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지난 25일 주요 은행에 공문을 보내 지금까지 취급했던 아파트 중도금 대출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파악하라고 지시하면서 중도금 대출 업무를 담당했던 은행 직원들이 긴장하고 있다. 중도금 대출은 한 사업장당 대출 인원이 최소 수십명이고 은행 지점과 고객의 거주지가 멀리 떨어진 경우가 많아 계약 조건이 바뀌었을 때 거쳐야 하는 본인 확인 작업을 다른 대출보다 상대적으로 소홀하게 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신한·우리·하나·외환은행 등은 최근 감사부를 통해 지점별 중도금 대출 실태를 파악하고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중도금 대출이 나간 모든 사업장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하고 있다”며 “잘못이 드러나면 담당자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 신한은행도 대출 약정서가 제대로 작성됐는지를 중점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농협은행은 감사 시기와 세부적인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
은행들은 아파트 계약자로부터 중도금 대출 신청을 받을 때 대출 기간을 통상 3년으로 잡는다. 이 기간이면 아파트 공사가 마무리되고 입주하기에 문제가 없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본부 승인 과정에서 대출 기간이 짧아지는 경우가 가끔 발생한다. 계약자의 중도금 대출은 아파트를 짓는 건설사가 보증을 서는데 건설사들은 대출 기간이 짧을수록 유리하기 때문에 은행들이 건설사의 입장도 고려하기 때문이다. 고객에게는 대출 기간을 3년으로 받고 본부 승인 과정에서 대출 기간이 줄었는데 이를 고객에게 알리지 않았다면 문제가 되는 것이다.
은행들은 대출 기간이 바뀐 사실을 고객에게 알리지 않은 경우가 지금까지 나온 사례보다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중도금 대출은 출장 업무가 대부분이어서 잘못된 부분이 있어도 직접 만나서 고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예를 들면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분양 현장이 있어도 강남구 개포동의 은행 직원이 출장을 가는 일이 있다.
고객을 직접 만나지 못할 경우 전화로 알려야 하는데 고객 수가 많아 실수로 빠뜨리거나 직원이 임의로 바꾸는 경우도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을 할 때 금리와 기간을 고객에게 알리는 것은 아주 기본적인 업무여서 잘못된 사례가 많을 것으로 보진 않는다”면서도 “관행으로 해오던 업무도 엄격한 기준을 들이대면 잘못으로 보일 수 있어서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올 3월 기준 국민은행은 전국 665개 사업장(다른 은행과 중복사업장 포함)에서 약 5만 가구에 총 5조7743억원을 중도금으로 대출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6월말 기준 370개 사업장에서 4조8102억원, 신한은행은 181개 사업장에서 3조5196억원, 하나은행은 51개 사업장에서 1조878억원을 빌려준 상태다.
- 조선비즈