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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의 아픔 딛고 시적미감 창출한 시인

[흑룡강신문] | 발행시간: 2012.07.23일 10:31
원로시백 조룡남선생을 만나

(흑룡강신문=하얼빈) 조룡남선생의 저택에 들어서자 가장 눈에 띄는것이 도서였다. 서재, 작업실, 침실 할것없이 발을 디뎌놓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도서가 꽉 차 있었다. 선생의 컴퓨터에도 컴퓨터가 무게를 이기지 못하지나 않을가 의구심이 들 정도로 많은 서류가 빽빽하게 자리하고있었다. 이렇게 많은 책과 서류 가운데서 어떻게 필요한것들을 찾을지 왼심이 쓰였다. 하지만 그런 근심은 한낱 기우였다. 선생은 컴퓨터에 마주앉자마자 능수능란하게 필요한 자료들을 족집게처럼 대번에 집어냈다.

  취미가 다양한 선생은 천여장에 달하는 영화CD와 음악CD를 소장하고있었다. 취미생활은 중병으로 투병중인 선생에게 잠시 아픔을 잊게 하고 치료에 도움을 주는 활력소가 된다고했다.

  초년에 두각을 내민 나젊은 시인

  “반짝반짝 반디불/ 손벽치면 온다야/ 파란 전등 켜고서/ 한들한들 온다야”(조룡남 작사, 김덕균 작곡, 동요 “반디불”)

  동요 “반디불”은 조룡남선생이 사범학교 학생시절, 약관의 나이에 쓴 작품이다. “반디불”은 선생의 동년에 대한 아름다운 추억, 미래에 대한 동경과 우리 민족의 민족적정서가 잘 녹아든 명동요이다.

  2002년, 선생의 모교 연변대학 사범분원 캠퍼스에 건립된 반디불비 비기(碑記)에는 이런 말이 새겨져있다. “‘반디불’은 지난 반세기 동안… 여러 세대 어린이들 동심세계에 밝고 따뜻한 꿈이 되여주었다.”

  당시 “문학신동”이라 불린 선생은 동시와 성인시를 동시에 잡지에 발표한다. 처녀작 성인시 “불꽃”은 1951년에 《연변문예》에 발표하고 처녀작 동요 “공장”은 1951년 《소년아동》잡지에 발표하였는데 그때 선생의 나이는 15세였다.

  우리 시단에 “반디불” 신드롬을 몰고오면서 두각을 내밀기 시작한 조룡남선생은 희망이란 반디불처럼 묘연한것이긴 하나 열심히 사느라면 능히 손에 거머쥘수 있는것이라고 굳게 믿고있었다. 하지만 선생은 인생의 전반기에 “반디불”처럼 위태위태한 삶을 살게 된다. 1955년 선생은 연변사범학교를 졸업하고 교직에 있다가 “우파”모자(22살, 연변에서 가장 나이 어린 우파분자)를 쓰고 추방되여 “로동개조”를 강요당하고 모진 수난을 겪는다. 이어 “10년 동란”이 터지면서 또 한번 막심한 재난을 겪는다. 그렇게 선생은 장장 23년을 고생하다가 1979년에 “우파”모자를 벗고 모교인 훈춘2중에 복귀하여 다시 교편을 잡았다가 연변인민출판사에 전근하여 문예편집으로 근무하게 된다.

  가장 혈기왕성했던 23년간의 청춘시절은 아쉽게도 선생에게는 인생의 공백기요, 창작의 공백기로 남아있다. 그때 선생을 투쟁하는 대회에서 현의 한 지도자는 “작가로서의 조룡남의 생명은 끝났다”고 선포하였다. 하지만 그는 험악한 세월에도 몇궤짝씩 되는 책을 끌고 다니면서 계속 독서하였고 일기형식의 작은 글들을 남기기도 했다.

  “해빙기의 강변에서” 정감의 보물을 터치우다

  조룡남선생이 본격적으로 다시 창작을 시작한것은 1980년대 연변인민출판사 문예편집을 맡았던 때부터였다. 시인의 구세주는 고통이라 했던가. 길고 어두웠던 그의 인생에서 불우한 운명은 청춘과 사랑과 미래에 대한 장미꿈을 여지없이 짓밟아놓았지만 유독 선생에게서 빼앗아갈수 없었던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정감과 감성, 시적재능이였다. 선생은 “인생 고래희”를 훌쩍 넘기고서도 정감과 감성의 바다에서 주옥같은 시편들을 끊임없이 건져냈다.

  1989년에 조룡남선생은 첫 시집 《그 언덕에 묻고 온 이름》을 출간했다. 상기 시집에는 “옥을 파간 자리”, “해빙기강변에서”, “그 언덕에 묻고 온 이름” 등 선생의 수작이 다수 수록되였다. 수록된 시들은 다양한 주제를 포섭하고있지만 주류는 상처입은 기억에 대한 시적재현으로 인간과 인생에 대한 절대적정감을 기조로 인간의 존엄과 생명의 진실을 진지한 자세로 탐구하고 상실의 아픔속에서 승화의 미를 단조한것들이다.

  선생은 지금까지 서정시 700여수, 동시 300여수, 장시 20여편, 논픽션 100여편을 창작하고 《그 언덕에 묻고 온 이름》에 이어 《그리며 사는 마음》, 《고향마을동구밖에서》, 《반짝반짝 반디불》, 《사람아 사람아》 등 5권의 시집을 펴냈다. 그중 “어머니”, “옥을 파간 자리”, “고향생각”, “반디불” 등 10여수의 작품이 중소학교 교과서에 수록되였다.

  조룡남선생은 중국작가협회 회원이고 연변작가협회 부주석, 주정협 상무위원 등 직을 력임하였다. 선생은 주인민정부의 “진달래문예상”과 “공훈상”, 길림성인민정부의 “장백산문예상”(3차), “전국소수민족문학상”(2차) 등 큼직한 상들을 수십차 수상하였으며 그의 략력과 업적은 《중국작가대사전》(중국사회과학출판사, 1993년) 을 비롯한 다수의 사전과 명인록에 수록되였다. 연변대학 사범분원 교정에 선생의 “반디불비”가 세워지고 룡정 비암산 일송정에 선생의 “비암산 질달래” 시비가 세워졌다.

  아름다운것은 언제나 진실에서 싹이 트고 그 향기를 풍기듯이 가식이 없는 진실한 시는 독자들에게 령혼의 울림을 준다. 조룡남선생의 시는 그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뿐만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주는 계시가 크다. 그것은 시인이 아픔의 현장을 뛰여넘은 완성도가 높은 시적미감을 창출했기때문이다. /연변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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