, 그걸 바로 개그로 짠 거죠." 그는 "개콘에는 워낙 뚱뚱한 사람들이 많아 뚱뚱보 소재가 고갈될 걱정이 없을 것"이라며 "제 매니저부터 유민상·김지호·류담씨까지 주변에서 각양각색의 제보가 쏟아진다"고 했다.
우렁찬 목소리와 능청맞은 눈빛, 고저(高低)가 뚜렷한 억양이 장기인 덕에 그는 늘 '보조 역할로 들어갔다가 메인 출연자보다 더 주목받는 개그맨'이 됐다. 풍부한 성량으로 라디오 CM을 코믹하게 흉내 낸 'DJ 변의 별볼일없는 밤', 심각한 남녀 대화에 주정을 부리며 추임새를 넣는 '생활의 발견', "고뤠~?"라는 유행어를 만들어내며 허점투성이 군인 아저씨를 연기하는 '비상대책위원회'도 모두 그런 식이다. "동료들이 제게 '기본은 하지 않을까'란 기대가 있는 것 같아요. 나도 내 아이디어를 내서 코너를 짜야 하는데…. 덕분에 같이 출연하는 주인공들에게 밥이랑 술도 자주 사고 있습니다."(웃음)
2007년 개그맨 공채 22기로 데뷔한 그는 대학시절( 한국외국어대 철학과) 아나운서 출신 아버지를 따라 방송사 아나운서 시험을 준비했고, 우연찮게 대학 행사 진행을 하면서 개그맨에 대한 꿈을 키웠다. 그는 "아무리 개그여도 자꾸 '돼지'라고 하면 기분 안 나쁘냐"는 질문에 "'난 원래 안 뚱뚱했으니까 돼지라고 불러도 괜찮아'라고 혼자 생각한다"고 했다. "저 대학 때는 70㎏였거든요. 운동도 안 하고 많이 먹어서 워낙 서서히 찐 거라…. 이젠 아무리 피곤해도 살이 안 빠져요. 흐흐흐."
올 상반기 자신이 짠 코너를 선보이는 게 목표라는 김준현의 궁극적인 꿈은 정극 연기 배우가 되는 것. "영화로 치면 송강호 씨 같은 다양한 얼굴을 가진 배우가 되고 싶어요. 멜로도, 코미디도 하는…. 그때가 되면 살은 꼭 빼야죠. 지금 같으면 아무리 표정을 크게 지어도 표현이 안 되니까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